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SNS 플랫폼 중 하나인 트위터. 한국에서도 '소셜 네트워크'의 기능을 다하고 있을까. <트위터 메인화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지난달 24일 저녁, 트위터에서 배우 유아인이 벌였던 설전은 지금까지도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계의 최대 화제로 회자되고 있다. 여성혐오라는 흔하디흔한 주제를 둘러싼 이 논쟁이 주목받은 것은 소위 ‘이미지관리’에 가장 민감한 직업이라는 배우가 논쟁의 최전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SNS를 완전히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였지만, 유독 유명인의 언행에 대해서만은 엄격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자연히 국내 가수·배우·스포츠선수들의 SNS는 대부분 정보 공유와 친목에만 사용되고 있다.

◇ 더 많이 발언할 책임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유명 SNS 플랫폼의 고향인 미국의 풍토는 사뭇 다르다. 유명 가수·배우·스포츠선수들은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을 꺼리지 않으며, 대선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것도 당연시된다. 가장 자주 정치적인 발언을 내놓는 셀레브리티로 뽑히는 르브론 제임스는 NFL에서 ‘무릎 꿇기’ 운동이 번졌을 때도,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 폭동이 일어났을 때도 주저 없이 흑인사회를 대변하고 나섰다. 발언대는 물론 소통이 쉽고 정보의 재확산이 빠른 트위터다.

이 중 최고봉은 트럼프 대통령을 놈팡이(bum)라고 불렀던 지난 9월 23일(현지시각)의 트윗이었다. 당시 르브론은 백악관의 초청을 거부한 동료 선수를 옹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의 초청은 당신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영예였다”고 쏘아붙였다. 이 트윗은 201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리트윗(12월 8일 기준 66만1,200회)된 스포츠선수의 트윗으로 공식 선정됐으며, 한 온라인 의류판매업체는 르브론이 트럼프 위로 덩크슛을 꽂는 이미지와 ‘U bum’이라는 문구를 함께 인쇄한 티셔츠를 만들기도 했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르브론 제임스의 트위터와 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티셔츠. <르브론 제임스 트위터/'teepublic' 사이트>

한국에서 김연아가, 손흥민이, 이대호가 대통령을 놈팡이라고 지칭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유아인 대첩’에 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래퍼 딥플로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국내 트위터는 SNS라기보다 거의(완전히)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단톡방이라는 인상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눈다는 SNS의 순기능이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도출하는 결론은 대개 같은 사상을 더 극단적인 형태로 변형한 것이기 마련이다. 라인과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만든 한국이 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공론장은 만들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다.

작년 여름 한국을 찾았다가 뉴스 인터뷰에 출연한 멧 데이먼은 “자국 정치에 관심을 쏟는 일은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수십에서 수백만, 때로는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인사들은 대중이 더 나은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할 힘이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일종이다. 물론 멧 데이먼은 하버드 출신의 점잖은 배우답게 “비열한 표현은 쓰지 않았다”는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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