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희서가 영화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로 관객과 만났다. /웅빈이엔에스
배우 최희서가 영화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로 관객과 만났다. /웅빈이엔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박열’(2017)로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배우 최희서가 평범한 청춘의 얼굴로 돌아왔다. 첫 원톱 주연인 영화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를 통해서다. 

‘아워 바디’는 8년간 행정고시에 번번이 떨어지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31살 청춘 자영(최희서 분)이 달리기를 통해 삶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례난민’(2017)으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독립영화계 실력파 신인 감독으로 떠오른 한가람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지난 26일 개봉한 ‘아워 바디’는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 제43회 홍콩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한국 영화 100주년’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주인공 자영을 연기한 최희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극 중 최희서는 8년간 행정고시에 번번이 떨어지며 공부와 삶에 지칠 대로 지친 31살 청춘이자 달리는 여자 현주(안지혜 분)를 우연히 만나 함께 달리기 시작하며 삶의 변화를 맞이하는 자영을 연기했다.

최희서는 달리기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자영으로 완전히 분해 점차 변화하는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 호평을 받고 있다. 또 내적 변화뿐 아니라 운동으로 달라지는 외적 변화까지 완벽히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희서. /웅빈이엔에스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희서. /웅빈이엔에스

오는 28일 결혼하는 최희서는 ‘아워 바디’ 홍보 일정으로 신혼여행도 미뤘다. 또 최근 할리우드 영화 오디션 합격 소식도 전하는 등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최희서는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며 웃었다.

-영화가 드디어 개봉하는데, 관객과 만나는 소감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독특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리기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30대 고시생이 자아를 발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분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영은 8년 차 고시생이다. 나도 8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었다. 지금도 힘든 부분이 있지만, 막막하고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기를 겪어봤고, 자영과 비슷한 나이에 자영을 연기했기 때문에 감정은 비슷했던 것 같다.”

-‘박열’ 이후 첫 작품이라 캐스팅 제안이 많았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아워 바디’에 끌린 이유가 무엇인가.
“솔직히 (제안이) 그렇게 많이 오진 않았다. 하하.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감사할 정도로 시나리오를 받아봤다. 제안이라는 걸 받아본 게 처음이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기작으로 무엇이 좋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워 바디’는 평범한 여성의 삶과 사소한 성장 과정을 담는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다. 지금 내 나이에 연기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라는 점도 좋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다.”

-자영은 어떤 인물이었나.
“천성이 게으른 사람은 아니었다. 생명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강단이 있고 끈기가 있으니 공부도 잘했을 거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는데 8년이라는 시간을 지내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것 같다. 다 직업이 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본인만 똑같은 거다. 분명 탈피하고 싶었을 거다. 달리기가 촉매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자영은 힘들어도 다음날 또 뛰어보는 근성을 가졌다. 평범한 인물이지만 하나를 시작하면 근성 있게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무기력하지만 촉매제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워 바디’에서 자영을 연기한 최희서 스틸컷. /영화사 진진
‘아워 바디’에서 자영을 연기한 최희서 스틸컷. /영화사 진진

-자영이 처음 현주를 따라 달리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때 자영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했나.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다. 자영은 무감정의 상태였다.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는다.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와 엄마로부터 온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런 것들로 인해 항상 긴장된 상태였을 거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서 긴장이 다 풀어질 만큼 몸이 너무 지쳐서 완전히 무너진 거다. 안에서 알이 확 깨져서 터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계산하고 연기하면 힘들 것 같아 따로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냥 참아왔던 눈물이 누군가 톡 하고 금을 내줘서 터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자영의 내적 변화뿐 아니라 외적인 변화도 표현해야 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살을 찌운 상태에서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일정이 되게 빠듯했다. 그래서 이미 몸을 만든 상태에서 했어야 했다. 처음부터 복근이 있었던 거다. 영화 초반에는 운동을 하지 않아서 방치된 몸을 담아야 했기 때문에 복대도 차고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었다.  자세를 구부정하게 하거나 힘없이 걸으며 자영의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다.”

-‘동주’ 쿠미부터 ‘박열’ 후미코, ‘아워 바디’ 자영까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에 끌리나 보다.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자영은 진취적인 여성은 아니지만 능동적인 여성이 돼 가는 과정을 보여줘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런 캐릭터에 끌릴 것 같다. 세거나 강하진 않아도 삶의 주도권을 본인이 찾아가는 캐릭터가 좋다. 그런데 만약 그렇지 않은 캐릭터를 만났을 때 내가 잘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굉장히 불안하고 완전히 나사가 풀린 역할을 하게 될 기회가 있을 텐데,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최희서가 연기의 매력을 밝혔다. /웅빈이엔에스
최희서가 연기의 매력을 밝혔다. /웅빈이엔에스

-자영은 달리기를 통해 삶의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게 된다. 최희서의 터닝포인트는 언제인가.
“데뷔 10년 차인데, 완전히 일직선만 바라보고 와서 잘 모르겠다. 한 번도 다른 걸 해본 적이 없다. 무작정 질주를 해온 케이스다. 굳이 꼽자면 작품들일 거다. 아마도 ‘박열’. ‘아워 바디’는 터닝 포인트를 돌아서 가장 처음 마주한 작품일 테고. ‘아워 바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 스태프들과 함께 고민해서 만든 느낌이다. ‘박열’은 베테랑 감독에 스태프들, 너무 훌륭한 이제훈 배우와 함께 너무 좋은 환경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다. ‘아워 바디’는 다 같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면서 만든 거라 또 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한 길만 걸어올 수 있었던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말 힘들게 준비한 뒤 공연을 올렸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쉬운 공연보다 감정적으로 치닫거나 몸이 힘든 공연에서 쾌감을 느꼈고, 뭔가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가 20대 초반이었다. 그렇게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항상 같지 않았던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비슷한 역할보다 꽤 다양한 캐릭터를 해온 것 같다. 그런 점이 나에게 좋은 원동력이 됐다.”

-마지막으로 ‘아워 바디’만의 매력을 꼽자면. 
“인생의 좌절을 겪어보시거나 뜻대로 일이 되지 않아서 절망하신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 포인트가 넓다고 생각한다. 또 운동의 정직함에 대해 느낄 것 같다. 노력한 만큼 몸이 변하는 것을 보는 보람이 있더라.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달리기가 하고 싶을 거다. 요즘 날씨 달리기 정말 좋지 않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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