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대기업들이 대체로 실적이 호조됐지만 기부금은 13%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김정호 기자] 대기업들의 기부금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감지된 변화라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3분기 기부금 집행 규모는 총 9,7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299억원)보다 13.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매체에 따르면 기부금 총액은 삼성전자(1,705억원)가 1위로 2위인 SK텔레콤(579억원)의 3배에 달했다. 다만 기부금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5억원(39.8%) 줄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생명은 지난해 247억3,800만원에서 올해는 1억4,400만원에 머물러 99.4%(246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GS칼텍스는 전년 동기대비 170억원(-81.5%)이 줄었고, 우리은행도 140억원(-39.0%) 가까이 줄었다.

주목할 점은 올들어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38.1%나 늘어난 데 반해, 기부금은 되레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올해 반도체 부문 성과로 연일 역대 최다 실적을 경신했던 삼성전자는 40% 가까이 기부액을 줄였다.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지난해 ‘최순실 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다 곤욕을 치른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인데, 돈쓰고 공연히 오해 받을까 몸을 사렸다는 풀이다. 총수 구속 사태를 맞은 삼성 계열사들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 출연한 돈을 ‘뇌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통계 착시’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기부금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기업의 경우, 올해는 상대적으로 급감한 것으로 비쳐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비롯해 ‘최순실 사태’ 이후 후원금 집행에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포항 지진과 연말시즌이 되면서 추가적인 기부·후원 움직임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기부금을 늘린 곳은 257곳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124곳(48.2%)이었다. 호텔롯데(162억원, 160.2%), 한미약품(44억원, 2074.4%), KCC(61억원, 689.5%), 롯데칠성음료(81억원, 223.3%) 등이 기부금을 큰 폭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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