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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사라진다
[마을이 사라진다⑧] 기로에 선 청년몰, 해법은 어디에
2020. 07. 03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일 오후 3시쯤 인천시 신포국제시장 인근에 조성된 청년몰 눈꽃마을 내 트레일러 음식동에는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점포 대부분은 폐업을 한 상태다./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전통시장은 각 지역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왔다. 전통시장은 서민들의 상거래의 중심지로서 지역 경제를 떠받들어온 축이었다. 하지만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전통시장의 활기는 예전만 못한 실정이다. 낙후된 시설과 입주 상인들의 고령화로 많은 전통시장은 쇠퇴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이러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각종 지원 방안을 강구해왔다. ‘청년몰’ 조성사업도 그 중 하나다.

◇ 인천 신포시장 청년몰 ‘눈꽃마을’ 고사 위기

‘청년몰’ 사업은 500㎡ 내외의 일정구역을 39세 이하의 청년들이 입점한 점포 20곳 이상, 고객들을 위한 휴게 공간,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춘 몰 형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명분 아래, 최근 몇 년간 전국 전통시장 여러 곳에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 실효성을 놓고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몰에 들어선 점포의 상당수가 폐업이나 휴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1년 만에 다시 와봤는데, 가게들이 문을 거의 닫아버려서 당황스럽다. 너무 휑한 분위기라, 다시 여기를 찾고 싶을 것 같지는 않다.” 

인천에 살고 있는 최예린(31) 씨는 2일 오후 3시쯤 신포국제시장 인근에 조성된 청년몰 ‘눈꽃마을’을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다가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지난해 여름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오가는 방문객이 꽤 많았는데, 1년 사이에 완전히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인천시 신포국제시장 인근에 조성된 청년몰 눈꽃마을 광장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이 휑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미정 기자 

인천시 신포동 신포시장 인근에 마련된 ‘눈꽃마을’은 2017년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중소벤처기업부와 인천광역시 중구청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곳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20여명이 창업교육, 컨설팅, 임대료 및 인테리어 비용 지원, 홍보 등의 지원을 받고 2018년 6월 먹거리, 사진관, 공방, 카페 등 점포를 개장했다. 

눈꽃마을은 푸드 트레일러 음식동, 남녀 의류, 액세서리, 흑백사진관 등의 문화동, 고객쉼터, 광장 등으로 구성됐다. 외관 디자인은 눈을 내리는 마을을 형상화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눈꽃마을’은 설립 첫 해,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인천 중구청은 청년몰 홍보를 위해 해당 프로그램에 상당한 협찬비 지원하는 등 홍보도 아끼지 않았다. 방송이 전파를 탄 후, 눈꽃시장엔 하루 평균 2,000명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청년몰 ‘눈꽃마을’ 내엔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청년몰 내 점포 대부분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청년몰 내 21개 점포 중 17곳이 모두 폐업을 하고 나간 상태였다. 점포가 운영되고 있는 곳은 단 4곳뿐인 셈이다. 

◇ 청년 일자리 늘리고 지역 상권 활성화?… 실효성 ‘의문’   

이날 푸드 트레일러가 길게 늘어선 구역엔 마카롱을 파는 점포 1곳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방송에 소개돼 큰 화제를 끌었던 점포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폐업을 상태였다. 문을 닫은 푸드 트레일러 곳곳에는 청년 상인을 모집하는 공고문이 붙어있었다. 고객 쉼터 역시 문이 닫힌 상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운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왜 청년 상인들은 떠났을까. 코로나19 여파로 가게 운영이 힘들어진 탓일까. 주변 상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청년몰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문을 닫고 나가기 시작했다”며 “2018년 하반기에 방송이 나간 뒤, 몇 개월간만 점포가 반짝 잘 됐고, 방문객이 많았다. 이후 작년 봄부터 한두 명씩 점포를 닫고 나가더니 지금은 몇 곳 빼고는 운영을 안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해당 청년몰에는 오가는 사람이 뜸해 휑한 기운이 감돌았다. 시장 주변의 활력을 불어넣기는커녕, 오히려 상권을 침체시키는 역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상인 A씨는 “저는 단골손님 위주로 장사를 하고 있어, 크게 타격이 없을 것 같지만, 저렇게 점포가 문을 닫을 채 방치된 모습이 방문객들에겐 좋아보이진 않을 것 같다”며 걱정스런 마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청년몰을 둘러보던 한 방문객은 “다시 이쪽을 찾아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 중구청도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인천 중구청은 공실률 해소를 위해 누구나 일정기간 임대하여 임시매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운영 신청을 받고 있다. 인천 중구청에 따르면 신청자는 최대 30일까지 원하는 기간을 정해 하루 2만원(부가세 별도)의 사용료로 임대해 영업을 할 수 있다. 단기 임대를 통해서라도 빈 점포를 채우겠다는 게 인천 중구청의 생각이다. 하지만 신청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침체된 청년몰 상권에 선뜻 가게를 열 청년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인천시 중구청이 신포 청년몰 눈꽃마을 빈 점포 정문에 청년 상인을 모집하는 공고문이 붙였다. /이미정 기자 

