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 진술 일관성·구체성’에 초점
법영상분석연구소 “일반적 성추행 패턴과 차이 있어, 우발적 신체 접촉 개연성 높아”
당당위 “아쉬운 판결, 억울한 사람 없을 때까지 활동할 것”

적법 판정을 받은 해고에 대해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 뉴시스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성추행 여부와 징역형을 선고한 법원의 1심 양형을 두고 젠더갈등까지 확산된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최종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일 오전,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39)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 발생 2년 만에 내려진 사법부의 최종 결론이다.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26일 대전 소재 한 곰탕집에서 모임을 마친 뒤 일행을 배웅하던 중 옆을 지나치던 여성 엉덩이를 움켜잡은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됐다. 검찰과 재판부는 △추행의 고의성 △피해자 진술 △식당 폐쇄회로(CC)TV 영상의 증명력 등에 초점을 뒀다.

당시 검찰은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그 보다 무거운 ‘징역 6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해내용과 최씨 언동, 범행 뒤 과정 등에 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면서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3년도 명했다.

이후 A씨 부인이 남편의 억울함 호소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사건이 대대적으로 알려졌고, 국민들 사이에서 실제 추행 여부와 법원의 1심 양형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1심 판결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남성과 여성간의 갈등으로 번져나갔다. 특히 식당 CCTV 분석 결과 피해자와 스쳐 지나치는 시간이 단 1.333초에 불과한 점, 초범인 A씨에게 실형이 선고됐던 점 등이 논란의 화두였다.

이후 A씨는 구속 3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역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근거로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추행 정도와 가족들의 탄원이 고려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사회봉사 16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선고 이유에 대해 “CCTV 영상에서 피해자 진술에 부합하는 부분이 확인된다”면서 A씨가 “CCTV 영상을 보니 신체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점 등 이전과 다른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지적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 측이 증거로 제시했던 곰탕집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자료. 영상분석은 대법원특수감정인이면서 국방부조사본부 기술협약 기관인 법영상분석연구소가 맡았다. / 당당위 네이버 카페 발췌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 측이 증거로 제시했던 곰탕집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자료. 영상분석은 대법원 특수감정인이면서 국방부조사본부 기술협약 기관인 법영상분석연구소가 맡았다. / 당당위 네이버 카페

A씨는 항소심 선고에 대해 “증거 판단이 객관적이지 못했다”면서 상고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지난 5월 접수한 후 심리를 진행해왔다. A씨가 증거로 제출한 자료 중에는 영상분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대법원 특수감정인 법영상분석연구소 감정소견이 함께 첨부됐다.

법영상분석연구소 감정소견에 따르면 “현장(곰탕집)을 3차원으로 재구성해 당시 상황을 확인한 결과, 주변 인물과 여성 사이의 협소한 공간을 통과해야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두 인물 간 신체 접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상황에서 고의성을 갖고 성적 만족을 채우기 위한 강제추행범의 행동 패턴과 상이하다”면서 “주변 인물과 피해 여성 사이를 걸어가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신체접촉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대법원 재판부는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짐으로써 강제추행 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내용의 주요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또,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자신을 ‘A씨의 아내’라고 밝힌 B씨가 글을 작성해 게시했다.

B씨는 “대법원 특수감정인으로 등록된 법영상분석연구소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영상자료도, ‘그런 행위를 보지 못했다’는 증인의 말도 모두 무시된 채 오로지 일관된 피해자 진술 하나에 제 남편은 이제 강제추행이라는 전과 기록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는 차라리 정말 남편이 만졌더라면, 정말 그런 짓을 했더라면 억울하지라도 않겠다는 심정이다”라며 “제 남편의 말은 법에서 들어주지 않는데 저희는 어디 가서 이 억울함을 토해내야 하냐”고 호소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회원들(오른쪽)이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곰탕집 성추행 유죄 판결 비판 집회’를,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 회원들(왼쪽)이 혜화역 인근에서 당당위 집회에 항의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 뉴시스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회원들(오른쪽)이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곰탕집 성추행 유죄 판결 비판 집회’를,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 회원들(왼쪽)이 혜화역 인근에서 당당위 집회에 항의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 뉴시스

이날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측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기도 했으나 재판부가 ‘징역6월, 집행유예 2년’ 원심 확정 유죄 판결에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 “이 판례로 인해 언제든지 억울한 사람이 또 생겨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가 시정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당당위는 앞서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이 사건 1심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당당위 측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 있으면 사법부가 무죄추정 원칙을 어기고 유죄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당당위 측의 시위에 페미니즘 단체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가해자 진술엔 의혹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피해자 진술만 문제시하는 건 성범죄 피해자가 겪어온 2차 피해”라고 비판하면서 맞불시위를 열었다.

한편, 이날 판결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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