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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만나다
[사회적기업을 만나다⑥ 작은영화관] 편견을 깨고 경제논리를 넘다
2018. 10. 19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 목적으로 추구하며 사회적 가치를 거스르기 쉽다. 반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각종 공익단체나 활동가들은 늘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곤 한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자본주의와 공익의 맹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사회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에선 그 역할과 가치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시사위크>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작은영화관은 대도시의 화려하고 거대한 멀티플렉스 보단 훨씬 작지만, 중소 지방도시의 문화소외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진은 경북 고령군에 위치한 작은영화관. /작은영화관 제공
작은영화관은 대도시의 화려하고 거대한 멀티플렉스 보단 훨씬 작지만, 중소 지방도시의 문화소외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진은 경북 고령군에 위치한 작은영화관. /작은영화관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는 문화생활은 영화관람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명당 4.15편의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영화관객 시장이 ‘2억 명’에 달하는 셈이다. 인구수는 전 세계 27위지만, 연간 영화관객 규모는 세계 1위 수준을 자랑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나라답게 영화 관련 산업도 눈부신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영화가 전 세계적인 주목과 사랑을 받은 지는 이미 꽤 오래됐다. 대형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극장인프라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도시와 지방의 현격한 인프라 차이가 존재한다. 도시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영화를 접할 수 있다. 서울만 봐도 CGV가 27개, 롯데시네마가 23개, 메가박스가 18개의 영화관을 운영 중이다. 각 영화관마다 다수의 스크린이 있어 다양한 영화를 다양한 시간대에 상영한다. 잠시 비는 시간을 영화관람으로 때우는 일조차 흔하다.

반면, 지방에선 이러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그저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점차 증가하곤 있지만, 여전히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 지방도시에서는 영화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곳에선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인근 대도시까지 이동해야 하고,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 논리다. 영화관을 짓고 운영하기 위해선 적잖은 비용이 든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가 필요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인구가 더 많은 대도시 중심으로 영화관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

2013년, 두 번째로 문을 연 전북 임실군의 작은영화관. /작은영화관 제공
2013년, 두 번째로 문을 연 전북 임실군의 작은영화관. /작은영화관 제공

◇ 수익성 따지는 대형 멀티플렉스가 못하는 일, 작은영화관은 한다

이 같은 공백을 메우며 중소 지방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바로 ‘작은영화관’이다. 이름처럼 작은 규모의 영화관을 전국 각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작은영화관의 전신은 글로벌미디어테크라는 영사기 개발업체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상영기술이 발전 및 변화하는 것을 감지한 글로벌미디어테크는 작은영화관 사업을 구상했다. 필름으로 영화를 상영하던 시절엔 도시와 지방의 동시상영이 어려웠고, 숙련된 기술도 필요했으나 디지털 상영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아무리 소규모 영화관이라 해도 짓는데 10억원 가량이 필요했다. 작은 벤처기업 입장에선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고,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했다. 이에 글로벌미디어테크는 전국의 100여개 군청에 사업제안서를 보냈다. 지자체가 작은영화관만 지어주면, 위탁운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다수 지자체는 이러한 제안을 외면했지만, 단 한 곳 전북 장수군이 응답했다. 그렇게 인구 2만여 명의 작은 지방도시에 작은영화관 1호점이 2010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주위의 우려대로 초반엔 적자가 이어졌다. 시행착오도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작은영화관을 포기하진 않았다. 일정 시간이 흐르자 작은영화관이 지닌 긍정적인 요소들이 다시 평가받기 시작했다. 중소 지방도시의 문화소외를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작은영화관이 망하지 않고 운영되는 것을 확인한 지자체와 정부가 큰 관심을 보이면서 전국 각지에 소규모 영화관 건립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2013년 전북 임실군에 두 번째 작은영화관이 문을 열었고, 이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109개 지차제에 작은영화관 건립비용을 5억원씩 지원키로 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5억원씩 투자해 소규모 영화관을 건립한 뒤, 공모를 통해 위탁운영하는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작은영화관도 사업부문을 분할해 독립하고, 작은영화관 위탁운영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2015년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마쳤다. 이후 작은영화관은 해마다 급속도로 늘어났다. 현재 전국 중소 지방도시 40곳에서 소규모 영화관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이 중 작은영화관이 위탁운영 중인 곳은 30곳에 달한다.

작은영화관의 위탁운영 현황. 2013년 2개점에 불과했던 작은영화관은 어느덧 30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영화관 제공
작은영화관의 위탁운영 현황. 2013년 2개점에 불과했던 작은영화관은 어느덧 30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영화관 제공

작은영화관은 크기가 작을 뿐 영화관 운영이나 시설은 대도시 멀티플렉스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상영관은 대부분 50~100석 안팎의 크기로 보통 2개관이 운영된다. 개봉 시기는 대도시와 같고, 아침부터 밤까지 영화를 상영한다. 인터넷을 통한 예매도 가능하고, 영화 관람 시 빼놓을 수 없는 팝콘 등의 간식 역시 판매한다. 지역 아이들을 위해 애니메이션도 꼬박꼬박 상영하고 있다. 김준근 작은영화관 시네마운영본부장은 “기본 200~300석씩 하는 멀티플렉스에 비해 덜 번잡하고, 몰입도가 좋고, 음향도 훨씬 생생하게 들리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티켓가격은 대도시 멀티플렉스의 절반 수준인 6,000원이다. 과거에 이런 지역에서 가족이 영화를 한 편 보려면 교통비에 식사·간식 비용까지 거의 10만원은 필요했지만, 작은영화관은 훨씬 가까운 곳에서 단돈 6,000원에 최신 개봉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티켓가격이 이처럼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배급사들의 배려 덕분이다. 수익배분도 다소 복잡한 멀티플렉스와 달리 5대5로 일률 적용된다. 김준근 본부장은 “사실 배급사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배려다. 수익도 그렇지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은영화관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비단 문화소외 해소만이 아니다. 영화관 운영을 위한 인력을 해당 지역에서 채용하며 지역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작은영화관 한 곳당 정규직 3명 등 8명 안팎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어 전체 직원 수는 300명이 훌쩍 넘는다. 작은영화관 특성상 여성 직원 비율이 80%에 달하고, 경력단절 여성 채용도 많은 편이다.

이처럼 지난 5년간 영화관 1곳에서 30곳으로 급성장한 작은영화관은 수익구조 또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김준근 본부장은 “아직까지 큰 이익을 내진 못하고 있지만, 올해는 조금이나마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관 특성상 흥행작에 매출이 좌우되는 측면이 크고,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만한 영화일수록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해당 지역의 유일한 존재인 작은영화관이 지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적당한 규모 덕분에 일반인 또는 소규모단체의 단체관람에 큰 부담이 없다.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프로포즈를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대기업 및 지자체와 연계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종종 펼쳐지고 있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김준근 본부장은 “기본적으로는 영화관 사업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이벤트나 사회공헌 등을 시도해보고 있다”며 “아무래도 도시처럼 관객 수가 많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지역 문화인프라를 함께 지킨다는 마음으로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