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킹스는 지난 12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매년 반등을 기대하는 팬들의 속이 썩어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은 새크라멘토의 데이비드 예거 감독/ 뉴시스·AP
새크라멘토 킹스는 지난 12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매년 반등을 기대하는 팬들의 속이 썩어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은 새크라멘토의 데이브 예거 감독/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스포츠 팀 하나를 응원한다는 것은 때론 잔인한 일이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나 샌안토니오 스퍼스처럼 전통의 강호로 손꼽히는 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은 부침을 겪기 마련이며 늘 하위권에 자리해있는 만년 약체 팀들도 있다. 지역 주민이어서,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서, 혹은 로고가 멋있다거나 처음 본 프로 경기가 우연히 그 팀이었다는 이유로 약팀을 응원하게 된 팬들은 매년 제자리를 걷는 성적과 방만한 구단 운영에 속을 썩이곤 한다.

ESPN은 26일(현지시각) 미국 4대 스포츠리그(NBA·NFL·MLB·NHL) 구단들을 대상으로 ‘가장 비참한 팬덤’의 순위를 발표했다. 우승이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 정규시즌 승률 등 단순한 팀 성적뿐 아니라 중요한 경기들에서 얼마나 많이 졌는지, 라이벌 팀들은 얼마나 잘나가는지와 같은 정성적인 요소들도 평가 기준으로 활용됐다.

◇ 가장 팬의 속을 썩이는 팀은 새크라멘토 킹스

1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새크라멘토 킹스가 미국 4대 스포츠 가운데 가장 팬들을 비참하게 만든 팀으로 선정됐다. 2010년 이후 5할 승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MLB)나 2017/18 정규시즌에서 전패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NFL)도 새크라멘토보다는 순위가 낮다.

NBA 역대 최악의 심판판정들이 속출했던 2002년 서부지구 결승전은 아직까지도 새크라멘토 팬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레이커스에게 유리한 판정들이 쏟아진 끝에 새크라멘토는 1951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 기회를 놓쳤으며, 이후 블라디 디박·크리스 웨버·페자 스토야코비치 등 킹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팀을 떠나자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캘리포니아 라이벌인 LA 레이커스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가 21세기에만 도합 8번의 챔피언십을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크라멘토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디에런 팍스와 윌리 컬리 스테인, 해리 자일스 등 어린 유망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로스터의 무게감 자체가 떨어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새크라멘토 팬들로선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은 마빈 베글리 3세가 드마커스 커즌스의 빈자리를 메워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한다면, 새크라멘토의 플레이오프 진출실패 기록은 미네소타의 기록(13년)을 깰 가능성이 높다.

◇ 좌절의 피닉스·존재감 없는 샬럿·배 아픈 클리퍼스

중요한 순간에 좌절한 역사로 따지면 피닉스 선즈만한 팀이 없다. 스티브 내쉬를 필두로 NBA에 ‘런 앤 건’ 돌풍을 일으켰던 2000년대 중·후반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LA 레이커스에게 무릎 꿇었다. 더 옛날로 올라가보면 찰스 바클리와 케빈 존슨을 데리고도 시카고와 휴스턴에게 가로막혔던 90년대의 기억도 있다. 피닉스는 ESPN의 ‘비참한 팬덤’ 랭킹에서 NBA 2위, 전체 14위에 올랐다.

3위는 NBA 역대 최악의 승률기록(10.6%, 2011/12시즌)을 갖고 있는 샬럿 호네츠다(전체 19위). 당장 성적이 반등할 가능성도, 이렇다 할 비전도 없는 샬럿에 팬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위안거리가 있다면 올스타 가드 켐바 워커의 활약뿐이다. 한편 4위에는 늘 레이커스의 등쌀에 시달리는 LA 클리퍼스가 뽑혔다(전체 25위). 그나마 지난 수년간은 크리스 폴과 블레이크 그리핀의 활약으로 서부지구 강호의 자리를 지켰지만, 이들이 클리퍼스를 떠나고 르브론 제임스가 레이커스에 합류한 올해부터는 상하관계가 다시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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