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량한 가족’(감독 장재일)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불량한 가족’(감독 장재일)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스톰픽쳐스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숨만 나온다.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연출에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력까지. 10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참 더디게도 흐르는 영화 ‘불량한 가족’(감독 장재일)이다.  

“내 딸의 아빠라는 놈이 나타났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유리(박초롱 분)는 자신을 은근히 따돌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지만 아빠 현두(박원상 분)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견디려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의 계획으로 한밤중 폐가에 홀로 가게 된 유리는 독특한 차림의 다혜(김다예 분)를 만나 일탈을 시작하게 되고, 다혜의 특별한 패밀리를 만나 새로운 가족이 된다.

‘불량한 가족’은 음악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유리가 우연히 다혜의 특별한 패밀리를 만나 성장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가출 청소년 집단인 ‘가출팸’을 소재로 가족의 소중함과 진정한 우정을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다. 재미도 의미도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고, 가출팸에 대한 지나친 미화로 불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가출 청소년 집단인 가출팸을 소재로 한 영화 ‘불량한 가족’. /스톰픽쳐스코리아
가출 청소년 집단인 가출팸을 소재로 한 영화 ‘불량한 가족’. /스톰픽쳐스코리아

가장 큰 문제는 연출력이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유치한 전개, 단조로운 음악 등 스크린에 걸린 상업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출팸’이라는 예민한 소재를 지극히 가볍게 풀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빠 역할을 하고 있는 대국을 필두로 꾸려진 가출팸은 치매에 걸린 한 노인의 옥탑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도 하지 못하는 노인을 이용해 집주인인 양 행세한다. 그러나 영화는 외롭게 홀로 살아가고 있는 노인에게 가출팸이 가족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미화한다.

치매 노인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절을 하고 세뱃돈을 받아내는 가출팸의 범죄 행위도 웃음 코드로 이용한다. 이 밖에도 미성년자 성매매부터 몸캠피씽, 절도, 자살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아무런 고민 없이 담아냈다. 연출자의 안일함에 화가 날 지경이다.

인물들에게 쉽게 몰입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어제 만난 친구를 따라 자신을 위해 밤낮없이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빠 현두를 뒤로하고 가출을 택하는 유리의 행동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숱한 위기 끝에 이뤄진 부녀의 재회에도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불량한 가족’으로 스크린 주연을 소화한 박초롱(위). /스톰픽쳐스코리아
‘불량한 가족’으로 스크린 주연을 소화한 박초롱(위). /스톰픽쳐스코리아

이번 작품으로 첫 스크린 주인공을 맡은 에이핑크 박초롱은 실망 그 자체다.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말투 등 어색하고 서투른 연기력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극 중 유리는 친구들이 시기할 정도로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자인데, 박초롱은 박자조차 맞추지 못한다. 성실도의 문제다. 과분한 자리를 꿰찼다면, 두 배 세 배 더 노력했어야 했다.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면, 본업에 충실하는 게 좋겠다.

연출자 장재일 감독은 2007년 노숙 소녀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장 감독은 “가출팸이 단돈 2만원 때문에 살인을 했다고 자백해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무죄를 받았다”며 “그때 그 아이들이 왜 자백을 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경찰은 왜 그들을 범인이라고 낙인을 찍었을까 생각했다. 가출한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그들을 유죄를 만든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싫어서 가족을 떠난 소년들이 가출팸에서 가족을 형성하고 있더라”면서 “그런 모습을 보고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의도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는 7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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