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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혜수,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
2020. 11. 1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김혜수가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로 돌아왔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배우 김혜수가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로 돌아왔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혜수는 하이틴스타 시절부터 데뷔 후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다. 단순히 오래 연기를 해온 배우만은 아니다. 멜로부터 누아르, 코믹부터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톱배우이자, 안주하지 않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성실한 연기자로 대중의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런 김혜수의 입에서 ‘은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으로,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으로 살아온 그가 늘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끊임없이 한계에 부딪히고, 매 순간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는 그의 고백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김혜수에게 연기, 그리고 배우란 직업은 삶 그 자체다. 모든 걸 내려놓으려는 순간, 그 역시 깨달았다. 배우를 하면서 성장했고, 연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을. 그렇게 사람, 그리고 배우 김혜수의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

지독히 힘든 시기 만난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은 김혜수에게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

극 중 김혜수는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극을 이끈다.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은 물론, 일상이 무너져버린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호평을 얻고 있다.

‘내가 죽던 날’로 위로를 받았다는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내가 죽던 날’로 위로를 받았다는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김혜수는 형사 현수에게, 소녀 세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고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순천댁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콕 하고 박혔고, 그다음을 생각할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김혜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품을 택한 결정적 이유가 있다면.
“시나리오다. 정말 마음에 쏙 들어왔다. 읽기도 전에 제목이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있었고,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뭔가가 느껴졌다. 만나지 않은 사람 간에 느껴지는 연대감 같은 것들.  물론 표현을 해내려면 배우뿐 아니라 연출자, 모두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내가 느껴지는 만큼만 보는 분들이 느낄 수 있게 만들어진다면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를 느꼈다. 내가 느낀 위로처럼, 이 영화를 본 관객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 영화의 목적이고 의미지 않나 생각했다.”

-현수 캐릭터는 어땠나.
“물론 마음에 드니까 한 거다. 그런데 그건 여러 가지 의미다. 실제 현수가 마음으로 이해가 됐다. 이런 현수를 표현해내느냐 낼 수 없느냐는 배우로서 또 다른 문제다. 그건 당연히 내가 해내야 할 숙제인데, 내가 이 연기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무게를 느끼기도 전에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현수의 첫 등장부터 어떤 설명 없이도 이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고민 많이 했다. 지금 편집된 완성본이 우리가 고민한 결과물이다. 시나리오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마음이 컸다. 그런데 또 작업을 하다 보면 충분한 시나리오를 조금 더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과감해야 할 것들이 생긴다. 현수의 상황은 말이나 신으로 설명이 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정황이나 설명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아주 직접적인 감정을 개입하면 어떨까 싶었다. 현수가 어떤 심정이고 어떤 감정 상태인지는 시나리오에 없었다. 괴로움이 드러나는 게 혼자 있는 공간이니까 차 안을 택했다. 그 장면은 추가로 촬영한 부분이다.”

-현수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본인이 대사를 직접 만들었다고.
“현수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과 세진에 대한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었다. 현수 상태를 설명할 때 잠을 못 자고 약에 취해 깨어나면 몽롱한 상태에서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괴로운지 조금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그 꿈이 개입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그건 내 꿈이었고, 내 꿈이니까 당연히 대사도 내가 썼다. 원래 대본에서 그 부분만 추가된 거다. 그 꿈을 설명하는 부분이, 내가 늘 그 꿈을 꾸고 현실로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심플한 감정이었다. 매번 반복되는 꿈에 매번 반복되는 감정이었다. 꿈에서 내가 나를 본다.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저기 죽어있는 걸. ‘치워주지 치워라도 주지’ 이 마음이 실제 꿈에서 느낀 감정이다. 정말 그대로였다. 그게 현수의 상황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에 용이했던 것 같다. 관객들에게 현수가 잘 느껴지기 위한 과정이었다.” 

