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민의당 제40차 최고위원회 회의가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가운데 안철수 대표가 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일부 사람들이 현수막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 소속 박주원 최고위원이 2008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비자금 의혹을 제보한 당사자였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 국민의당은 호남계와 비호남계로 갈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로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갈린 상황에서 ‘박주원 사태’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호남계 의원들은 일련의 사태를 통틀어 당대표 차원의 입장표명과 재신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11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최고위원 중 한 분이 당에 합류하기 훨씬 전의 일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음해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문제가 불거진 직후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당원권 정지와 최고위원직 사퇴를 포함한 분명한 조치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한 사람의 과거 잘못이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가로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진영 최고위원도 "박 최고위원의 비자금 제보의혹의 사실여부는 지금 국민의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안철수 책임론’ 목소리가 더 거세지고 있다. 어쨌든 현재 박 최고위원의 소속 정당이 국민의당인만큼 당 대표 차원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면서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도 그 배경에 포함된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에 그런(안 대표 재신임) 의견이 팽배하고 있다”며 “안 대표의 해결의 길은 통합을 지금 논의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던 약속을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 대표가 책임지고 이런 현 상태에 대해서 물러나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당이 그런 식으로 막된 길로 가면 안 된다”고도 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최경환 의원은 평화방송라디오 인터뷰에서 “빨리 비대위를 구성해서 지방선거 체제로 당을 수습하고 안 대표 본인은 서울시장을 나가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나가든 몸을 던져서 당을 구해낼 때”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우리 당은 ‘이것은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이다’(라고 보고) 조치를 추진하기로 결의를 했다.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맞췄는데 아직 지도부가 공식 사과를 안 하고 있다”며 “안 대표를 포함해서 당 차원에서 대국민 공식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도 했다.

◇ 박주원 논란에도… 안철수, ‘통합 드라이브’ 가속페달 밟을 듯

일단 안 대표는 일련의 내부 성토와 관계없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최고위원 논란으로 호남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호남 방문 일정을 미루지 않은 것에서부터 안 대표는 ‘통합 의지’가 읽힌다는 관측이다.

안 대표는 이날도 전북 기자간담회에서 “바른정당이 ‘영남당’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바른정당 구성원을 보면 7명이 수도권 의원, 1명이 전북 의원, 3명은 영남쪽이다. 바른정당을 적폐세력이라고 하는데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반(反) 자유한국당 노선을 분명히 했다”고 하는 등 바른정당에 대한 호남의 시각을 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안 대표는 이후 전국을 돌며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관련 의견을 수렴한다는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에서 계란을 맞았던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바른정당 따라 강남 갈 게 아니라 굳건하게 중심 잡고 승리의 길로 가야 한다. 안철수다움을 회복하십시오. 당의 활로는 유승민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호남의 정신과 안철수의 힘이 결합돼야 한다. 안철수 지지자의 계란, 저 박지원이 맞았으면 됐다. 호남에 계란 던지지 말길 바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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