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 끊임없이 성장하는 강동원. /NEW
매 작품 끊임없이 성장하는 강동원.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강동원은 그저 잘생기기만 한 배우가 아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열일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도 얻었고, 자신이 돋보이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그가 연기 그리고 작품을 대하는 자세다.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를 택한 것도 강동원의 이러한 소신이 반영된 결과다. ‘반도’는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한국 영화 최초로 좀비를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로 극장가를 휩쓴 ‘부산행’(2016)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으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작품의 후속작이라는 부담감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낯선 시도, 특별하지 않은 캐릭터까지. 하지만 강동원은 과감히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에 뛰어들었다.    

“시나리오가 좋았다. 신선했다. 631부대(인간성을 잃은 생존자 집단)가 모여 사는 곳도 궁금했고, 어린아이가 RC카를 조정하고 청소년이 운전하고 그런 모습들이 기존에 없었던 거라 보고 싶었다. 어린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액션도 신선했다. 완성도도 굉장히 높았다.”

좀비물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강동원. /NEW
좀비물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강동원. /NEW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룬 작품이란 점도 강동원의 흥미를 끌었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는 본 적 없는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발동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파괴되고, 그 안에서 짐승처럼 변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모습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모습이기 때문에 굉장히 보고 싶었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반도’는 더 커진 스케일과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익숙하면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반도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구현해냈고, 폐허로 변한 도심 속 펼쳐지는 총격신과 대규모 카체이싱까지 화려한 볼거리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강동원도 높은 완성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CG 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였기 때문에 얼마큼 구현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면서 기대도 됐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우리나라 CG팀에게 엄청 칭찬해주고 싶었다. 이 정도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것만 봐도 너무 어려워서 걱정을 했는데, 정말 고생을 많이 했더라. 다음에 다른 작품에서 카체이싱 장면이 나오면 지금보다 더 잘할 테니 기대가 된다. 그만큼 만족스러웠다.”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로 돌아온 강동원 스틸컷. /NEW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로 돌아온 강동원 스틸컷. /NEW

강동원은 ‘반도’에서 폐허가 된 땅에 다시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으로 분했다. 4년 전 나라를 휩쓸었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전직 군인으로, 가족과 희망을 모두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중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곳으로 돌아가는 인물이다.

정석은 기존 블록버스터 주인공과 달리 히어로적인 면모는 없다. 시시한 욕망을 지닌 보통의 인물일 뿐이다. 극을 끌고 가는 메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조력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중반부터는 민정(이정현 분)과 어린아이 준이(이레 분)의 활약이 더 돋보인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아쉬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 아쉬움은 없었다. 제일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건 정석이 끌고 가야 하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최대한 정석의 시선으로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배우들이 살아야 이 영화가 사니까, 최대한 보조를 맞추려고 했다. 정석이 수동적이고 답답한 면이 있어서 표현할 때 까다롭긴 했다. 더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전체를 다시 생각하면서 흐름을 만들어 가려고 했다.”

좀비물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강동원. /NEW
좀비물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강동원. /NEW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온 강동원이지만, 좀비물은 처음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좀비보단 오컬트를 선호했다. 그러나 ‘반도’를 통해 좀비물의 매력을 알게 됐다.

“‘반도’를 찍으면서 알게 됐는데, 좀비물은 호러를 가장한 액션이었다.(웃음) 그게 매력이다. 주로 영적인 것에 더 공포감을 느끼지 않나. 안 보이는 존재에 대한 공포를 많이 느끼는데, (좀비물을 찍으면서) 심리적 공포가 아니더라도 보이는 것도 상업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서운 짐승이랑 싸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연상호 감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동원이 바라본 현장에서의 연상호 감독은 함께 일하는 이들을 중시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현장에서 계속 연상호 감독을 지켜봤다. 언젠가는 화를 내겠지 하고 지켜봤는데, 한 번도 화를 안 내더라. 지켜보면서 놀라웠다. 분명히 화를 낼 텐데 하다가 촬영이 끝났다.(웃음) 배우를 굉장히 편하게 해 주는 스타일이고, 스태프들도 정말 행복해하며 작업을 했다.”

연상호 감독은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며 ‘반도’를 통해 관객들이 ‘희망’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강동원 역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정석이 홍콩에서 난민처럼 힘들게 살았지만 분명히 따뜻한 사람도 만났을 거다. 두 시간짜리 영화 안에 들어갈 수 없었을 뿐이지 분명히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석은 마음을 닫고 살았던 거다.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본인의 부족한 지점도 있었을 거다. 희망도 없이 부정적으로 살다가 더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게 희망이구나’ 느꼈을 거다. 희망이라는 건 마음가짐에 달린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힘든 시기를 보내더라도 마음속에 해를 품고 있다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다.”

강동원이 연기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NEW
강동원이 연기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NEW

강동원은 모델 출신 배우로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연기력은 물론 흥행력까지 갖춘 충무로 대표 배우로 성장했다. 어느덧 데뷔 18년(모델 경력 제외) 차가 된 강동원은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던 초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죽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정년퇴직이 없다. 큰 탈 없고 본인이 좋아하고 원한다면 언제까지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일 시작한 지 21년 정도 됐다. 이제 일한 날이 일을 하지 않은 날보다 많더라. 나도 이제 어른이 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웃음)

예전에 신인상을 받았을 때 말주변도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수상 소감으로 ‘죽을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지금도 목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써줘야 하는 거다. 내가 더 발전하면 계속하는 거고, 침체되고 도태되면 아무도 찾지 않을 거다. 계속 발전해서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 만약 내가 병에 걸려서 죽음을 맞이할 때 실제로 그런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그렇게 계속 연기하다가 가는 삶도 배우로서 좋은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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