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감독 유은정)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무브먼트, 씨네소파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감독 유은정)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무브먼트, 씨네소파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 독립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감성의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감독 유은정)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판타지에 미스터리, 스릴러 등 장르적 재미와 함께 누구나 공감할 만한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밤의 문이 열린다’다.

도시 외곽의 공장에서 일하는 혜정(한해인 분)은 남들 다 하는 연애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다.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던 혜정은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의 방에서 유령이 돼 눈을 뜬다. 유령이 된 혜정의 시간은 하루하루 거꾸로 흘러 밤의 문의 끝에서 마침내 효연(전소니 분)을 만난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유령처럼 살던 혜정이 어느 날 진짜 유령이 돼, 거꾸로 흐르는 유령의 시간 속에서 효연을 만나게 되는 블루지 판타지 드라마다. 단편 ‘낮과 밤’을 통해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캐치볼’ ‘싫어’ ‘밀실’로 미장센 단편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되며 이름을 알린 유은정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관객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의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로부터 ‘한국의 여성 감독 유은정의 고무적인 장편 데뷔작. 유령이 시간을 거꾸로 경험하면서 겁먹은 어린 소녀의 삶과 죽음의 고비에 말려드는 훌륭한 내러티브 장치를 이용해 외로움과 고립을 서정적으로 그리는 데 성공한다’는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밤의 문이 열린다’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왼쪽부터)한해인과 유은정 감독, 전소니 /무브먼트, 씨네소파
‘밤의 문이 열린다’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왼쪽부터)한해인과 유은정 감독, 전소니 /무브먼트, 씨네소파

지난 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밤의 문이 열린다’는 현대적인 배경 속 인간의 삶과 죽음을 서정적이고 차분한 스타일로 담담하게 풀어내 몰입도를 높였다. 또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적 불안을 감각적으로 표현,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호러부터 미스터리, 판타지까지 그동안 한국 독립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장르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유은정 감독은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느끼는 세상은 미스터리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라며 “살면서 기쁜 일도 많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해하기 힘든 일도 많이 일어난다”고 이야기했다.

유 감독은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으면서 그것에 무너지거나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크게 다가왔고, 호러 혹은 장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또 ‘밤의 문이 열린다’라는 제목을 택한 이유에 대해 “밤이라는 시간은 혼자 있으면서 낮에 있는 일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후회도 하는 외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혜정은 살아있는 사람과 반대로 흘러가면서 지나왔던 시간을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 시간들이 언뜻 생각하면 외롭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계속 지나왔을 때 어느 순간 자신을 긍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혜정이 밤이라는 시간을 지나서 아침을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밤의 문이 열린다’를 제목으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혜정 역을 소화한 한해인 스틸컷. /무브먼트, 씨네소파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혜정 역을 소화한 한해인 스틸컷. /무브먼트, 씨네소파

‘밤의 문이 열린다’는 다양한 연극과 독립 단편 영화로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한해인이 유령처럼 살고 싶은 혜정으로 분해 극을 이끈다. 한해인은 혜정에 대해 “사회와 주변 인물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 지내는 걸 편안해 하는 인물”이라며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다양한 감정을 즐기려 하기보다 벽을 두고 닫혀있고 건조하다”고 소개했다.

한해인은 힘을 뺀 연기로 혜정이 가진 무기력과 외로움을 극대화한다. 그는 “딱히 꿈꾸는 것도 없이 기계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지금을 살고 있는 청춘과 닮아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래서 혜정을 표현할 때 유령처럼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힘을 빼고 튀지 않으려고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영화 ‘악질경찰’ ‘죄 많은 소녀’와 드라마 ‘남자친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전소니는 유령처럼 살게 되는 효연을 연기했다. 전소니는 욕망 있는 캐릭터를 섬세한 표현력으로 구체화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효연을 연기한 전소니 스틸컷. /무브먼트, 씨네소파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효연을 연기한 전소니 스틸컷. /무브먼트, 씨네소파

전소니는 효연에 대해 “극단의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을 이성적인 논리로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효연은 자신의 선택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의심이 없다.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고, 내가 만든 삶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이겨내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효연의 행동들을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억울함과 살아남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전소니는 ‘밤의 문이 열린다’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전소니는 “내가 모르는 사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던 찰나 ‘밤의 문이 열린다’를 만나 위로가 됐다”며 “혼자 사는 삶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이렇게 연결이 돼있구나 느꼈다. 관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한해인도 “(‘밤의 문이 열린다’가) 어둡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 어두움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보이는 영화인 것 같다”면서 “삶의 작은 순간들을 발견해줬으면 좋겠고, 그것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얻고 갔으면 좋겠다”고 예비 관객들을 향해 진심을 전했다.

유은정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밤의 문이 열린다’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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