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영희가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을 통해 6년 만에 스릴러로 복귀한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배우 서영희가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을 통해 6년 만에 스릴러로 복귀한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서영희가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을 통해 6년 만에 스릴러로 복귀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소화하는 서영희지만,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특히 놀라운 역량을 과시해 ‘호러퀸’으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여곡성’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서영희는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했다. 영화 ‘클래식’(2003), ‘질투는 나의 힘’(2003),  ‘라이어’(2004), ‘마파도’(2005), ‘무도리’(2006), ‘궁녀’(2007) 등과 드라마 ‘12월의 열대야’(2004), ‘인어이야기’(2007), ‘며느리 전성시대’(2007~2008)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서영희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은 영화 ‘추격자’(2008)를 통해서다. 극중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 분)에게 납치됐다가 탈출한 뒤 쫓기는 인물인 미진으로 완전히 분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0년 개봉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도 빼놓을 수 없는 서영희의 대표작이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서영희는 섬에 고립된 채 섬주민들에게 육체적, 정서적으로 학대받는 복남 역을 맡았다. 피해자였던 복남의 모습과 잔인한 복수자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세심하게 표현해 내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서영희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영화 ‘비정한 도시’(2012), ‘배우는 배우다’(2013), ‘마돈나’(2015), ‘탐정:더 비기닝’(2015), ‘탐정: 리턴즈’(2018) 등과 드라마 ‘천 번의 입맞춤’(2011~2012), ‘지운수대통’(2012), ‘세 번 결혼하는 여자’(2013~2014), ‘시크릿 마더’(2018)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유독 힘든 역할을 소화해 ‘고생 전문 배우’로 불리는 서영희는 스크린 복귀작 역시 만만치 않은 사극 공포물 ‘여곡성’을 택했다. ‘여곡성’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옥분(손나은 분)이 원인 모를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되고,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 분)과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를 담은 작품이다. 1986년 개봉한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극중 서영희는 서늘한 표정 뒤 욕망을 감춰둔 여인 신씨 부인 역을 맡았다. 앞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여곡성’에서 서영희는 철저하게 집안을 군림하다 어느 날부턴가 다른 사람처럼 집안을 돌아다니는 등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신씨 부인으로 분해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도 피 칠갑을 한 채 열연을 펼쳐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고생작’을 추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크린 밖에서 만난 서영희는 ‘호러퀸’ 보다는 ‘긍정퀸’에 가까웠다. 작품 속 어둡고 우울한 얼굴 대신 밝고 유쾌한 미소로 “항상 행복하다”며 긍정에너지를 전파했다.

서영희가 ‘여곡성’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서영희가 ‘여곡성’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언론배급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유독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영화를 본 직후여서 정신을 차려야 했다. 멍한 상태였다. 영화를 먼저 봤으면 긴장을 떨치고 왔을 텐데 내 모습을 처음 봐서 계속 어색함이 머릿속을 맴돌더라. 못한 점만 계속 되뇌며 후회만 하고 있었다.”

-사극에다가 공포물이고, 게다가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캐릭터를 맡았다.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여곡성’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촬영할 때는 부담감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난 후 더 느꼈다. ‘멘붕’(멘탈 붕괴)이 왔었다. 신씨 부인이 야망과 위엄, 그리고 열정이 넘치는 캐릭터였고 단단함이 있었다. 그 부분을 잘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첫 등장 때부터 강렬함이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익숙하게 잘 해야 영화 전체가 산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던 것 같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 빠른 지금 이 시대에 옛것을 다시 되돌아보면 더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궁금함도 있었고, 사극 공포물을 많이 보고 자란 세대여서 나처럼 그리워하는 분들이 잘 봐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작이 있다는 것이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장점을 살리면서도 본인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있나.
“원작에서 보인 신씨 부인의 모습을 나를 통해 재현되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 그때 당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연기하신 열정이 두려웠다. 실제 지렁이를 사용해서 먹는 열정, 눈에 특수효과가 아닌 무언가를 집어넣는 열정 등이 정말 무섭더라. 내가 그 열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에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신씨 부인의 위엄과 열정, 야망이 잘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눈에는 내 모습이 영 어색한데 관객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본인의 연기를 보지 못하는 편인가.
“그런 편이다. 모니터도 잘 못한다. 첫 영화 촬영 때 감독님이 모니터를 못보게 하셨다. 그때 당시 살도 많이 찌우고 통통한 역할이었는데 수영복 입고 전화를 받는 장면이었다. 모니터를 한 후에 내 연기가 바뀌더라. 배에 힘을 주고 자세를 고치면서 불편하게 연기를 했다. 그때 다짐했다. 기술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면 모니터를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 단점만 보이더라. 연기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서 웬만하면 잘 안 본다. 어색해서 못보는 것도 있다. 민망하다.”

