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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내가 죽던 날’ 김혜수‧이정은, 만날 수밖에 없었던 ‘운명’
2020. 10. 0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으로 뭉친 (왼쪽부터) 김혜수‧노정의‧박지완감독‧이정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으로 뭉친 (왼쪽부터) 김혜수‧노정의‧박지완감독‧이정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운명적으로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일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연출자 박지완 감독과 주연배우 김혜수‧이정은‧노정의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로,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이날 박지완 감독은 ‘내가 죽던 날’에 대해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사람이 있었고, 어떤 걸 느껴서 일이 이렇게 됐는지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내가 죽던 날’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아닌, 사건 이후의 상황을 담는다.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돼 섬마을에서 보호를 받던 소녀 세진이 사라진 뒤 주인공 현수가 세진의 사건을 담당한 전직 형사, 연락이 두절된 가족, 그녀가 머물렀던 마을의 주민들을 차례로 만나며 세진이 사라진 이유를 되짚어보는 탐문수사 형식의 흥미로운 구조로 이뤄져 있다.

영화 ‘내가 죽던 날’를 연출한 박지완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내가 죽던 날’를 연출한 박지완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박지완 감독은 “내가 평소 후일담을 좋아한다”며 “사람들이 다 끝났다고 생각을 멈추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인생이기도 하고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정성스럽게 들여다보면 보이는데, 우리는 끝났다고 해버리지 않나. 그래서 그다음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독특한 구조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도 기대 포인트다. 충무로 대표 배우 김혜수부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하며 대세 배우로 떠오른 이정은, 신예 노정의까지 실력파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시너지를 발산할 전망이다.

김혜수는 하루아침에 자신이 믿었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순간, 한 소녀의 의문의 자살 사건을 맡으며 그녀의 흔적을 추적하게 된 형사 현수 역을 맡아 형사의 집요함과 함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과의 만남이 ‘운명’이었다며 작품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안받은 시나리오들 사이에서 ‘내가 죽던 날’ 시나리오에 시선이 줌인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장르가 뭔지 어떤 스토리인지 알기도 전에 운명적으로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가 작품을 만나는 것이 결과적으로 운명 같은 느낌이 있는데, 접하기 전부터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며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시작하게 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를 받았다”며 “나 스스로 위로와 치유의 감정을 느끼면서, 이런 감정들이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진실 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선택하고 시작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드디어 만난 김혜수와 이정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드디어 만난 김혜수(왼쪽)와 이정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이자 소녀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한 순천댁으로 분한다. 말을 못하는 캐릭터로 분한 그는 표정과 작은 몸짓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며 연기파 배우의 저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제작진이 이정은의 열연에 ‘호흡마저 연기했다’며 극찬을 보냈을 정도.

이정은은 “자꾸 말이 나올 뻔해서 사실 어려움이 있었다”며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글을 쓰는 게 있었는데, 인물에 맞게 글씨체를 만드는 것도 감독과 오랫동안 이야기하면서 준비했다”고 전해 얼마나 디테일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하게 했다.

김혜수는 이정은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혜수는 “좋은 배우와 공연할 수 있다는 건 배우에겐 가장 큰 기회이자 축복”이라며 “배우 이정은은 매 순간 경이로웠다”고 극찬했다. 이정은 역시 김혜수에 대해 “모든 장면이 압도적”이라며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다. 꾸민 얼굴도 좋지만, 그 역할로 분한 김혜수의 모든 얼굴과 장면이 다 기억난다”고 감탄했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신예 노정의도 함께 한다. 극 중 섬의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 역을 맡아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예 노정의도 함께 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신예 노정의도 함께 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노정의는 김혜수와 이정은, 두 대선배와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대해 “질문하기도 전에 어려워하는 부분을 이미 알아봐 주고 먼저 다가와 알려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김혜수는 본인의 촬영이 아님에도 미리 촬영장에 와 노정의에게 도움을 줬다고. 이정은 역시 어려운 감정 연기를 앞둔 노정의와 함께 울며 힘을 불어넣었다.

노정의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크게 안 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챙겨줄 수 있는 두 선배의 모습을 보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사소한 것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연구하는 걸 보면서, 나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선배들을 잘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김혜수, 이정은을 향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내가 죽던 날’은 여성 중심 서사와 그들만의 특별한 연대를 그린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여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삶의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세밀하고 깊이 있게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결과적으로 여성이 중심인 작품이 됐는데 애초에 그걸 염두에 두고 택한 게 아닌 작품에 끌려서 하게 된 것”이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성별을 따져가며 보지 않지만, 이야기 속에서 단지 외적으로 어필됐던 여성 캐릭터가 조금 더 갖춰지고 다듬어진 캐릭터로 소개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고, 지속적으로 용기 내고 도전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지금도 많은 여성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며 “단단하게 내실을 기해서 이후에 여성 감독으로 소회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잘 준비된 영화인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정은도 “여성이 이야기의 전면에 나오는 것은 좋지만, 결국 사람,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내가 보탬이 되는 역할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보탰다. 오는 11월 1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