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스페셜뉴스
[반짝반짝 주식금수저⑦ 한국석유공업] 장남은 더 ‘반짝’
2018. 10. 10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한국석유공업 강승모 부회장의 두 자녀는 주식 보유 규모가 크게 차이난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한국석유공업 강승모 부회장의 두 자녀는 주식 보유 규모가 크게 차이난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부계혈통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를 선호하는 관념.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남아선호사상’을 설명하는 말이다. 최근엔 과거에 비해 이 같은 관념이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포착되곤 한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아들 중심의 승계 및 후계구도가 굳건하게 남아있다.

이는 ‘주식금수저’ 사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석유공업이다.

오너일가 3세 경영인인 강승모 KP그룹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석유공업은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 2명의 미성년자가 등장한다. 강승모 부회장의 딸과 아들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보유주식의 규모 차이다. 첫째아이인 2000년생 딸 A양은 1,170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A양의 동생이자 강승모 부회장의 장남인 2004년생 B군은 3만5,093주의 주식을 갖고 있다. 누나보다 약 30배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남매사이인 A양과 B군은 주식 보유 과정 자체가 크게 차이난다. A양은 3살이던 2002년 장내매수를 통해 처음 한국석유공업 주식을 보유했다. 이때 확보한 주식 수가 1,170주였고, 주당 1만2,700원씩 약 1,500만원이 투입됐다. 이후 A양의 주식은 16년째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

B군은 생후 4개월 무렵이던 2004년 12월 역시 장내매수를 통해 처음 주식을 보유했다. 5,050주를 주당 1만1,606원에 사들이며 약 6,000만원을 투입했다. 처음부터 누나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보유한 것이다.

이후 B군의 주식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 11월 장내매수를 통해 2만2,200주를 추가로 사들였고,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1,000여주의 주식을 추가 확보했다. 이어 2015년엔 또 다른 최대주주 친인척 C씨로부터 5,966주의 주식을 증여받았다. 그렇게 A양의 주식 수가 1,170주에 머무는 사이 B군의 주식은 3만5,093주가 됐다.

보유주식 규모 차이만큼 A양과 B군의 주식자산 규모도 차원이 다르다. 약 1,500만원을 투입해 매입한 A양의 주식은 현재 1억8,000만원 상당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16년 동안 10배 이상 오른 것이다.

하지만 10배 이상 오른 A양의 주식도 B군 앞에선 초라하기만 하다. B군이 가진 한국석유공업 주식의 현재 가치는 55억원을 훌쩍 넘는다. B군의 경우 그동안 주식매입에 총 12억5,300만원을 투입했고, 증여받은 주식의 당시 가치는 총 5억4,000만원이었다.

이처럼 A양과 B군의 주식 자산이 크게 증가한 배경엔 남북관계 개선이 있다. 도로포장용 아스팔트와 각종 건축·산업용 아스팔트 등을 생산하는 한국석유공업은 남북경협 수혜주로 꼽히면서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문제는 A양과 B군의 주식 보유 규모 차이의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 남매 모두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경영능력이나 경제력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B군이 장남이라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가능성을 지닌 이유로 추정된다. 같은 집안의 주식금수저 사이에서도 또 다른 계급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여성 오너일가의 경영참여가 한층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의 승계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아들 중에서도 장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