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투구수 1위를 기록 중인 한화 이글스의 샘슨.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투수가 남기는 기록 중,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투구수다. 투구수는 ‘에이스’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숫자다. 많은 공을 던졌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기와 이닝을 책임지고 많은 타자를 상대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구수가 많다고 무조건 투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순 없다. 가능한 적은 수의 공을 던지며 더 많은 아웃카운트와 승리를 챙기는 투수가 더 좋은 투수다.

다만, 여러모로 따져보면 투구수도 꽤나 의미가 있다. 우선, 투구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다는 방증이 된다. 실력이 부족한 선수는 투구수도 많을 수 없다. 행여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해도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면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기 어렵다.

즉, 투구수는 평균자책점처럼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기준은 아니지만 나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투구수 1위는 늘 외국인 투수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니퍼트(당시 두산 베어스)와 헥터(기아 타이거즈)가 똑같이 3,161개의 공을 던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헥터는 2016년에도 3,334개의 공을 던져 1위를 차지했다. 2015년엔 린드블럼(당시 롯데 자이언츠)가 3,329개로 1위에 올랐고, 2014년엔 밴헤켄(넥센 히어로즈, 3,266개)의 차지였다. 2013년엔 리즈(LG 트윈스, 3,214개), 2012년과 2011년엔 다시 니퍼트(당시 두산 베어스)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쟁쟁한 이름을 보면, 투구수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국내 선수가 투구수 1위를 차지한 것은 2010년 김광현(SK 와이번스)이 마지막이다. 당시엔 투구수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국내 선수였다. 2009년과 2008년에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 봉중근(LG 트윈스)이 투구수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외국인 투수가 투구수 1위를 줄줄이 차지하는 사이, 그나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양현종(기아 타이거즈)이다. 지난해에는 니퍼트·헥터에 이어 3위로 이름을 올렸고, 2016년엔 헥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은 어떨까. 역시나 외국인 투수들이 강견을 뽐내고 있다. 현재 투구수 1위는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샘슨이다. 2,567개의 공을 던졌다. 2위는 삼성 라이온즈의 보니야(2,470개), 3위는 소사(LG 트윈스, 2,458개), 4위는 브리검(넥센 히어로즈, 2,432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선수는 양현종(2,424개)이 가장 많은 공을 던져 5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팀별로 소화한 경기수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선발투수의 경우 한 경기에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는 투구수 타이틀을 차지하는 선수는 누가 될지, 언제쯤 다시 국내 선수가 타이틀을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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