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자국 기업이 특허 침해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위원회는 요청에 응해 조사에 나선다. 삼성전자에 대한 조사를 결정한 이후 또 다시 국내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곤경에 처했다. 해당 기업은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미국 규제당국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연이어 관세법 조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규제당국은 자국 기업들의 요구를 전부 수용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에 대한 통상압박은 심해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 규제는 이들의 상승세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심지어 해당 기업은 우리나라에서조차 규제의 벽이 높은 상황이다.

◇ 미 ITC, ‘SK하이닉스’ 조준… 삼성전자 이어 또 조사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미국 수출길이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반도체 특허 침해 조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ITC는 행정법 판사에 이번 사건을 배정하고, 조사 개시 45일 이내에 마무리 시한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ITC는 미국 반도체 기업 넷리스트의 요청을 수용했다. 넷리스트는 지난 10월 31일자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모듈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조사를 요청했다. ITC는 관세법 337조를 따질 전망이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내 상품 판매, 수입 등 불공정 무역에 대한 무역구제제도 조항이다. 해당 관세법을 어겼다고 결정되면 기업의 특허 침해 제품에 대해 수입, 판매 등을 금지할 수 있어 통상압박 가능성도 존재한다.

SK하이닉스를 향한 넷리스트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를 겨냥해 소송 제기 및 규제당국의 조사 요청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에도 ITC에 SK하이닉스 서버용 메모리 제품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ITC가 이를 받아들여 조사를 착수했다.  ITC는 지난달 SK하이닉스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예비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를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통상압박은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ITC는 지난 10월에도 관세법 337조 위반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을 조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 역시 미국 반도체 기업인 테세라 테크놀로지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문제는 ITC가 미국 기업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ITC는 삼성전자·LG전자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피해를 본다는 월풀의 주장도 받아들여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ITC는 우리나라 세탁기 물량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관세 50%를 부과하기로 했다. 자국 기업의 주장을 수용해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중국 시장과 함께 중요 반도체 수출 국가 중 하나다. 올 상반기 미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약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증가하자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미국 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업계는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규제를 가할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의견이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이용해 이익을 얻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 반도체 기업, 국내서도 규제 문제 골치… 완화 시기 미정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규제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을 포함한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진행 상황은 다소 더디다. 여기에 정부의 기대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 양사의 수출량과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정부에서는 반도체 업계가 좋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정부의 규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출하량을 확대하는 등 기업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중국의 경우, 최근 자국 환경 규제를 강화하자 수출액은 줄어들고 수입액은 커졌다. 그 덕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달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10월 대비 약 650억원 증가했다. 중국 내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규제는 강화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에 따라 기업의 매출도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산업통상자원부에 안전·환경 등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의 벽은 높다. 정부의 규제는 사업의 확장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아울러 해당 기업에 따르면 △대규모 공장 신설에 따른 인프라확보 △전문인력 부족 등의 문제들도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규제 완화 등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12월 현재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3위 SK하이닉스가 규제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미국 ITC의 결정,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완화 시기 등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향후 반도체 시장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