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 앞에서 두번째)가 연대, 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장인 서석홀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안 대표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기자회견을 열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뉴시스

[시사위크=최찬식 기자] 호남을 주요 정치적 텃밭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2008년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의 제보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허위 비자금 의혹이 폭로됐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발끈하고 나선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 역시 호남이 주요 정치적 텃밭인만큼 이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다.

김현 대변인은 박주원 전 최고위원과 안철수 대표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 대변인은 “박 최고위원은 '가짜뉴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더니 구체적인 정황이 보도되자 제보한 적 있지만 김 전 대통령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음해인지 따져보겠다는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공작정치를 저지르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박 최고위원의 이실직고부터 받아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국민의당은 김 전 대통령의 철학·노선·가치를 계승하겠다는 것이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때마침 안철수 대표는 호남을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무엇보다 박주원 최고위원의 허위제보로 인해 상처받은 호남 유권자를 달래기 위해서다.

9일 오후 전남 무안 전남도당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안 대표는 박주원 최고위원의 허위 제보와 관련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당헌상규상 가능한 가장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며 “진실을 규명하는 대로 엄중하게 대응할 생각이고 (우선) 징계권한에 따라 (박 최고위원에 대한) 당직 정지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8일 긴급 최고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박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헌·당규에 따라 안철수 대표가 긴급 징계조치를 하고 적절한 절차를 밟아 당원권 정지를 결정했다.

안철수 대표가 박주원 전 최고위원의 징계를 발 빠르게 결정했지만, 호남의 민심은 호락호락 하지 않는 상황이다. 안 대표가 목표로 둔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에 대해 당내 중진급 호남의원들이 일제히 반대의사를 밝혔고, 호남의 민심도 쉽사리 뜨지 않고 있어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8일 공개한 호남지역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민주당 68%, 국민의당 9%였다. 호남에서 정의당이 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호남을 주요 기반으로 삼은 정당으로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5~7일 조사,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7%.)

이번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박주원 전 최고위원의 허위제보가 기사화되기 이전 조사로 이 문제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외연확대를 노리는 안 대표 입장에서 이번 박주원 전 최고위원의 허위제보 사건은 정치생명을 좌우할 큰 현안이다. 호남 유권자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물 건너가고 동시에 ‘분당’이란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반대로 안 대표가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 호남 유권자를 설득해서 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면 되레 ‘정치적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위기상황을 극복할 줄 아는 지도자를 당내 중진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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