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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만나다
[사회적기업을 만나다① 사랑의 자전거] 버려진 도시의 흉물, 나눔으로 다시 태어나다
2018. 08. 22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 목적으로 추구하며 사회적 가치를 거스르기 쉽다. 반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각종 공익단체나 활동가들은 늘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곤 한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자본주의와 공익의 맹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사회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에선 그 역할과 가치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시사위크>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사랑의 자전거 정호성 대표. 젊은 시절부터 사회운동과 복지 관련 활동을 이어온 그는 4년 전부터 사랑의 자전거 대표를 맡아 활동 중이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모처럼 반가운 비가 내린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구청이 아침부터 분주해졌다. 이날은 ‘사랑의 자전거’가 22대의 ‘재생자전거’를 지역 저소득층에게 전달하는 날이었다. 작지만 뜻 깊은 나눔이 이뤄지는 날이라 그런지 구청 직원들의 표정은 내내 밝았고, 활기가 넘쳤다.

사랑의 자전거 정호성 대표는 이날 직접 22대의 재생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왔다. 길거리에 버려져 방치돼있던 것을 수거해 수리한 자전거다. 여기에 동대문구청이 기증받아 마련한 헬멧도 함께 전달됐다.

9시가 조금 넘자 이번엔 각 주민센터의 차량들이 속속 구청에 도착했다. 어느 주민센터는 어린이용 자전거 1대를 싣고 갔고, 또 다른 주민센터는 어른용 자전거 3대를 싣고 갔다. 그렇게 주인을 잃고 버려졌던 자전거 22대가 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다. 또한 자전거 마련이 부담스러운 소외된 이웃들은 이동의 편의를 높여줄 뿐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을 주고, 취미활동까지 될 수 있는 1석 3조의 소중한 선물을 받게 됐다. 정호성 대표는 자신이 가져온 재생자전거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사랑의 자전거가 기증한 재생자전거는 동대문구 각 주민센터를 통해 저소득층 이웃에게 전달됐다. <시사위크>

이후 정호성 대표와 구청 직원들은 다시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하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이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불평보단 “날씨가 선선하니 자전거 수거하기 딱 좋다”며 웃었다.

구청 관할부서에선 민원 접수 또는 순찰을 통해 방치된 자전거에 계도장을 부착한다.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났음에도 그대로 방치된 자전거는 사랑의 자전거가 수거해가고 있다. 이날도 동대문구 일대 주택가와 번화가 뒷골목, 대로변 자전거 거치대 등에서 33대의 방치자전거가 수거됐다.

어떤 곳은 차가 들어갈 수 없어 골목 안쪽으로 한참 걸어가야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외대 앞 역 인근 골목에선 담벼락에 마구 방치된 자전거가 7대나 수거됐다.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곳곳에 은근히 많은 방치 자전거가 있었다. 고물이나 다름없는 자전거도 있었지만, 멀쩡한 자전거도 상당수였다. 이처럼 동네 구석구석 흉물스럽게 방치된 자전거들이 어느새 정호성 대표의 트럭을 가득 채웠다

이렇게 수거된 자전거는 경기도 고양시 행주동에 위치한 작업장으로 옮겨졌다. 고양시가 제2자유로 교각 아래 유휴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곳엔 앞서 수거된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손수레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쪽에 마련된 작업장에선 새 생명을 얻은 자전거들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수거된 자전거들 역시 약 한 달여의 보관기간을 거친 뒤 선별 및 수리 후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동대문구 곳곳에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 중인 정호성 대표와 담당 공무원들. 이날 오전 약 두 시간에 걸쳐 수거된 자전거는 33대에 달했다. <시사위크>

◇ 새 생명 불어넣은 자전거만 9,000여대… 푸드바이크 등 참신한 시도도

2006년 설립된 ‘사랑의 자전거’ 당초 취지는 국내에서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 및 수리해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러 문제로 이 같은 사업은 어려워졌고, 대신 국내를 중심으로 자전거 관련 공익사업을 이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방치된 자전거 수거 및 재생자전거 전달이다. 사랑의 자전거는 지금까지 국내외에 재생자전거 9,000여대를 전달했다. 이들이 전달한 재생자전거는 저소득층은 물론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군부대, 공공기관, 환경단체 등을 만나 다시 달리게 됐다. 2014년과 2015년엔 미얀마에 총 1,000대의 재생자전거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수거한 방치 자전거는 3만7,000대를 넘는다.

