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호 감독이 영화 ‘파이터’로 관객을 찾는다. /인디스토리
윤재호 감독이 영화 ‘파이터’로 관객을 찾는다. /인디스토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통찰력과 따뜻한 시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윤재호 감독이 영화 ‘파이터’로 관객을 찾는다. 탈북 여성의 성장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영화 ‘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진아(임성미 분)의 성장의 시간을 담은 작품으로, 윤재호 감독의 신작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 2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 부문 14플러스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윤재호 감독은 단편 ‘약속’(2010)의 제9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단편영화 ‘히치하이커’(2016)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장편 다큐멘터리 ‘마담 B’로 제12회 취리히영화제 골든아이상, 제3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다큐멘터리스트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어 ‘마담 B’를 모티브로 만든 첫 극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호평을 받으며 스토리텔러로서도 능력을 입증했다. 

윤재호 감독은 지속적으로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조명해오고 있다. ‘히치하이커’를 통해 우리 사회의 탈북자를 보는 시선과 교감에 대해 이야기했고, ‘마담 B’를 통해서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탈북 여성 브로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뷰티풀 데이즈’에서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의 재회를 담담하게 그려내며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탈북민 여성 복서의 이야기를 담은 ‘파이터’. /인디스토리
탈북민 여성 복서의 이야기를 담은 ‘파이터’. /인디스토리

‘파이터’ 역시 탈북 여성을 극의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윤재호 감독은 4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에 칸 영화제에 운영하는 레시던시 프로그램 참여했을 때 ‘뷰티풀 데이즈’와 함께 기획했던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윤 감독은 “‘뷰티풀 데이즈’가 중국인 아들이 탈북 엄마를 찾으면서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본인의 가족사를 알게 되는 이야기라면, ‘파이터’는 탈북 여성의 현재를 다루며 그녀의 한국 정착기와 가족사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가족이 주어진 환경 때문에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분단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질문들을 지난 10년간 해오고 있다”며 “‘파이터’ 역시 다큐의 경험으로 만났던 인물 또는 접하게 된 이야기를 토대로 시작했다”고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파이터’는 ‘뷰티풀 데이즈’ 보다 더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진아에게 ‘탈북민’이라는 프레임만 거두면, 그저 홀로서기하려는 보편적인 청춘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 여기에 ‘복싱’이라는 소재와 적절한 로맨스를 가미해, 보통의 성장 드라마로 완성됐다.

윤재호 감독은 “‘파이터’는 더 심플한 구조”라며 “주인공을 항상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관객들이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알게 되고 가족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주인공으로 젊은 층을 택해 가벼우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고, 러브스토리를 잘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파이터’에서 주인공 진아를 연기한 임성미(왼쪽)과 백서빈(오른쪽 사진 왼쪽), 오광록(오른쪽 아래 사진 왼쪽) 스틸컷. /인디스토리
‘파이터’에서 주인공 진아를 연기한 임성미(왼쪽)과 백서빈(오른쪽 사진 왼쪽), 오광록(오른쪽 아래 사진 왼쪽) 스틸컷. /인디스토리

복싱을 택한 것에 대해서는 “권투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링 위에 쓰러졌을 때 스스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링이라는 작은 공간이 진아가 살아가는 공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싸운다’는 의미에 주목했는데, “단순히 육체적으로 거칠게 싸우는 행위가 아닌, 정신적인 수련과 훈련을 거쳐야 하는 스포츠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파이터’는 저마다 세상이라는 ‘링’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싸워나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파이팅 무비’로 관객에게 희망과 응원을 전하다. 윤재호 감독은 “탈북 여성뿐 아니라, 우리 모두 끊임없이 싸워나간다”며 “목표를 위해서든, 불합리함에 맞서든, 긍정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든 싸워나가는데, ‘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진아의 대사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재호 감독은 관객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파이터’를 봐주길 바랐다. 그는 “성장영화일 수도 있고, 탈북 여성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복싱을 다룬 스포츠 영화로 봐도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넓게 본다면, 가장 본질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며 “관계가 깨지거나 결핍 현상이 생겼을 때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파이터’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 이옥섭‧구교환 감독의 단편 ‘연애다큐’(2015) 등과 tvN ‘사랑의 불시착’ ‘스타트업’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한 배우 임성미가 진아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2011 SBS ‘뿌리 깊은 나무’로 데뷔한 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백서빈이 진아의 성장을 지켜봐 주는 태수로 분해 시너지를 더한다. 여기에 베테랑 배우 오광록이 진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원군이 돼주는 복싱 체육관 관장 역을 맡아 힘을 보탠다. 러닝타임 104분, 오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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