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마사회 안팎이 뒤숭숭하다. 이양호 마사회장이 취임 1년 만에 사의를 표한 가운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1949년 설립된 이래 35명의 마사회장이 거쳐 가는 동안 단 한 번도 내부출신은 없었고, 늘 낙하산 논란이 뒤따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사회 내부에서는 ‘낙하산 반대’ 구호가 나온다. 논공행상식 인사나 정권 입맛에 맞춘 인사가 아닌, 말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모두 정의롭고 옳은 말이다.

우리는 마사회를 거쳐 간 많은 마사회장들을 기억한다. 많은 낙하산이 투하됐고,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가깝게는 현명관 전 마사회장이 있다. 그는 최초의 기업인 출신 마사회장인 동시에 확실한 낙하산 인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원로 자문단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은 박근혜 정권이 그랬듯 명예롭지 못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채 씁쓸하게 물러났다.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은 최순실과 정유라를 돕기 위해 독일까지 건너갔던 인물이다. 최근 그는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의 전화 한 두 번에 마사회가 감독을 독일로 보냈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순실에 의해 좌지우지된 마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심지어 마사회 부회장 인사에 최순실이 개입한 정황들도 드러난 바 있다.

어쨌든 현명관 전 마사회장은 그렇게 떠났다. 하지만 마사회는 그대로 남아있다. 소위 ‘적폐세력’에 협조했거나, 최소한 눈을 감았던 많은 이들이 마사회 내부에 그대로 있다.

시계를 돌려보자. 마사회노조는 현명관 전 마사회장의 첫 출근날 출근저지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강력한 투쟁은 없었다. 약 넉 달 뒤에는 ‘방만경영 해소’에 합의한다며 현명관 전 마사회장과 악수를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마사회 및 현명관 전 마사회장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진상파악 요구나 사퇴 요구가 없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양호 마사회장의 임명 절차를 강행했을 때도 마사회 내부에선 별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현명관 전 마사회장 시절엔 무소불위의 ‘실세 권력’을 누렸다. 용산화상경마장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나 국회를 무시하는 안하무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여론을 조작하고, 찬성시위에 용역을 동원한 것도 드러났다. 탄핵 당한 전 정권이 보였던 나쁜 행태와 무척 닮아있다.

마사회 안에 살아있는 양심은 있는가. 낙하산에 반대하다가도 결국은 강자에 순응하는 모습만 보이지 않았나. 결국 낙하산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고 증진시키려는 목적 아니었나.

그 사이 마사회에서는 여러 마필관리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고, 각종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마사회 내부에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일들이었다.

사장 하나 바뀐다고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곧장 취임했을 때,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의 내각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된 것은 총리와 장관 등의 인사가 모두 이뤄지고 나서부터다.

마사회에 낙하산 인사가 투하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수장을 앉힌다한들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마사회 내부의 적폐는 청산해야 하고, 양심과 정의를 살려내야 한다. 누가 다음 사장으로 오든, 첫 번째 과제는 마사회 적폐청산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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