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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인터뷰] ‘불혹’ 이무생이 연 ‘짝사랑의 세계’의 모든 것
2020. 05. 21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를 짝사랑하는 김윤기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낸 배우 이무생 / 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를 짝사랑하는 김윤기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낸 배우 이무생 / 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부부의 세계’ 속 주연들의 강렬한 연기 사이에서 유일한 ‘순한 맛’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가 있다. 지선우(김희애 분) 옆에서 설레고도 절절한 ‘짝사랑의 세계’를 그려내며 ‘부부의 세계’ 2막을 활짝 열었던 장본인, 이무생이 그 주인공. 올해 나이 41세(만 40세), ‘불혹’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배우 이무생을 <시사위크>가 만나고 왔다.

2006년 영화 ‘방과 후 옥상’으로 데뷔한 이무생은 △로망스(2006) △우리 동네(2007)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친정엄마(2010) △해결사(2010) 등 다수 영화에서 조연 및 단역으로 활약하며 연기력을 쌓아나갔다. 이후 2013년 OCN ‘특수사건 전담반 TEN2’로 안방극장에 진출, △우리가 만난 기적(2018) △왕이 된 남자(2019) △봄밤(2019) △60일, 지정생존자(2019) △날 녹여주오(2019) 등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으로 ‘신스틸러’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이무생이다.

특히 지난 16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무생은 신경정신의학과 전문의 김윤기로 분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렸다. ‘부부의 세계’ 이야기의 전환점인 6회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무생은 지선우와 이태오(박해준 분) 사이의 미묘한 삼각관계 구도를 형성해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지선우의 아군인 듯 보이나 속을 알 수 없는 듯한 행동에 김윤기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쇄도했던 상황. 19일 <시사위크>는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무생과 만나 김윤기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2006년 영화 '방과 후 옥상'으로 데뷔해 안방극장 신스틸러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무생 / 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2006년 영화 '방과 후 옥상'으로 데뷔해 안방극장 신스틸러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무생 / 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 ‘부부의 세계’로 얻은 인기 실감하고 계시나.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또 촬영하느라 집과 촬영장만 반복하다보니 사실 인기를 많이 느끼진 못했다. 대신 전화를 통해 지인분들이 연락을 주시긴 했다. 다음 회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물어봐주시더라. 제가 스포일러가 되면 안되니까 그런 이야기는 못하고 본방사수를 부탁드렸다. 이게 주현 작가님의 힘인 것 같다.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신 것 같다. 이 자리를 비로소 작가님의 힘을 느끼고,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 작품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감독님께서 ‘60일, 지정생존자’ 작품을 보시고 만나자고 미팅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감사하게도 만나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역할도, 대본 자체도 너무 끌리더라. 그 자리에서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웃겼던 건 그즈음 작가님은 제가 악역으로 나왔던 ‘봄밤’이라는 작품을 보셨다고 하더라. ‘봄밤’이라는 작품을 보고 이런 배우가 있구나 하던 찰나에 감독님이 전화를 하셔서 ‘이 배우 어떠냐’고 말씀을 하셨다고... 그래서 작가님이 ‘안 그래도 봄밤 보고 있었다’고 하니까 감독님께서 ‘왜 봄밤 보냐고, 지정 생존자 보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하더라. 의외이긴 한데 작가님께서 ‘봄밤’을 보시고 캐스팅 승낙을 해주셔서 결론적으론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군이냐 적군이냐’로 시작해서 의심하는 지점이 있지 않나. ‘60일, 지정생존자’에서는 선역의 느낌을 보셨다면, ‘봄밤’에서는 악역을 보셨기 때문에 선역일수도 악역일수도 있는 상황에 어울릴거라 생각하고 뽑아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 ‘부부의 세계’가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많은 캐릭터들이 그대로 반영됐다. 반면 김윤기 역은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데,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해 표현하고자 했나.
“기본적으로 원작을 보진 않았다. (원작 속) 비슷한 캐릭터가 있지만 결이 다르지 않았나. 오히려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으니 안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원작을 보진 않았다. 그래서 취한 선택은 정신과 의사라는 점에서 생각을 하는 거였다. 예를 들면 대사 중에도 ‘전이’ ‘역전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아는 지인인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그 방법 안에 ‘전이’와 ‘역전이’가 있다고 하더라. 의사가 환자의 감정에 전이되는 걸 ‘역전이’라고 한다. 반대의 개념이 ‘전이’라고 하더라. 제 대사 속에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찾아보니 재밌더라.

