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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계류법안③] 영화관 광고 언제까지?… 규제 법안 몇 년째 ‘발의만’
2018. 09. 14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은 1만여 건이었다. 20대 국회 전반기가 지난 지금, 계류된 법안만 벌써 1만 건이다. 국회의원들은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해당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또 새로운 법안을 내고 잊어버리기 일쑤다. 발의건수를 훨씬 밑도는 법안 처리율을 보면 이번 국회에서 폐기될 법안 건수가 또다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의 법안발의, 이대로 괜찮을까. <편집자 주>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은 몇 년 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 계류돼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입장지연에 따른 관람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본영화는 약 10여분 후에 시작됩니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은 몇 년 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 계류돼있다. 참여연대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상대로 공익 소송을 제기한 이후 꾸준히 논란이 돼왔던 ‘영화관 광고 상영 금지’ 문제는 현재까지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관련 법안은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19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된 같은 내용의 법안도 수두룩하다. 정치권이 여론에만 매몰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배경

2015년 참여연대·청년유니온·민변 등 시민단체는 멀티플렉스 3사의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개시했다. 영화관의 수익을 위해 관객의 동의 없이 상영하는 광고를 중단하라는 게 캠페인의 주요 취지였다. 시민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는 물론 대형 멀티플렉스 중 하나인 CGV를 상대로 부당 이득 반환 및 위자료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영 시간 내에 광고를 상영한다는 사실이 관객이 영화와 극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CGV는 티켓 구매 전과 후에 (광고 상영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다.

홍정훈 참여연대 간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19대 국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관련 법안들이 많이 발의가 됐었고 20대 국회에서도 발의가 됐는데 이런 부분이 빨리 개정이 돼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관객들의 권익을 좀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 법안 주요 내용

시민단체의 해당 소송이 기각되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영화관도 먹고 살아야 되는 건 이해하지만 똑같은 광고를 몇 번씩이나 내보내는 것은 너무하다”(happ**) “내가 내 돈을 내고 광고까지 봐야 하느냐”(zxcf**) “회사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시간을 빼앗아도 된다고 생각하느냐”(kmj9**)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국회에서는 영화관 광고상영을 규제하는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됐다. 하지만 통과된 건수는 0건이다. 가장 최근에 발의된 법안은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영비법 개정안이다. 김 의원은 인터넷 홈페이지 및 영화티켓에 실제 영화상영시간과 예고편·광고에 소요되는 시간을 구분해 공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신설했다.

영화관 광고 상영과 관련한 법안 <시사위크>

◇ 논의과정

하지만 국회 문체위에는 김 의원 안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 2건이 이미 계류돼있다. 18대 국회와 19대 국회 때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주승용 바른미래당(전 국민의당) 의원과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영화관 광고 상영과 관련한 영비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출범 직후인 2016년에 발의했다. 문체위는 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나 서비스 제공자의 영업의 자유 또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규제의 도입은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문체위는 또 “모든 관람객들이 영화 관람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는 본인 좌석에 착석한 뒤 개인 물품을 정돈하는 등의 ‘에티켓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영화상영 시작시간을 실제 시작시간보다 10여분 전으로 표시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에티켓 시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상영관이 광고 상영을 못하도록 규제하기보다 완화된 수단을 통해 관람객이 광고시청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조언했다.

◇ 전망

3대(18·19·20대)에 걸쳐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번에도 처리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20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에 들어서면서 한반도 평화·규제개혁·민생 등 굵직한 법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비법 개정안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