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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진정성 담은 류준열, 당해낼 재간이 없다
2019. 08. 0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류준열이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쇼박스
류준열이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에 날 선 눈빛, 냉철한 카리스마까지. 배우 류준열이 다시 한 번 새로운 옷을 입었다.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을 통해서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쳤던 독립군으로 돌아온 그는 한층 성숙한 연기와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 그리고 역대급 ‘잘생김’으로 스크린을 삼켰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충무로를 책임지는 대세 배우로 우뚝 선 류준열이 ‘봉오동 전투’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작품.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영화화했다.

극중 류준열은 빠른 발과 뛰어난 사격 실력으로 독립군을 이끄는 분대장 이장하를 연기했다.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비주얼부터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 그는 강도 높은 액션부터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독립군의 투쟁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내 호평을 받고 있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천만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린 영화 ‘택시운전사’, N포세대의 초상을 보여준 ‘리틀 포레스트’와 ‘돈’까지 류준열은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으로 다양한 청춘의 군상을 그려왔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청년세대의 열정과 아픔을 그려내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충무로 대표 ‘소배우’ 류준열이지만, ‘봉오동 전투’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고, 더 잘해내고 싶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름 모를 독립군들의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류준열이 ‘봉오동 전투’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류준열이 ‘봉오동 전투’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류준열은 “‘봉오동 전투’를 만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며 작품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을 택했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도 그렇고 찍을 때도, 끝나고 나서도 의미 있는 영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감사했고, 무사히 잘 마쳐서 좋다. 다행히 결과물도 좋게 나온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행운이라고 느낀 이유는.
“단 한명의 영웅이 아니라 숫자로밖에 기억될 수 없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을 기억하는 기록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빼앗긴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일 수 있는데, 돌아보면 불과 100년 밖에 안 된 일이다. 그분들(독립군) 덕에 100년을 편하게 보내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그분들의 후손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자료를 찾아봤지만, 정말 부족했다. 우리 영화가 그런 부분에서 채워질 수 있다면, 또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회가 내게 온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적인 면에 있어서도 도전적인 작품이었을 것 같다.
“고민이 됐다. 군인, 무사 역할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학교 때 배웠던 것들을 다시 찾아봤고, 실제 군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장하는 황해철(유해진 분), 마병구(조우진 분)와 같은 뜻을 가진 독립군이면서도 그 둘과는 다르게 군인으로서 정규 교육을 받은 인물이었다. 또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도 나라를 되찾으려고 하는 모습을 표현해야 해서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표현하고자 했다.”

-매 작품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나.
“아이디어를 많이 내긴 했는데, 부담스러웠다. 아까도 말했듯 군인이나 무사들이 표현하기 어렵고, 감정도 어려웠다. 작품을 할 때 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연기를 할수록 장하가 해철, 병구와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고민도 됐다. 연구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제안도 했다. 그런데 (원신연) 감독님이 첫날 찍은 장하를 너무 좋아했다. 사실 후시 녹음할 때까지 제안했다. 목소리를 바꾸고, 조금 더 부드럽게 하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해철, 병구와는 다른 독립군의 모습을 장하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했고, 결국 설득됐다. 그래서 지금의 장하가 나왔다.

우리 베테랑 선수들, (유)해진 선배와 (조)우진 선배의 덕도 많이 봤다. 병구의 ‘우리랑 각부터 달라’라는 대사와 해철의 ‘웃을 때 근사한데’라는 대사는 다 선배들의 애드리브다. 제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했던 부분들을 알고 있구나 싶었다. 왜 베테랑인지 알 것 같았다. 정말 감사하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를 연기한 류준열 스틸컷. /쇼박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를 연기한 류준열 스틸컷. /쇼박스

-표정이 거의 없는 캐릭터였다. 감정을 절제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
“요즘 시대는 개인의 감정이나 감성을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이 개성이다. 그런데 그 시대에는 그런 게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각자 저마다 사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억누르고 시대가 요하는 감정대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이장하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장하의 슬픔을 억눌렀을 때, 모아둔 감정들이 잘 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승리의 역사가 담긴 영화이기 때문에 승리의 순간을 위해 아껴둔 지점이 있었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숙제 중 하나가 그분들(독립군)의 마음을 이해하는 거였다.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면서 ‘만약 나라를 뺏긴 상황이라면 목숨을 내던질 수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더라. 요즘 시대에 나라를 뺏긴다는 것 자체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다. 장하의 누이, 그리고 어머니를 향한 슬픔이 가까운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뺏긴 나라를 되찾아오고 싶은 그런 마음을 투영하는 것 같아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했다.”

-사격은 물론 산을 뛰어다니는 등 고강도 액션을 소화했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5kg를 뺐다. 일부러 빼려고 한 게 아니라 운동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빠지더라. 워낙 많이 뛰고 오르고 내리고 하니까. 평소 조깅할 때 뛰던 것과는 다른 수준이었다. 산을 뛰다 보니 완전히 다르더라. 어려웠다. 보통 피지컬팀이 액션 장면을 찍을 때 함께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있었다. 발목도 압박붕대로 완전히 고정시키고 촬영했다. 미리 잘 준비를 해주셔서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실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찍었다. 장비를 들고 올라가야 하는데, 배우들이 직접 하는 걸 스태프들이 허락하지 않았다. 부상당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모두가 다치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을 신경써 주셔서 상대적으로 덜 고생했다.”

충무로 대표 소배우 류준열이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선다. /쇼박스
충무로 대표 소배우 류준열이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선다. /쇼박스

-독립군 역에 캐스팅된 것에 류준열의 평소 바르고 건강한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평소 바르게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편인가.
“몸에 안 좋은 거 안 먹으려고 하는 건 있다. 하하. 건강한 상태로 연기하고 싶어서 운동도 열심히 한다. 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좋으면 상대방도 좋고, 상대방이 좋으면 나도 좋은 게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 긍정적으로 서로 이해하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들이 배우 생활을 함에 있어서, ‘소준열’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기분 좋게 일하고 있다.”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는 거의 처음이다. ‘소준열’이 드디어 휴식을 취하는 건가. (공백기 없이 작품 활동을 펼쳐온 류준열은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할 말이 많다. 하하. ‘봉오동 전투’ 이후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생겼다. 어떻게 쉴까 했는데, 잘 안 쉬어지더라. 뭔가 더 바쁘다. 촬영을 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촬영하고 저녁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할 게 더 많다.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받는다. 일할 때가 더 즐겁다.”

-그렇다면 빨리 다른 작품으로 돌아올 예정인가.  
“고민을 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중요한 건 팬들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하하. 그동안 쉬지 않고 차기작, 차차기작을 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다 떨어졌다. 차기작이 없으니 팬들이 궁금해하더라. 기다려주는 분들이 많구나 싶었다. 그래서 빨리 팬들 만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충무로에서 가장 많이 찾는 배우가 됐다. 걸어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떤가.
“순간순간 열심히 하는 편이다. 반성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돌아보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 것 같다. 현실을 열심히 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본다면, 익숙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대중, 팬들, 내 영화를 찾아주신 분들이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배우로서 수명은 끝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감사함이나 고마움을 잊지 않으면서도 익숙해지지 않으려는 싸움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