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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기묘한 매력 ‘후쿠오카’, 해석 포인트 셋
2020. 09. 1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다양한 해석을 부르고 있는 영화 ‘후쿠오카’(감독 장률). /인디스토리
다양한 해석을 부르고 있는 영화 ‘후쿠오카’(감독 장률). /인디스토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을 이끌어내며 묘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영화 ‘후쿠오카’(감독 장률).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화의 주요 포인트 3가지가 공개됐다. 

‘후쿠오카’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 ‘망종’(2005), ‘두만강’(2009), ‘경주’(2014),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 등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신작이다. 제69회 베를린영화제부터 제9회 베이징국제영화제,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들 공식 초청과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달 27일 베일을 벗은 ‘후쿠오카’는 개봉 이후 연관 검색어에 ‘해석’이 따라붙을 만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현실과 기억, 과거와 현재 등 모든 경계를 넘나든 ‘장률 유니버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에 제작진은 영화의 주요 포인트 세 가지를 공개하며 관객의 ‘해석 열풍’에 답했다.

◇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주은과 ‘후쿠오카’ 소담

영화의 가장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은 소담(박소담 분)의 존재다. 귀신 혹은 독특한 서점 단골, 28년 전 떠나버린 순이의 딸이 아니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의 주은(박소담 분)과 연결고리인 일본 인형이 주요한 키워드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후쿠오카 출신 재일동포 주은과 ‘후쿠오카’ 정은 서점의 유일한 단골손님 소담은 일본 인형과 배우 박소담을 통해 연결된다. 소담은 처음 방문한 후쿠오카의 이리에 서점에서 마치 주은처럼 일본 인형을 껴안고 일본 노래를 똑같이 부른다. 가족의 결핍 속에서 자랐다는 점도 닮아있다.

소담을 둘러싼 기묘한 설정은 ‘후쿠오카’ 제문(윤제문 분)과 해효(권해효 분)를 다시 이어준 그의 존재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률 감독은 “주은이 후쿠오카 출신 재일동포라는 설정도 ‘후쿠오카’ 촬영 장소를 결정하는 데 한몫했다”고 밝히며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암시하기도 했다.

‘후쿠오카’에서 호연을 펼친 박소담(위)과 (아래 왼쪽부터) 윤제문 권해효 스틸컷. /인디스토리
‘후쿠오카’에서 호연을 펼친 박소담(위)과 (아래 왼쪽부터) 윤제문 권해효 스틸컷. /인디스토리

◇ 결말이 남긴 여운

‘후쿠오카’의 백미는 장률 감독의 작업 방식이 돋보이는 독특한 구성의 엔딩이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전등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앞서 권해효는 인터뷰를 통해 “‘후쿠오카’의 엔딩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던 장면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장률 감독은 스태프의 작은 실수로 인해 등장한 소품과, 자신의 촬영 일정이 아님에도 현장에 방문했던 배우와 즉흥적으로 촬영해 영화의 처음과 끝을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후쿠오카’는 시작과 엔딩의 공간, 그리고 28년의 간극을 맞닿게 하며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를 촬영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장률 감독의 작업방식은 아이러니함과 우연이 모여 하나의 인연을 만드는 우리의 삶과 닮아 있어 영화를 해석하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 시인 윤동주와 장률 감독의 공통점

해효와 제문, 소담 외에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윤동주 시인이다. ‘후쿠오카’는 윤동주 시인을 연결고리로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혼재된 도시 속의 질감과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장률 감독과 윤동주 시인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창작가들의 작품에선 관념이나 인생에 대한 생각이 먼저 보이지만, 두 사람의 작품에선 공간이 가장 먼저 보이는 것.

윤동주 시인은 그 공간에서 이념이나 사상보다 앞선 사랑과 하늘, 별 그리고 바람을 이야기한다. 장률 감독 역시 가장 일상적인 공간을 거닐며 이념이나 사상에서 비롯된 경계를 허물고 함께 관계 속에 살아갈 것을 말한다. 장률 감독과 윤동주 시인의 닮음을 통해 이 영화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후쿠오카’는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