실제로 팝업스토어 신청 수요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빈 점포가 많다보니 창업 희망자들이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싶어도 코로나19 때문에 현재로선 진행이 어렵다”며 “게다가 점포 입주자가 있어야 무엇이라도 계획을 할 텐데, 현재로선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청년몰 조성엔 국비를 포함해 15억원 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점포 입주 청년들이 없지만, 청년몰 구성에 막대한 예산이 쓰인 만큼 사업지를 철거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주변 상인들 사이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시달리는 곳은 눈꽃마을 뿐만이 아니다. 이용주 전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몰 조성사업을 시행한 시점인 2016년부터 지난해 6월말 현재까지 489개 점포를 지원했다. 이 중 29%인 140개 점포가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청년몰 휴·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영동시장에서 가장 많은 14개 점포가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 이화여대 앞 스타트업 상점가와 충북 제천 중앙시장, 전남 여수 중앙시장이 각각 12개 △인천 강화 중앙시장과 전북 군산 공설시장이 각각 10개 점포가 휴·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선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돼 휴폐업 점포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 청년몰 점포 중 30% 휴·폐업

폐업 배경은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주로 △청년 창업가들의 경험 부족 △열악한 입지조건 △자본금 부족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 △체계이지 못한 정부 지원 혜택 등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포 청년몰 눈꽃마을 빈 점포에 문에 붙어 있는 팝업스토어 운영자 모집 공고. /이미정 기자 

눈꽃시장 트레일러 음식동에서 장사를 하다가 접고 다른 곳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인 B씨는 줄폐업 사태에 대해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B씨는 “아무래도 장사 경험이 없다보니까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청년몰 조성 초기 방송에 소개되면서 한동안 장사가 잘 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영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업상 애로사항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기에는 어려운 기색을 보였다. 다만 다수의 주변 상인들과 일부 청년 창업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사업 아이템 차별화 및 장사 수완 부족, 일정하지 못한 점포 운영시간, 청년 창업인들 간의 파벌, 주변 상인들과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B씨는 “요식업은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사업”이라며 “장사라는 건 잘 되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안 되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경험이 미숙한 상황에서 운영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지속적인 청년몰 창업자들에게 세밀한 컨설팅과 관리 등이 이뤄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여전히 많은 지자체에선 청년몰 사업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1년간 전북 진안군, 강원도 속초·삼척시, 경기도 의정부시 등 지자체들이 청년몰을 개장하거나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관리 없이 혈세만 투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예산만 투입하면 끝?… “장기적인 컨설팅 등 체계적인 사후 관리 필요”

유대근 우석대 유통통상학부 교수는 청년몰에 대해 장기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대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청년몰이 전국에 계속 생겨나고 있는데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창업 준비부터 사업 아이템 선정, 향후 운영 관리에 있어서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한데, 지금 청년몰에 대해 이러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청년몰 사업단도 전문성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전문적인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년 창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2~3년간은 컨설팅을 비롯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지역 전통시장과 조화롭게 어울려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유 교수는 “지역 특색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 점포들이 많다”며 “지역 상권의 특색과 조화를 이루고 주변 상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자지체 차원에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