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 /그린나래미디어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 /그린나래미디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족’을 소재로, 소소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큰 사건도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고 그리움에 코끝이 찡해진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이다.

‘남매의 여름밤’은 여름 방학 동안 아빠 병기(양흥주 분)와 함께 할아버지 영묵(김상동 분)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최정운 분)와 동주(박승준 분)가 겪는 가족의 이야기다. 신예 윤단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남매의 여름밤’은 오는 20일 개봉을 확정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개봉에 앞서 윤단비 감독을 비롯한 주역들은 지난 10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자들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 연출 데뷔를 하게 된 윤단비 감독은 “첫 장편 작업을 하면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독립영화나 주류 영화의 흐름을 따라야 할까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고, 그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단비 감독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 우리 가족이었고, 이 이야기를 해야만 다음 분기점으로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리고 내게 친구가 돼주었던 영화들과 같은 결의 친구가 돼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영화의 시작을 전했다.

‘남매의 여름밤’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한국영화감독조합상‧시민평론가상‧넷팩상‧KTH 상), 제49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밝은미래상,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상,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대상인 뉴비전상까지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윤단비 감독은 “처음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대중에게 소개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깊숙이 다가가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며 “관객들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보다 솔직하게 영화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완성했는데,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큰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영화가 자기의 발로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인천에서부터 로테르담까지 비행기도 안 타고 걸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가 자기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구나 싶고, 그 삶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이라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남매의 여름밤’에서 옥주를 연기한 최정운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남매의 여름밤’에서 옥주를 연기한 최정운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남매의 여름밤’을 빛나게 하는 이유다. 배우 양흥주부터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그리고 김상동까지 생생함이 살아있는 연기로 진짜 가족을 보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옥주 역을 맡은 최정운의 활약이 돋보인다. 옥주는 가족의 관찰자면서 화자고 내적으로 가장 많은 감정의 곡선과 성장을 겪는 인물인데, 최정운은 밀도 높은 감정선을 섬세한 연기로 완성해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최정운은 “옥주를 잘 이해하기 위해 시나리오에 담기지 않은 과거를 상상했다”며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감독님에게 물어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 옥주가 각 인물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를 거라 생각했다.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하면서 옥주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옥주 역을 연기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옥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할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에 눈물을 쏟아낸다. 엄마의 부재, 어려운 가정환경, 누나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감 등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삶 속에서도 감정을 드러낸 적 없던 옥주가 처음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다. 이에 대해 최정운은 “옥주가 성장하는 걸 나타내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최정운은 “옥주가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나오는 장면이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마음으로 잘 올라오지 않았다. 선배들과 제작진이 많은 도움을 줬고, 실제 나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옥주와 할아버지의 추억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감정이 올라왔던 건 할아버지가 앉아있던 소파를 바라봤을 때다”면서 “(할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벅차올랐다”고 떠올렸다.

‘남매의 여름밤’의 배경이 된 2층 양옥집. /그린나래미디어
‘남매의 여름밤’의 배경이 된 2층 양옥집. /그린나래미디어

‘남매의 여름밤’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할아버지 집인 2층 양옥집이다. 윤단비 감독은 실제 노부부가 아이들을 기르고 출가를 시킨 집을 선택해, 세월감과 생활감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냈다. 윤 감독은 “해당 집을 섭외한 뒤 시나리오를 굉장히 많이 고쳤다”며 “장소가 시나리오에 많이 투영됐다”고 전해 이목을 끌었다.

영화의 OST인 ‘미련’이 세 가지 버전으로 나오는 점도 색다른 재미 포인트다. 옥주 가족이 짐을 싸서 아빠의 차를 타고 할아버지 집으로 향하는 오프닝 장면에서는 임아영이 부르는 ‘미련’이 흘러나온다. 옥주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에서는 김추자가 부른 ‘미련’이 울려 퍼진다. 장현이 부르는 ‘미련’은 할아버지와 옥주가 감정적인 교감을 느끼는 장면에 사용된다.

윤단비 감독은 “‘미련’의 가사나 멜로디가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와 잘 맞아 선택하게 됐고,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곡이라 생각했다”며 ‘미련’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세 가지 버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할아버지의 빈 소파 자리처럼 할아버지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곡이길 바랐고, 그래서 영화의 전반이 배치하며 다양한 버전의 ‘미련’ 곡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남매의 여름밤’을 빛나게 하는 이유다. /그린나래미디어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남매의 여름밤’을 빛나게 하는 이유다. /그린나래미디어

이날 배우들은 역할을 소화한 연기자 넘어,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고모 미정을 연기한 박현영은 “‘남매의 여름밤’은 굉장히 소소하고 작고 별 볼일 없는 일상을 모아놨다”며 “하지만 그것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포착해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힘을 얻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양흥주는 “볼 때마다 좋아하는 장면이 바뀌고 늘어난다”며 “참여한 배우로서보다 관객으로서 ‘남매의 여름밤’은 소중한 가족 앨범을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매번 넘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고 잊고 있던 기억과 따뜻함을 떠올리게 해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최정운도 “보면 볼수록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고, 보면 볼수록 또 보고 싶은 영화”라며 “내가 출연한 영화지만, 정말 좋아한다”며 웃었다.

윤단비 감독은 “배우들이 관객의 입장에서 좋게 평가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영화를 만들 당시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친구가 돼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관객들을 만나면서 관객들이 이 영화의 친구가 돼주고 곁을 함께 지켜주는구나 생각이 든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슷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나 말고도 있다는 것에서 오는 위안을 주고 싶고, 보는 이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남매의 여름밤’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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