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사극’이라는 극장가 오랜 공식이 올해도 완성됐다. 추석 극장가 대전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영화 라인업 BIG4 중 사극만 무려 세 편이다. (왼쪽부터) ‘물괴’·‘명당‘·‘안시성’·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명절엔 사극’이라는 극장가 오랜 공식이 올해도 완성됐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에 이어 19일 개봉한 ‘명당’(감독 박희곤), ‘안시성’(감독 김광식)까지 추석 극장가 대전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영화 라인업 BIG4[‘협상’(감독 이종석) 포함]중 사극만 무려 세 편이다.

반복되는 장르에 식상함을 느낄 이들도 있겠지만,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큰 카테고리로 보면 같은 장르인 사극으로 분류되지만, 소재가 제 각각인데다 시대적 배경도, 주요 내용도 모두 다르기 때문. 색다른 재미를 기대해볼 법하다.

가장 먼저 개봉한 사극 영화는 ‘물괴’다.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조선, 그리고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자들이 나타났고, 이 괴설이 나라를 흉흉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물괴’는 한국 최초로 시도된 크리처(creature) 사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총 12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물괴’는 괴이한 짐승을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이질감 없이 스크린에 구현, 호평을 받고 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비주얼의 사극 영화이자 가장 한국적인 크리처 무비의 탄생이라는 평가다. 진부한 스토리가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시도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명당’은 풍수지리와 명당, 흉당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흥미를 끌고 있다. ‘관상’, ‘궁합’을 잇는 역학 시리즈의 완결판으로 꼽히는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 정해진 운명을 따라야 하는 다른 역학 시리즈와 달리 ‘명당’은 땅을 통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차별화를 꾀했다.

실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점도 흥미롭다.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을 받아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나라와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명당을 찾는다는 영화적 상상이 더해져 색다른 이야기가 완성됐다. 스크린에 펼쳐진 조선 팔도의 절경과 장엄한 볼거리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시성’은 총 제작비 22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경쟁작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안시성’은 양만춘 장군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동안 스크린에서 깊게 조명하지 않았던 고구려 시대를 담아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유일한 현대극 ‘협상’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안시성’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총 네 번의 전투신이 펼쳐지는데, 웅장하고 화려한 비주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몇몇 인물의 전투 장면이 슬로 모션으로 그려지는 등 섬세하고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이는데 이는 전쟁터 한가운데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한다.

‘협상’은 유일한 현대극이다.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 분)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 분)이 협상을 시작하는 범죄 오락 영화. 한국 영화 최초로 협상이라는 소재를 다룬 ‘협상’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 오직 모니터만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협상가와 인질범의 실시간 대결을 그리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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