이 같은 활동은 자원낭비 및 환경오염을 막는 동시에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과 희망을 전해준다. 정호성 대표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 뜻 깊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방치 자전거로 인해 훼손된 도시미관을 정비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동대문구에서의 방치 자전거 수거는 보통 한 달에 두 차례 진행된다. 한 번에 30대 이상이 수거되니, 연간으로 치면 수백 대에 이른다. 사랑의 자전거는 이 같은 방치 자전거 수거사업을 고양시에서도 진행 중이다.

사랑의 자전거는 현대자전거학원을 통해 자전거 정비 및 안전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자격 검정기관 승인도 받았다. <시사위크>

아울러 사랑의 자전거는 신설동에 위치한 현대자전거학원을 중심으로 자전거 정비교육 및 안전교육 등도 실시하고 있다. 자전거정비자격사 및 자전거안전교육지도자 자격 검정기관으로 승인받아 지난해까지 586명의 정비사와 71명의 안전교육지도자를 배출했다. 일반인에 대한 정비 및 안전교육도 진행한다. 또한 고양시의 찾아가는 자전거 무상점검을 위탁 운영하는 등 자전거와 관련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전거를 통한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도 이어가는 중이다. 방치된 자전거의 부품을 활용해 만든 폐지수거용 손수레와 창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푸드바이크 제작 등을 제작했다.

특히 푸드바이크는 정호성 대표가 큰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다. 사랑의 자전거가 제작한 푸드바이크는 서울의 인기 행사로 떠오른 ‘한강 몽땅축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정호성 대표는 “푸드트럭에 비하면 아직 보완할 점이 많지만 초기자금이 훨씬 적게 들고, 영업 가능지역이 넓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열의를 보였다. 지금도 더 좋은 푸드바이크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는 그다.

사랑의 자전거에서 제작한 푸드바이크가 지난 8월 열린 한강몽땅축제에서 영업 중인 모습이다. 조리대가 자전거에 연결돼있는 형태로, 향후 푸드트럭을 잇는 창업아이템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사위크>

이처럼 사랑의 자전거가 운영 중인 다양한 사업들은 경제의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수익구조라고는 일부 재생자전거 판매와 지자체 위탁사업, 그리고 공익사업 지원 정도다. 폐기 자전거에서 나오는 고철값은 인건비와 운반비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적자다. 그나마 발생하는 수익도 총 8명의 인건비를 충당하기엔 버겁다. 정호성 대표는 월급을 다 받지 못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자전거가 10년 넘게 넘어지지 않고 달리고 있는 비결은 좋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정호성 대표는 “앞으로는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 한 명이 욕심을 내면 지구를 다 가져도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사회적 경제는 나눔의 경제고, 절제의 경제다.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위크>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하잖아요. 그러다보면 좋지 않은 일도 하게 되기 마련이고요. 우리는 반대에요. 돈을 생각하면 못할 짓이죠. 그래도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좋은 일을 하면서 풍족하진 않더라도 밥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무너져가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기 위해선 사회적 경제 구축과 공동체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많은 국민들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랍니다.”

사랑의 자전거는 앞으로도 많은 일을 꿈꾸고 있다.

“자전거 택시를 제작해 문화해설과 함께 고궁관광을 제공하면 서울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요? 장애인이나 노인 분들이 편하고 즐겁게 둘러보는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안 쓰는 자전거를 기증받아 개도국에 보내주는 것도 좋은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몇키로씩 걸어서 학교에 가던 아이가 내가 타던 자전거로 편하게 통학한다는 소식을 접하면 뜻 깊겠죠. 장애인을 위한 자전거를 만들어보는 것도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고가의 수입 제품밖에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