고생 전문 배우로 불리는 서영희 /스마일이엔티 제공
고생 전문 배우로 불리는 서영희 /스마일이엔티 제공

-이번 작품도 그렇고 ‘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 유독 고생하는 역할을 많이 소화했다. 센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평상시 누군가에게 화를 낸다거나 나쁜 소리를 하지는 못하지 않나. 참는 편이기 때문에 내 안에도 화가 쌓일 텐데 연기할 때 발산하니 시원할 때가 있더라. 좋다. 힘든 역할을 하고 나면 보람도 느낀다. 내가 한 고생보다 더 많이 알아봐 주신다. 고생스럽고 힘든 역할인데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는 말보다 낫지 않나. 같이 느끼고 걱정해주셔서 좋다. 내가 맡은 역할을 잘 이해해주신다고 생각해서 보람을 느꼈다.”

-어려운 작품을 하고 나면 빠져나오는데 힘들지 않나.
“묻어놓고 꽁하는 성격이 아니다. 쉽게 잘 잊는 편인데,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짧은 집중력(웃음). 그리고 마침 힘든 역할을 할 때 밝은 캐릭터도 같이 촬영을 했던 적이 많았다. 힘든 것 찍고 다른 촬영장가서는 밝은 캐릭터하면서 잊어버리고 완전히 다른 장르를 소화했다. 또 집에 가면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다. 빠져나오거나 집중하는데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공포, 스릴러 하면 서영희라는 말이 있을 정도 임팩트 있는 작품을 많이 소화했다.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내 이름이 떠오르는 뭔가가 있어서 너무 좋다. 굳혀지는 건 내가 어떤 방법으로 다음 연기를 하느냐에 다라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수식어가 붙는 것은 욕이 아닌 이상은 행복한 것 같다. 못해서 붙여지는 게 아니지 않나. 나한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고, 또 나에게 맞는 역할이기 때문에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수식어에 또 다른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서영희라는 배우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편견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힘든 역할을 많이 해서 우울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더라. 웃는 모습을 상상 안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점은 한 영화에 집중해 봐주셔서 그런 것 같다. 조금 벗어나면 다른 모습도 많지만, 특정 역할에 대해 깊게 생각해주셨던 부분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일상이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웃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멀쩡하다. 하하.”

-딸을 출산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이 많을 것 같다. 출산 전과 후 다른 점이 있다면.
“우선 촬영장에 나가는 길이 이렇게 즐거울 수 없다. 하하. 집 밖에 나오는 것이 이렇게 좋을지 몰랐다. 즐겁고,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다. 거짓말 아니다.(웃음) 나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오늘 이 자리도 너무 감사한 자리다.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과정들에 대해 감사함이 커졌다. 아이가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나를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많이 배운다.”

-나중에 아이가 엄마가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될 텐데, 딸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창피한 엄마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살 거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엄마가 됐으면 좋겠고, 친구들도 알아볼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도 목표다. 어차피 이 일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갈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한 일이 아닌데 피해 받지 않도록 잘 키우고 싶고 잘 살고 싶다.”

-20년 가까이 연기를 해왔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나 싶다. 여전히 아는 게 없는데 시간만 간 것 같다. 20년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 같고 연기 실력도 늘었을 것 같은데 똑같더라. 지금 나이의 선배님들은 세상을 다 알줄 알았다. 그런데 모르겠더라. 연기 실력도 똑같고, 제 자리인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요즘 특히 더 만족하는 것 같다. 똑같이 고생하는데 그래도 보이는 일이라 누군가에게 조금 더 이해를 받게 되지 않나. 다 같이 고생하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준다. 배우는 보이는 직업이라 조금 더 고생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럴 때마다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가장 행복함을 느낄 때가 언젠가.
“인간 서영희는 그냥 항상 행복하다. 인간 서영희에서 배우 서영희로 오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밖에서 나의 일을 하고 있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소중하고 행복하다.”

-내년 계획은.
“올해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10,11,12월이 정말 바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예쁜 드레스 입고. 하하. 내년을 열심히 살아서 연말이 바쁜 배우가 되고 싶다. 꼭 그게 정답은 아니고 보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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