‘내가 죽던 날’에서 형사 현수를 연기한 김혜수(오른쪽)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내가 죽던 날’에서 형사 현수를 연기한 김혜수(오른쪽)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직도 그 꿈을 꾸나.
“지금은 안 꾼다. 내가 아주 괴로웠을 시기에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1년 넘게 꿨다. 꿈을 잘 안 꾸는데 꾸기만 하면 그 꿈을 꾸는 거다. 마치 영화의 몇 커트처럼. 나도 내 마음이 죽어있구나 스스로 알았다. 내가 심리적으로 죽어있는 상태구나. 그리고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그 꿈을 안 꾸네 조금 나아지려나 보다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극복했나.
“극복할 여력이 사실 없었다. 그리고 나는 뭔가를 할 때 ‘극복한다, 이겨내야 한다’라는 게 없다. 그냥 내버려 둔다. 원하지 않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또 내가 지금 현실적으로 해야 할 것들은 해야 하는 것이고, 하려고 해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들은 내버려 두면 그다음이 되는 거다. 그때 당시에도 내가 이렇구나 알았지만, 내가 뭘 해야 하지 이런 건 없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했는데, 마음에 오래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면.
“많다. 마지막 순천댁과의 만남도 당연히 그렇고, 민정과 방 안에서 가장 솔직한 현수를 드러내는 장면도 좋았다. 내가 나오는 장면은 아니지만, 순천댁과 세진의 장면 중에서 ‘아무도 안 남았어요’ ‘네가 남았다. 이제 네가 널 구해야지. 인생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어’ 이런 말들은 세포 하나하나에 다 흡수되는 말들이었다.”

-현수의 대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정말 내가 원하는 건, 이 일이 다 없던 게 되는 거야.’ 나도 그랬다. 우리가 그렇잖나. 내가 만든 일도 아니고 전혀 예상하지 않고 당연히 원치 않은 일인데, 너무 고통스러운 일을 만나게 되면 어쩌다 이 일이 생긴 거지 생각하다가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면 자책을 하게 되고, 시간을 절대 돌릴 수 없을 줄 알면서도 ‘없던 일이 되면 안 되나, 꿈이었으면’ 말하는 것처럼,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장면, 그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모든 게 다 연결돼있는 것 같다. 나의 말이 이 사람의 말이고 저 사람의 말이 이 사람의 말이고, 배역들의 말이 나의 말이기도 했다. 아마 보는 분들도 ‘나도 저랬는데, 저건 지금 내 얘기야, 내 얘기를 세진이 하고 있네 현수가 하고 있네, 순천댁이 하는 말이 지금 내게 필요한 얘기네’ 생각할 것 같다.”

충무로 대표 배우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충무로 대표 배우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한국영화가 남성 중심적인데, ‘내가 죽던 날’은 여성 중심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영화계에 대해) 가장 크게 느낄 때는 언제인지 최근 완화됐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있는지.
“한국영화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가 그렇다. (완화됐다고 느낀 지점은) 별로 없다. 늘 비슷하다. 최근 동성 동료들과 가까워졌다. 그래서 같이 얘기를 나누고 들어볼 기회들이 생겼는데, 우리는 왜 못 만났지 생각하니 항상 남자들이 많으면 여자는 하나였던 거다. 그러니까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거다. 당연히 산업이라고 봤을 때 현실적인 반응에 근거한 게 있겠지. 그걸 무시할 순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언론에서도 그렇고 만드는 사람도 그렇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건 느껴진다.

힘든 와중에도 새로운 시도나 도전들을 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최근 작품을 하는 분들 중에 여성감독들이 많아진 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물론 반가운데, 그 마음보다 앞으로 좋은 감독이 될 자질을 발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신인감독이 등장을 많이 한 건 결국은 그냥 한번 ‘반가워요’라는 것에서 끝나는 거다. 앞으로를 생각할 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은 거다. 그게 맞잖나.”

-신인 감독, 여성 중심 서사의 작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야 했다. 주인공으로서, 톱배우로서 부담감은 없었나.   
“오래 하다 보니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선배로서 혹은 이 어려운 시기에 여성 연기자로서 책임감이나 의미 부여를 받기도 한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맞다 부담이 된다 싶지만, 내가 부담을 느낀다고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외면하진 않지만 부담감이나 책임을 전제로 뭔가를 하진 않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일을 하는 것이고, 내가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것을 충실히 해내기만도 매번 너무 벅차다.”

김혜수가 배우로서 느끼는 두려움을 털어놨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김혜수가 배우로서 느끼는 두려움을 털어놨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앞서 인터뷰에서 은퇴에 대한 언급을 해서 놀랐다.
“오래 (일을) 했으니까 새삼스럽게 무슨 은퇴냐고 할 수 있는데, 내겐 놀라운 일이 아닌 게 많은 배우들이 매번 작품을 시작할 때, 마치고 나면 수시로 하는 생각인 것 같다. 내가 그걸 경솔하게 입 밖으로 꺼내서 그런데, 늘 있는 마음이다.”

