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청렴도 측정 결과를 남기고 떠나게 된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종합청렴도 점수 6.58점, 5등급.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 올해 처음으로 포함된 강원랜드의 성적표다. 3년간 강원랜드를 이끈 함승희 전 사장은 결국 추악한 적폐만 남긴 채 떠나가게 됐다.

공직유관단체 1유형(직원 3,000명 이상)으로 분류된 강원랜드는 같은 유형의 18개 기관 중 유일하게 5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청렴도 점수가 7점을 못 넘은 것은 모든 유형의 공직유관단체 중 유일했다.

또한 강원랜드는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 평가 등 모든 지표에서 최하위등급을 면치 못했다. 특히 내부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표에서도 5.24라는 최악의 점수를 받아들었다. 내부 조직원들 대부분이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강원랜드는 최근 곳곳에서 드러난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선두주자였다. 518명을 선발하는데 493명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이 극심한 시기와 사장, 지역 국회의원 등 사회고위층이 대거 가담했다는 점 등 죄질이 나쁘다.

또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에 이은 추가 수사 착수로 지역사회의 긴장감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지역사회 관계자들의 줄소환 및 줄기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폐광지역 ‘희망’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강도 높은 대책 필요

설립 때부터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던 ‘강원랜드의 저주’는 이번에 또 다시 사회적 파문을 낳았다. 잔혹사가 좀처럼 끊길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문을 연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가능 카지노’로 주목을 받았으나 부작용도 그만큼 컸다. 카지노에 빠진 상당수 사람들이 재산을 탕진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반복됐다.

각종 비리 사건도 만연했다. 정식 개장 직후 건설과정에서의 비리가 드러났고, 이후 터진 부패·비리 사건은 일일이 꼽기도 힘들 정도다. 현재까지 6명의 사장이 거쳐 가는 동안 임기를 채운 것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데,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사장이 3명이다. 이것만 봐도 강원랜드가 얼마나 꾸준히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잔혹사는 가장 최근의 수장인 함승희 전 사장도 끝내 끊지 못했다. 사실 애초부터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인물이다. 검사 출신으로 강원랜드의 도덕불감증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정치인, 특히 친박계 인사라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함승희 전 사장이 강원랜드에 남긴 마지막 유산은 최악의 청렴도 성적표가 됐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의혹도 적지 않다. 현재 불거진 채용비리는 함승희 전 사장 취임 전 사건이지만, 그 역시 해외출장 사적남용 의혹과 인사 관련 비리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강원랜드는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사장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사장 교체만으로 강원랜드를 쇄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십수 년간 너무나 많은 적폐가 쌓였고, 내부 구성원들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골탈태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와 이를 위한 내·외부적 노력이 없다면 존폐 위기 앞에 놓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강원랜드는 지역사회에 있어 암적 존재가 됐다. 폐광지역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았던 초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가난해도 평화로웠던 산골 마을은 이제 전당포가 늘어서고 언제 자살사건이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삭막한 곳이 됐다. 또한 강원랜드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아닌 비리를 퍼뜨리는 온상으로 자리매김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강원랜드 측은 “청렴도 측정은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되며 지난 8월 시작했다. 그런데 9월에 과거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고, 10월엔 국정감사에서 여러 지적을 받았다”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낮은 점수를 받는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평가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향후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 이러한 부분들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많은 개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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