롯데리아가 24일부터 가격인상을 단행한 날짜가 국민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브로마이드 이벤트가 시작되는 날짜가 겹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24일 기습적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한 롯데리아가 때 아닌 국민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팬심을 들끓게 하고 있다. 자사 홍보 모델로 활동 중인 워너원의 팬들로부터 ‘합리적 의심’을 살만한 행보를 걷고 있어서다. 가격이 인상된 날짜가 공교롭게도 워너원 프로모션이 시작되는 날과 겹친 것이다. 롯데리아는 두 시기가 겹친 건 “우연일 뿐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워너원 마케팅은 기업들의 손쉬운 매출 증대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오얏나무 아래서 갓 고쳐 쓴 롯데리아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의심이 될 만한 행동으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라는 이 속담은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바른 처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훈으로 회자되고 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한 번의 선택이 기업 이미지와 매출에 미치는 파급력이 과거보다 커진 요즘, 의사결정의 신중함을 강조하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기업들이 각별히 귀담아 새겨야할 ‘경영의 교훈’으로도 남고 있다.

그럼 점에서 이번 롯데리아의 가격인상 시기는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가격인상을 결정하면서 그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대대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도 ‘연예인을 앞세운 얄팍한 상술’이라는 소비자들의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23일 롯데리아의 가격인상 소식이 전해 진 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원너원 팬카페에서는 롯데리아의 상술이 도를 넘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인상 날짜가 공교롭게도 프로모션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롯데리아는 24일을 기점으로 33종의 제품에 대해 200~300원씩 가격을 인상했는데, 이날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브로마이드 증정 이벤트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롯데리아는 이날부터 최상위 제품인 와규 버거 세트, AZ버거 세트, 한우 팩‧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총 12종의 워너원 브로마이드 중 하나를 증정하는 행사에 들어갔다.

가격인상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달가울리 없는 소식이지만, 워너원 팬들이 느끼는 불쾌함은 더 컸다. 1만원에 육박하는 햄버거 세트를 구매하고 브로마이드를 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 입장에서는 하루 전 가격인상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비록 인상폭이 200~300원 불과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수입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소위 ‘호갱’ 취급을 당하는 건 아닌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서울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 24일부터 프리미엄 버거 3종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워너원의 브로마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시사위크>

◇ ‘브마’ 학수고대한 팬심… 가격인상 ‘날벼락’

이번 가격인상 시기가 워너원 팬들의 입방아에 오른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워너원을 앞세운 또 다른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합리적 의심을 키우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15일부터 홈 서비스 앱으로 1만5,000원 이상 주문하는 고객 중 154명을 추첨해 내년 열릴 팬사인회 초청권을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남은 한 달 간 이벤트 참가를 희망하는 팬들은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롯데리아는 두 가지 이벤트를 별개로 진행하고 있어 최소 2만5,000원이라는 적잖은 돈을 햄버거값으로 지불해야 모든 이벤트의 참가가 가능하다. 원하는 브로마이드 매수와 팬사인회 응모 횟수에 따라서 지출 비용은 당연히 증가하게 된다.

롯데리아는 가격인상 날짜와 브로마이드 증정 날짜가 겹친 건 ‘우연’이라는 입장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두 날짜가 겹치다 보니 충분히 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절대 의도한 건 아니다”면서 “브로마이드를 증정하는 제품 중 하나인 와규 버거 세트는 이번 가격 인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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