지선우에게 마음이 있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상황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봐야하는 지점도 있었다. 인간 김윤기가 아닌 정신과의사 김윤기로서 말이다. 환자로서 바라봐야하기도 하고, 연인의 감정을 느끼는 인간으로서도 바라봐야했기에 대본 안에 있는 상황들을 놓고 많은 연구를 했던 것 같다.”

여병규 회장(이경영 분)과 내통하면서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김윤기(이무생 분) / JTBC '부부의 세계' 방송화면
여병규 회장(이경영 분)과 내통하면서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김윤기(이무생 분) / JTBC '부부의 세계' 방송화면

- 9회에서 여병규 회장(이경영 분)과 내통하는 장면이 방영돼 김윤기의 존재가 지선우의 아군이 아닌 적군이었나 하는 궁금증을 일게 만들었다. 김윤기가 여병규 회장을 만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윤기가 지선우를 위해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바라봐주고 지켜주고 였다면, 여병규 회장이라는 큰 산을 만나서 자칫 잘못하면 지선우가 부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섰던 것 같다. 또 ‘지선우 씨에게 사심 같은 거 없습니다.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 전이감정을 유도했던 것뿐입니다’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지 않나. 혼자 놔두면 위험하겠다는 생각 하에 그런 행동을 했고,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여병규 회장을 만난다는)를 했다면 지선우는 혼자 해결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대본이 3~4회 찍을 때 10회 정도까지 나와 있었기 때문에 김윤기가 지선우에게 아군인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여병규 회장을 만나면서 ‘의구심을 품게 만들겠구나’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작가님이 의도를 하신 것 같다. 다만 (해당 장면에서) 적군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연기가 달라졌거나 하진 않았다.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누구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대본에서 오는 힘이자, 상황 자체에서 오는 파급력이라고 생각한다.”

- 여병규 회장을 만나면서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사장 아들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런 반응에 어떻게 생각하나.
“시청자 여러분들이 몰입을 잘 해주셨기에 그런 반응도 생긴 거라 생각한다. 가장 큰 줄기가 이태오와 지선우의 관계이지 않나. 또 시청자분들은 지선우 입장에서 보기 마련이니까 이태오를 어떻게든 깨부시고 싶고, 복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으셨을 것 같다.  좀 더 권력이 있고 센 사람이 나와서 복수를 해줬음 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김희애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희애 선배님의 오랜 팬이었다. JTBC ‘밀회’라는 작품에서 형사로 나와 김희애 선배님을 잠깐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맞닥뜨린 건 처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 팬으로서 더군다나 상대역으로 만나 뵙게 된다는 생각에 설레서 현장에 갔다. 현장에는 그냥 지선우가 앉아있더라. 내가 어떤 팬으로 본 느낌과 현장의 느낌이 다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지선우로 있으니 저 역시 윤기로 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한 마디 말보다 그냥 지선우로 계셔준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 그런 지점에서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김윤기가 지선우를 바다에서 구해내는 장면 / JTBC '부부의 세계' 방송화면
김윤기가 지선우를 바다에서 구해내는 장면 / JTBC '부부의 세계' 방송화면

- 14회에서 바다에 빠진 지선우를 구하는 장면을 대역 없이 실제 촬영한 걸로 알고 있다. 해당 장면을 찍으면서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졌는데, 촬영 과정 어땠나.
“기사화된 것과는 다르게 안전한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 안전요원도 있었고, 안전요원이 매뉴얼을 충분히 설명해주셨다. 또 그 매뉴얼대로 행동을 했다. 다리가 닿는 곳까지만 갔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았다. 위험하기 전에 컷을 했고, 위험해지기 전에 안전요원분들이 오셨다. 다행히 아무 사고없이 나올 수 있었다. 기사화된 것만큼 위험하지 않았다.”

