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문제를 해결한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최대 관심사였던 손흥민의 군면제도 마침내 이뤄지게 됐다. 병역혜택과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던 손흥민이 비로소 큰 짐을 덜게 된 셈이다.

이번 금메달은 병역혜택 외에도 손흥민에게 무척 큰 의미가 있다. 축구선수로서 첫 우승을 경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후 레버쿠젠과 토트넘을 거치며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올랐다. 쟁쟁한 선수들이 모여드는 세계 최고의 무대 EPL에서 이달의 선수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을 정도다. 선수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몸값(이적료)은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그리고 토트넘에서도 우승컵을 들어본 적이 없다.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컵대회 우승조차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늘 우승엔 실패했다. 2008년 AFC U-16 축구선수권대회에선 준우승에 그쳤고, 2011년 아시안컵은 3위에 머물렀다. 2015년 아시안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각각 준우승과 8강이 최종성적이었다.

우리나라가 우승 못지않은 성과를 남긴 2012년 런던올림픽과 우승을 차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정작 손흥민이 없었다.

이처럼 유소년대표팀 시절부터 프로데뷔 이후까지,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우승에 닿지 못했던 손흥민이 마침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선수 개인이 뛰어난 것과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개인 혼자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팀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료 선수들과 함께 더욱 강한 팀을 만들고, 중대한 고비를 넘겨야 비로소 우승에 닿을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첫 우승은 손흥민에게 상당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슈퍼스타의 중압감을 노련하게 이겨내며 자신이 돋보이기보단 조력자의 역할에 더 무게를 뒀다. 이는 1골 5도움의 개인기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손흥민의 이러한 역할은 황의조와 이승우 등이 펄펄 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팀의 우승을 위해 어떤 자세와 정신, 그리고 협력이 필요한지 직접 경험한 것이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현재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손흥민을 비롯해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젊은 공격자원이 나란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고, 수비도 탄탄하다. 충분히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는 전력이다.

이제는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쌓은 ‘우승 경험’을 토트넘에 전수할 차례다. 생애 첫 우승에 성공한 손흥민이 소속팀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