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하차 소식이 전해진 김태호 PD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무한도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06년부터 ‘무한도전’을 이끌었던 수장 김태호 PD가 하차한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 ‘무한도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지난 27일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연출에서 빠진다는 소식이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 PD는 봄 개편을 맞아 ‘무한도전’에서 하차하며 크리에이터로서 힘을 보탤 예정이다. 후임은 최행호 PD다.

◇ 최대 위기 맞은 ‘무한도전’

최대 위기다. ‘위기’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던 ‘무한도전’이지만 이번 김태호 PD의 하차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려 12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끈 김태호 PD는 대중들에게는 ‘무한도전’ 그 자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무형식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김 PD는 매주 새로운 특집을 내놨다. 아이템마다 시청자의 반응은 갈렸지만 김 PD의 감각적인 연출력과 센스 있는 아이디어는 ‘무한도전’이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올 수 있는 힘이 됐다.

‘무한도전’ 만큼 연출자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는 프로그램에서 PD의 교체는 프로그램 색깔 자체가 변할 가능성이 높다. 김태호 PD가 크리에이터로 ‘무한도전’에 참여한다고 하지만 결국 연출은 담당 PD의 몫이다. 연출에서 물러난 김 PD의 어설픈 개입은 새로운 PD의 적응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또 이러한 시스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은 완전한 이별을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한도전’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왼쪽부터)조세호·정준하·하하·박명수·양세형·유재석 <뉴시스>

가장 혼란스러운 사람은 ‘무한도전’ 멤버들(유재석·박명수·정준하·하하·양세형·조세호)일 것이다. 그동안 ‘무한도전’ 멤버들은 단순히 출연자가 아닌 기획자로서도 역할하며 제작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툭하면 나오는 위기론과 기존 멤버들의 하차 등 숱한 논란 속에서도 제작진과 출연진은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프로그램을 지켜왔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던 멤버들에게 김태호 PD의 하차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멤버 구성에도 변화가 생긴다면 ‘무한도전’은 사실상 이름만 남은, ‘무한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김태호 PD의 ‘무한도전’, 유재석과 멤버들의 ‘무한도전’을 사랑했던 애청자들에게 그들이 아닌 누군가의 ‘무한도전’은 그저 하나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 MBC 예능국에는 기회?

일각에서는 김태호 PD의 ‘무한도전’ 하차가 MBC 예능국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입사 15년 만에 부장 자리에 오른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을 넘어 MBC 예능프로그램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한 프로그램에만 국한돼있던 김태호 PD에게 더 큰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

또 김태호 PD와 후배 PD의 협업으로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아이템의 프로그램들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모아지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등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선구안을 가진 김태호 PD가 방향성을 제시하고 후배 PD들이 현장에서 연출을 맡아 이끌어 나가는 시스템이 새롭게 구축된다면 MBC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무한도전’은 최근 개그맨 조세호의 합류와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재결합을 성사시킨 ‘토토가3’ 특집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말 예능 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무한도전’. 숱한 위기 속에서도 12년을 버텨낸 ‘무한도전’이 폭풍 같은 변화의 바람 앞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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