- 바다에서 지선우를 구하는 장면을 보고 울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았을 정도로 감정이 짙게 녹아있었다. 촬영할 때 어떤 감정으로 임했나.
“실제 촬영할 땐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선우를 살려야겠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감정선이고 뭐고 몸이 반응해야 했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선우의 모습을 보니까 몸이 반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다 밖으로 지선우를 살려내고 그녀의 울컥하는 표정을 봤을 때 저도 울컥하더라. 작가님이 써주신 ‘울어요 울어, 마음껏 울어’라는 대사가 저도 하면서 되게 울컥했고 마음에 와 닿았다.”

- 결혼한 입장에서 본 ‘부부의 세계’는 다르게 와 닿았을 것 같다. 기혼자 입장으로서 ‘부부의 세계’는 어떤 작품인 것 같나.
“누군가는 ‘부부의 세계’를 보고 ‘결혼 해야 해, 말아야 해?’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저는 반대로 저렇게 해도 사는데, 우리는 더 행복하게 살면 되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렇게 해서도 나중에는 어떻게든 잘 산건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준 것 같다. 꿋꿋하게 우리가 희망적으로 살아만 간다면 어떻게든 살아지고, 또 이 순간이 평온한 상태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 않나 싶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2011년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있는 아빠이기도 한 이무생/ 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2011년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있는 아빠이기도 한 이무생/ 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 지선우와 마찬가지로 김윤기도 이혼한 싱글남으로 나온다. 하지만 김윤기에 대한 서사가 많이 나오진 않는데, 김윤기가 왜 이혼했을거라 생각하나.
“다분히 지선우와 비슷한 요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선택한 게 지선우를 이해하는 데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집안적으로도 그렇고 모진 풍파가 있는 와이프였을 것 같다.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건 아니지만, 사랑하지만 어떤 이유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아픔을 갖고 있는 김윤기가 지선우를 바라보게 되면서 치유를 하게 되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부터 ‘봄밤’ ‘60일, 지정생존자’ ‘부부의 세계’까지. 매 작품마다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
“운동도 좋아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학교 다니면서 합기도와 태권도를 했었다. 합기도 2단이고, 태권도 2단이다.(웃음) 장르적으로 보자면 그런 걸 좋아하기에 액션물도 해보고 싶다. 이 기세를 몰아서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 액션을 한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 40대에 큰 사랑을 받게 됐다. 이른 나이에 받는 사랑은 아닌데, 소감이 어떤가.
“감개무량하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제올까 싶기도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예전에 겪었던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한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저는 지나온 시간들이 재밌고 후회되는 게 없기 때문에, 또 행복하게 살려고 해서 그런지 이런 사랑들이 저에게 주어진 운이라고 생각한다. 받은 사랑이 있는 만큼 시청분들께 보답하고 싶기도 하다. 어서 빨리 다른 작품으로, 다른 색깔로 찾아뵙고 싶다.”

불혹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시청자들을 ‘짝사랑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 배우 이무생. 오랜 무명시절이 있었던 만큼 이무생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시청자들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 끊임없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거의 매 질문에 대한 마무리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마치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예배우처럼 이무생은 연기에 대한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선역(善役)이면 선역, 악역(惡役)이면 악역 매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안방극장이 주목하는 신스틸러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무생이 내뱉은 “올해가 가기 전에 작품을 통해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는 마지막 한 문장에 기대감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