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김선규의 아이러브스포츠
‘감독’ 염경엽의 ‘강렬한’ 첫 시련
2020. 09. 08 by 김선규 기자 swsk1209@hanmail.net
염경엽 감독이 끝내 올 시즌 복귀하지 못하게 됐다. /뉴시스
염경엽 감독이 끝내 올 시즌 복귀하지 못하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모두에게 힘든 시간으로 기억될 2020년이지만, 이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바로 ‘염갈량’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 시절은 물론 은퇴 후 프런트 및 코치 생활을 하면서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 시절 2할도 넘지 못했던 통산타율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감독’ 염경엽은 달랐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깜짝 발탁된 그는 ‘염갈량’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그가 처음 감독으로 발탁된 것은 2012년 10월 당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서다. 당시 넥센 히어로즈는 만년 하위팀을 벗어나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나, 존재감이 상당했던 김시진 전 감독이 급작스럽게 경질돼 뒤숭숭하기도 했다. 그런데 스타 선수 출신도 아닌데다 감독 경험도 없고, 코치로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염경엽 감독이 후임으로 발탁되면서 그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염경엽 감독은 이러한 물음표를 보기 좋게 느낌표로 바꿨다. 첫해부터 팀을 첫 가을야구로 인도하더니 이듬해에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가을야구 티켓을 놓치지 않았다. 감독 데뷔 첫해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가을야구 진출 자체가 중요한 성과이긴 했지만, 늘 주인공이 되진 못했던 것이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무릎을 꿇자 2016년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염경엽 감독은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듬해인 2018년엔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그는 팀을 떠난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을 대신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감독 염경엽의 SK 와이번스는 시즌 내내 압도적 1위를 질주하며 매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즌 막판 흔들리기 시작해 통한의 추월을 허용하더니, 가을야구에서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며 또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처럼 감독으로서 5년 동안 염경엽 감독은 매년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엔 번번이 실패했다.

그리고 올해, 염경엽 감독에겐 전에 없던 시련이 닥쳤다. 주축선수들의 이탈과 부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외국인 용병 등 악재가 겹치면서 SK 와이번스는 시즌 초반부터 맥을 추지 못했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한화 이글스 덕분에 꼴찌는 면했으나, 꼴찌나 다름없는 성적이었다.

평소에도 예민한 것으로 유명했던 염경엽 감독은 겪어보지 못했던 성적 부진에 더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 6월 경기 도중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2개월 간 현장을 떠나 휴식 및 안정을 취했다. 이후 이달 초 다시 복귀했지만, 일주일도 버티지 못한 채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어쩔 수 없이 SK 와이번스는 남은 시즌을 대행체제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기 마련. 중요한 것은 그 시련을 딛고 일어나 더욱 강해지느냐,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느냐다. 감독 데뷔 이후 첫 시련을 제대로 치르고 있는 염경엽 감독의 다음 발걸음이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