-두려움일까.
“두렵다. 우리가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 알고 있고, 해내기까지 얼마나 기묘하게 힘들고 괴로운 일인지 안다. 두려움이 전제가 되지 않은 현장은 없다. 감당 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인 것 같다. 배우만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 제작자는 더 할 거다. 너무 무서울 거다. 배우도 처음 하는 배우, 10년 한 배우, 100년 한 배우 다 두려움이 있다. ‘배우(俳優)’라는 말의 한자 유래가 ‘배(俳)’는 ‘사람 인(人)’에 ‘아닐 비(非)’가 붙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우(優)’는 뛰어나다는 뜻이다. 사람이 아닌 일을 뛰어나게 해야 하는 일이 배우라는 일인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다. 말이 안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굉장히 모순되고 그럼에도 해내야 하고 또 그걸 해내는 사람이 있고. 정말 경이롭고 두렵고 신비롭고 또 두려운 일인 거다.”

-하지만 가장 즐거운 작업이기도 하지 않나. 
“아니다. 즐거울 리 없지 않나. 그렇게 두려운데. 하나도 안 즐겁다. 너무 고통스럽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을 즐기는 태도로 희석시키면서 가는 경우가 있는 것이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긴 힘든 것 같다. 정말 내용 없이 기능적인 코미디를 한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두렵고 힘들다. 현장에서 누구를 만난다거나 소소한 즐거움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걸 생각하면 나는 현장이 즐겁긴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김혜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김혜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그럼에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릴 때 우연히 시작하게 돼서 정신없이 낯선 서계에서 어른들 틈에 있다 보니 10대에서 20대가 됐다. 20대가 되면서 뒤늦게 사춘기가 오듯이 ‘이 일이라는 게 뭔가’ 생각하게 됐다. 눈 떠있는 대부분 시간을 이 일을 하면서 보내는데 나는 왜 이걸 해야 하지, 이건 뭐지? 친구들 만나는 것보다 맛있는 거 먹는 것보다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왜 하는 거지에 대한 고민들을 서서히 시작하게 됐고 조금 복잡해졌다. 20대 때 심적으로 많이 방황을 했던 것 같다. 우리 영화의 대서처럼 생각한 것보다 인생은 길다. 그런데 그때는 그때가 전부인 것 같잖나. 어리다 보니까 그동안의 시간들, 나의 학창시절 20대의 청춘을 이 일을 하면서 시간을 바친 게 너무 아까웠다.

나를 향한 평가보다, 나 스스로 단지 어른들 틈에서 조금 더 창의적인 사람들 틈에서 내가 신나고 즐거웠다 이것만으로 되나 싶었다. 그래서 진짜 뭔가 한 번 해보자 그런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많은 벽에 부딪혔다. 내 한계를 들여다봐야 하고 인정해야 하고 내가 원하는 것과 나를 원하는 것은 일치하지 않고 거기에서 오는 좌절감이 있고 그렇게 30대를 보냈다. 여러 가지 시도와 수많은 영향들을 주고받으면서 보냈다.

40대를 앞두고 만 40세가 되면 정말 그만이다 나도 이제 내 삶을 살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40대에 진입하고 나니 내 삶과 배우로서 연예인으로서 삶을 분리한다는 게 의미가 있나, 난 이걸 하면서 성장했는데 내가 이걸 하면서 철들고 내가 이걸 하면서 내 취향이라는 게 생기고, 이걸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이해하게 됐는데 싶더라. 그렇게 다시 시작하는 거다. 매번 그런 식이었다.(웃음)”

-그 과정을 겪으며 걸어오는 동안 누군가는 김혜수를 통해 힘을 얻었고, 또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내 힘만으로 온 건 아니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고, 우리가 하는 일 자체가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와서 내 인생을 구성하고 있는 거다. 겉으로 보이는 것 말고 속은 늘 복잡하고 모순이 많고 혼란스럽다. 그런 시간을 보내왔고 현재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든다. 감사하다. 그리고 순천댁처럼 무언의 구세주 같은 사람들이 늘 있었던 것 같다. 큰 힘과 영향력을 줬다.

내가 어떤 목표를 두고 정진한 결과물이 아니고, 누구보다 더 특출해서도 아니다. 연기 경력도 중요하지 않다. 좋은 배우가 많다. 나보다 연기 잘하는 사람은 엄청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은 좋은 의미의 행운이 끊임없이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는 분들, 나를 만나지 않은 사람들, 나를 특별하고 용기 있는 여성, 잘 살아가고 있는 여성으로 느끼는 분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늘 두렵고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고 내게 주어진 몫이 버겁고 그런데 하게 되고, 부족하고 자책하고 괴롭고 또 작은 것에 기뻐하고 별거 아닌 거에 실없이 웃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전혀 다르지 않다.”

-보통 내면의 약한 면은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지 않나. 특히 배우들은 더더욱.
“사람마다 다르겠지. 그게 약한 면도 아니고 원래 그런 건데,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또 그것만 빼놓고 얘기할 필요도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