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오는 13일 실시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3,994명의 당선인이 임기 4년 간 운영할 지방재정 규모는 약 1,240조원에 달한다. 전체 유권자 수가 약 4,3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권자 1명이 행사하는 투표권의 가치는 3,000만원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공약·정책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유권자 유형에 맞는 맞춤형 공약을 소개한다. 취업준비생·신혼부부·노인·부모 등 다양한 유권자를 타깃으로 한 각 정당의 공약을 살펴보고, 내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골라 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각 정당별 어르신 관련 주요 공약 <중앙선관위 정당별 공약집>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017년 기준 OECD의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노인빈곤율은 45.7%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수치가 높다는 데 있다. 노인빈곤율이 높은 편에 속하는 멕시코(25%)와 비교해도 한국이 약 두 배 가까이 높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율 1위라는 오명으로 나타난다. 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한국사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 중 하나다.

국가의 적극적 복지정책으로 노인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정당들도 앞다퉈 ‘어르신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양적’ 지원확대 보다는 정책의 방향성이다. 이와 관련 유엔 비엔나 국제 고령화 계획에는 ‘가능한한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독립적 생활을 이끌도록 하는 것’(AIP)이라고 제시한다. 쉽게 말하면 익숙한 곳에서 지인들과 즐겁게 지내다가 집에서 편하게 마지막을 맞이하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좋다는 의미다.

◇ 빈곤과 소외 문제 해소할 ‘일자리’

노인빈곤과 사회적 소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대안으로는 ‘양질의 노인일자리 창출’이 꼽힌다. 은퇴한 노년층에게 일자리는 추가적인 소득이 될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형성과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2004년 노인일자리 사업이 시작돼 현재는 47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일자리가 여전히 적고 수당도 27만원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7%로 OECD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으며, 그 수치도 매우 높았다. <2017기준 OECD 통계>

이에 여전히 일부 노인들은 폐지줍기 등 열악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17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근로 중인 노인 중 40.1%가 단순노무직, 32.9%가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일자리 공약을 살펴보면, 먼저 민주당은 노인일자리 사업의 대폭 확대를 내걸었다. 2022년까지 일자리 80만 개 연차적 확대와 현행 27만원의 수당을 4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자유한국당은 일자리 취업지원이 일회성으로 끝나고 있다는 문제점에 착안해 장기취업에 방점을 찍었다. 일자리 통합관리를 위한 전문 컨설턴트를 지자체에 배치하고 노인들의 교육지원과 어르신 특화 공익분야 일자리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은 ‘폐지수거 최저가격 보장제’ 실시와 문화해설전문 강사 자격증 제도와 복지시설 연계로 어르신 일자리 창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은 은퇴자협동조합 등 지역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어르신들의 문화산업 진출 및 사회공헌활동 개발 지원을 내놨다.

여야 대부분의 정당이 공통적으로 ‘노인일자리’ 공약을 내놨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 노인 주거 문제, 실버타운 조성이 답일까

일자리와 함께 노인들의 행복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주거가 꼽힌다. 사회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노년층의 주거는 어느 계층보다 열악할 수밖에 없다. 주거비를 마련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주거난민의 상당수는 노년층인 것이 현실이다. 실제 복지부의 ‘2017노인실태조사’를 보면, 30.4%가 주거관련 비용을 가장 부담스럽다고 꼽았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노인주거 공약’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이미 청년·신혼부부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에서 다루고 있고, 지역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공약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독립임대주택이나 셰어하우스 등 공공실버주택의 공급 확대, 공공리츠의 민간실버타운 투자, 고령가구 자가수리비 지원 확대 등을 공약에 담았다.

특이할만한 공약은 정의당의 ‘원도심 고령친화 복지도시 조성’ 방안이다. 신도시 개발로 인해 낙후된 원도심을 실버타운 조성과 연계해 재생하는 방안이다. 원도심에 노인거주 평생주택 개념을 도입하고 노인종합지원센터 설치 등 노인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도심 재생이 중요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한번쯤 고민해볼만한 내용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7노인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어르신들의 지인들과의 관계가 예전에 비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지부. 2017노인실태보고서>

◇ 노인 ‘돌봄’ 서비스… 여전히 ‘시설’에 초점

의료지원과 돌봄 서비스도 이번 지방선거 공약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노인뿐만 아니라 가족전체에 대한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돌봄서비스와 점점 증가하는 요양시설 수요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은 의료지원 부분은 ‘문재인 케어’와 보조를 맞췄다. 치매안심센터 설치와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 중증치매환자 건강보험 본임부담률 인하 등 치매국가책임제를 비롯해 장기요양 등급 확대와 본인부담금 경감 대상 확대 등을 내놨다. 아울러 국공립 장기요양시설을 2022년까지 시설 이용 어르신의 30%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은 독거노인 응급안전서비스 단계적 확대 방안을 내놨고, 바른미래당은 저소득층 간병비 지원과 정보화 기술을 활용한 독거어르신 가정 모니터링 서비스와 안심생활 지킴이 키트를 제시했다. 정의당은 공립장기요양시설 확대 및 강력 강화, 소규모 요양시설 확대 및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공약했다.

아쉬운 대목은 돌봄서비스의 초점이 여전히 ‘시설’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의 조사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 노인의 88.6%가 현재의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고 57.6%는 다소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살기를 희망했다. 가족에게 불편을 주기 싫어 요양시설을 이용하지만, 시설의 조그마한 침대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어르신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보호 현황과 저해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도 장기요양급여 제공의 기본 원칙 가운데 첫 번째 조항으로 ‘장기요양급여는 노인 등이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가정에서 장기요양을 받는 재가급여를 우선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건강이 악화되고 돌봄이 필요한 시점에는 집보다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돌봄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대안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참고자료>
보건복지부 ‘2017년 노인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보호 현황과 저해요인 분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각 정당별 공약집
금융감독원 ‘고령화 진전에 따른 금융부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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