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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이 간다
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안진걸이 간다⑨] 편의점 경영난 “최저수익보장제로 답 찾자”
2018. 10. 26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편의점주 경영난 해소 방안으로 '최저수익보장제'가 관심을 받고 있다. /뉴시스
편의점주 경영난 해소 방안으로 '최저수익보장제'가 관심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고의 창업 파트너가 되겠다.” “점주의 성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겠다.”

편의점 가맹본부 홈페이지 창업 안내 페이지에 들어가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하지만 편의점 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는 양상은 이런 포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가맹본부는 수익은 늘어나는데, 점주들의 경영난은 심화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불공정했다. 점주들은 “본사의 무분별한 출점과 불공정한 거래구조로 점주들만 어려우지고 있다”며 진정한 상생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핵심 상생책으로 ‘최저수익보장제 확대’가 화두로 떠올랐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무분별한 출점으로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최저수익보장제, 왜곡된 편의점 시장 해결책으로   

‘최저수익보장제’는 가맹점 수입이 일정 금액에 미달시 그 차액을 본사가 보존해주는 제도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가맹점 생존권 보호를 위해 1989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일본 내 편의점 브랜드 1위인 세븐일레븐은 15년 가맹계약 중 12년간 연매출 2,000만엔(한화 2억여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만큼 최저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로손은 10년간 1,860만엔, 훼미리마트는 10년간 연 2,000만엔, 미니스톱은 7년간 연 2,100만엔을 보장한다.

국내 편의점 업계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는 있다. 다만 그 기한과 기준 금액에서 차이점이 크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5년의 계약 기한 중 1년 정도만 수익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시 이를 일부 보전해주고 있다. CU의 경우, ‘초기안정화제도’를 통해 월 점포 매출이익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익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점주들은 이 제도가 큰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는다.

충남 천안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지난해 7월말 점포를 열었다. 일 150만원의 매출이 날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품고 운영을 시작했지만 기대는 실망감을 바뀌었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했지만 10개월 넘게 마이너스 손실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상황을 살펴보자. 그 달 점포매출 수익은 553만원이었다. 여기에 본부 장려금 30여만원을 더하면 총 수입은 580만원. 하지만 여기서 영업비(카드수수료, 폐기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490만원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인건비(410만원), 임대료(220만원, 부과세포함), 전기세(51만원) 등을 제하고 나니, 197만원의 손실이 났다. 이처럼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이상까지 손실이 났지만 ‘초기안정화제도’를 통해 최소 수익을 보전받은 것은 단 2번 뿐이었다.

◇ 무분별 출점도 막고 점주도 살린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최저수익보장제가 편의점 산업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김경희 기자

A씨는 “최저수익 보전 기준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월 점포매출수익이 기준(300만원+임대료(200만원))에 미치지 못해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다. 올해는 ’420만원+임대료 200만원으로 그 기준이 상향돼 1~2월은 겨우 지원금을 받았다. 그렇다고 그 달 수익이 흑자는 아니었다. 인건비과 임대료를 제하고 나니, 마이너스 손실은 마찬가지였다.

A씨는 “월 점포매출이익이 500~620만원 선에 불과한 점포는 많지 않다”며 “대부분이 그 기준을 상향하고 있는데,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게다가 그 제도마저도 기한(1년)이 지난 6월말을 기해 종료됐다. A씨는 지난 8월부터 심야영업을 접고, 19시간을 가까이 혼자 일하며 경영난에 시름하고 있다. A씨는 “이 상태가 계속되면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는 A씨뿐만이 아닐 것이다.

편의점 점주협회에서는 최저수익보장제 기준을 현실화하고, 보장 기한을 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정책국장은 “본사는 수익이 나는데, 점주들은 손실이 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역관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또 다시 과거의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편의점업계에선 2012~2013년 경영난을 못 이겨 점주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있었다. 정 국장은 “인건비와 관리비를 등을 제하고 점주들이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의 수익은 보장받을 수 있을 정도의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지원을 해도 안 되는 점포는 위약금 없이 희망폐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의 생각도 같았다. 안 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본사에도 타격이 된다”며 “점주들이 있어야, 가맹본부도 있는 것이다. 점주와 가맹본부는 운명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다. 상생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수익보장제’가 무분별한 출점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소장은 “최저수익보장제가 제대로 도입되면, 본사들이 출점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근접출점제한 규정이 생기지 않아도 알아서 자제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같은 최저수익보장제가 편의점업종 뿐 아니라, 전 가맹사업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안 소장은 “최저수익보장제가 지금은 편의점 업종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다른 업종에도 같은 제도 도입이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며 “최근 일부 가맹점업종 본부에선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수익보장제는 최근 정치권에서도 주요 해결책으로 모색되고 있다. 지난 17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5대 민생 의제에 편의점주 최저수익 보장 확대를 포함시켰다.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본사들이 어떤 상생책을 내놓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