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⑯] 가정의 시작은 ‘집’입니다
2018. 10. 30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감당하기 힘든 집값은 결혼과 출산의 최대 난제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감당하기 힘든 집값은 결혼과 출산의 최대 난제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46일. 제 딸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자기 스스로 몸을 뒤집은 날입니다. 이전까진 낑낑대며 넘어갈듯 넘어가지 못하던 아이가 한 번 뒤집기에 성공하더니 이제는 정신없이 뒤집고 있습니다. 또 한 번 ‘많이 컸구나’를 느낍니다.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한 요즘, 저희 가족은 큰일을 하나 치렀습니다. 이사를 한 겁니다. 짧지만 정들었던 신혼집을 떠나 새로운 집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네요.

사실, 신혼집의 전세계약은 내년 2월까지였습니다. 계약을 채우지 않고 조금 빨리 이사를 하게 된 것은 역시나 아이 때문입니다.

먼저, 다가오는 겨울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지난해 겨울, 무시무시한 한파를 기억하실 겁니다. 연일 계속된 시베리아 한파에 수도와 배관이 꽁꽁 얼어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죠. 비교적 따뜻한 편이었던 저희 집도 끝내 배관 한 곳이 얼어버리는 사태를 겪었습니다.

저희 부부 둘만 산다면 조금 불편해도 감수했을 텐데요, 아이가 있으니 그렇지 않더군요. 지난해와 같은, 혹은 그보다 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을 생각해보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게다가 올 여름이 ‘역대급’으로 더웠다보니 겨울에 대한 걱정도 더 크게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밖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점이나 평수가 작은 점 등도 이사를 결심하게 만든 요인인데요. 이 역시 모두 아이와 직결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정말 아이 때문에 이사를 한 것이지요. 나름 공을 들인 셀프 인테리어로 취향에 딱 맞춰둔 신혼집과 이별하면서요. 

조만간 분주하게 기어다닐 아이를 위해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조만간 분주하게 기어다닐 아이를 위해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문제는 감당하기 힘든 집값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기 좋은 환경의 집은 당연히 더 값이 나갔습니다. 그렇다고 더 외곽으로 나가기엔 저와 아내의 출퇴근 문제가 걸리지 않을 수 없었죠.

때마침 딱 맞는 집을 만났고, 저희가 살던 집도 금방 새 주인을 만나면서 다행히 일이 잘 풀렸습니다. 1억 가까이 증가한 전세금은 정부 지원과 그동안 조금씩 저축·투자해둔 자금을 싹 끌어 모아 마련했고요. 이사 비용과 새집에 필요한 가구까지 더하면 정말 빠듯했습니다.

아마 저희처럼 아이 때문에 이사를 하거나, 이사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집값은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체감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갖는데 있어 많은 걸림돌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게 주거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문제에 비해 답을 찾는 게 훨씬 어렵거든요.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수천만원~수억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주거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돼도 출생아수 감소를 막고 증가를 유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주거문제로 인해 자녀계획을 미루는 신혼부부들이 보다 일찍 아이를 갖게 된다면, 둘째·셋째를 가질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니까요.

뿐만 아닙니다. 저출산 문제의 또 다른 중요한 한 축은 결혼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인데요. 결혼이 줄어드는 핵심 원인 역시 주거문제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결혼을 망설이는 친구와 지인 대부분이 주거문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더군요. 이들의 주거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만큼 결혼이 늘고 출산도 늘어날 겁니다.

청년·신혼부부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일부 정책의 도움을 쏠쏠히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사각지대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청약은 로또나 다름없고, 대출은 조건이 까다롭죠.

대표적인 신혼부부 주거문제 지원책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만 해도 그렇습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선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여야 하는데요. 맞벌이부부의 경우 여기부터 걸려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먼저 지원해주는 것이 맞습니다만, 대출 지원인 만큼 규모를 더 확대하고 다양한 조건을 적용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대출 지원 대상을 늘리는 대신, 소득 및 대출액에 따라 상환기간과 금리에 차이를 두는 겁니다. 중소기업 직원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겐 별도의 추가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고요.

아울러 단기적으로 일부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책도 주거문제에 따른 저출산 심화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집을 구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약간의 금액 차이로 인해 적당한 집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적어도 아이 때문에 이사를 하는 가정은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결국 돈이 문제겠죠. 막대한 예산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고, 시행되기까지 논란도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가져올 효과를 생각하면, 가성비가 충분히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회수되지 않는 일방적 지원도 아니고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는 부동산 시장 붕괴를 가져올 겁니다. 그때 가서 후회하기엔 너무 늦고 돌이킬 수 없습니다.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지원책 모색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