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유니폼을 입게 된 샤키리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신화>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리오넬 메시의 충격적인 등장 이후 전 세계 많은 유망주들이 ‘제2의 메시’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았다. 주로 작지만 기술이 좋은 유형의 선수들에게 붙는 기대감 섞인 별명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이승우가 ‘한국의 메시’라 불린 바 있다.

최근 리버풀 유니폼을 입게 된 셰르단 샤키리 역시 그 중 하나다. 169cm의 단신인데다, 어릴 적부터 볼 다루는 기술이 좋았던 그는 ‘알프스의 메시’라 불렸고, ‘제2의 메시’ 중 가장 큰 주목과 관심을 받았다.

스위스 국적의 샤키리는 스위스 명문구단 바젤에서 성장해 2009년 만 17세의 나이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곧장 주전으로 입지를 굳힌 그는 팀의 우승을 이끌며 ‘알프스 메시’의 본격적인 비상을 알렸다. 특히 2011년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는데 큰 공을 세웠고,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성인 무대에서도 실력을 입증한 샤키리는 많은 러브콜을 받았고, 결국 독일 분데스리가의 절대강자 바이에른 뮌헨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샤키리의 시련이 시작됐다. 프랭크 리베리, 아르옌 로번 등 쟁쟁한 선수들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다. 샤키리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세 시즌 동안 바젤 소속으로 92경기에 출전한 바 있으나,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2012년부터 2015년 시즌 중반까지 52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그의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이에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구단 인터밀란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2015년 1월, 겨울이적 시장을 통해 샤키리를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샤키리는 그곳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적 후 15경기에 출전했으나 인상적이지 않았다. 결국 인터밀란은 반년 만에 샤키리를 향한 기대를 접었다.

이때 샤키리를 노린 것은 당시 스토크시티 감독이었던 마크 휴즈다. 마크 휴즈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알프스 메시’를 향해 구애를 펼쳤고, 그를 스토크시티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사실, 스토크시티 유니폼은 샤키리에게 썩 어울리지 않았다. ‘알프스 메시’라 불릴 정도로 뛰어났던 어린 시절 재능과 높았던 기대감에 비하면,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 팀 스토크시티 이적은 아쉬운 행보였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이 있지 않던가. 스토크시티의 핵심선수로 자리매김한 샤키리는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뽐내기 시작했다. 물론 스토크시티는 우승권과 거리가 멀고 생존이 최우선 목표인 팀이었지만 그곳에서 샤키리의 존재감은 빛났다.

특히 스토크시티에서 안정적인 기회를 얻은 그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알프스 메시’가 아직 건재함을 알렸다.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선 노련함 정교함이 돋보이는 도움으로 이변을 일으키더니, 두 번째 세르비아 전에선 추가시간 극적인 골로 스위스의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월드컵에서의 활약은 리버풀과 위르겐 클롭 감독의 관심을 사기 충분했다. 마침 샤키리는 스토크시티가 지난 시즌 강등되면서 새로운 팀을 구해야할 시기였다. 그렇게 샤키리는 다시금 세계적 명망을 지닌 구단의 일원이 됐다.

출발은 좋다. 아직 프리시즌이지만, 샤키리는 데뷔전부터 환상적인 골을 뽑아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클롭 감독의 전술적 스타일이나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 등 동료 선수들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좋은 궁합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모하메드 살라라는 역대급 공격수를 품에 안았고, 불안했던 수비진과 골키퍼 등에 알찬 보강을 했다. 다가오는 시즌엔 단연 우승이 목표다.

샤키리는 과연 리버풀과 함께 ‘알프스 메시’로서 본격적인 비상에 성공할 수 있을까. 돌고 돌아 리버풀로 오게 된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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