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3부작 두 번째 작품 ‘한산: 용의 출현’으로 돌아온 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 3부작 두 번째 작품 ‘한산: 용의 출현’으로 돌아온 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2017년 7월 개봉해 1,76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에 이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으로, 세계 역사상 손꼽히는 해전이자 임진왜란 7년 동안 가장 큰 승리를 거둔 최초의 전투 ‘한산해전’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명량’에서 한국역사를 대표하는 영웅 이면의 번민과 고뇌를 그렸던 김한민 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자신보다 백성과 동료, 부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젊은 이순신의 남다른 면모와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보여주며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부터 ‘한산: 용의 출현’의 의미, 흥행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힘들 때마다 ‘난중일기’를 본다”면서 “그것을 읽으며 위안 받듯, 이순신 3부작이 관객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젊은 시절 이순신의 남다른 면모와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는 ‘한산: 용의 출현’. /롯데엔터테인먼트
젊은 시절 이순신의 남다른 면모와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는 ‘한산: 용의 출현’.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 흥행 기록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산: 용의 출현’을 선보이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명량’ 때는 기대하지 않았던 스코어를 기록했다. 지금도 미스터리다. 3부작을 준비하면서 이순신 이야기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됐다. ‘명량’ 이후 바로 선보이지 못하고 개봉 기준으로 보면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는데,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다.”

-3부작 프로젝트를 기획할 만큼 이순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운명적인 것인데, 역사 속에서도 지금 이 시대에서도 이순신이 갖는 절묘한 포지션이 있는 것 같다. 나라에 올곧이 충직한 장수 이미지 플러스, 백성과 임금의 중간에서 지금 시대에 굉장히 필요한 어떤 정신을 담은 매우 절묘한 위치에 있지 않나 생각을 한다. 그런 지점에서 이순신이 우리 시대에 조금 더 많이 활약하고 다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명량’과 ‘한산’, 어떤 차이를 두려고 했나. 
“우선 해전 자체가 차이가 있다. ‘명량’이 뜨거운 역전승의 느낌이 강했다면, ‘한산’은 수세 국면에서 차갑게 이 상황을 계산하고 계기를 마련하려고 하는 이순신의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했기 때문에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전쟁 성격이 달랐다. ‘명량’이 이순신의 고독한 불굴의 의지에 집중했다면, ‘한산’은 주변 장수들, 그를 둘러싸고 도왔던 장수들 이야기도 비중이 있었다. 그 안에서 이순신은 물처럼 포용하고 잘 받아들이는 리더십 발휘했다. ‘명량’ 이순신은 하나의 불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순신 캐스팅을 달리 할 수 있었다. 실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배우가 바뀌더라도 괜찮겠다는 판단도 있었다.”

한산대첩을 스크린에 구현한 ‘한산: 용의 출현’.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대첩을 스크린에 구현한 ‘한산: 용의 출현’. /롯데엔터테인먼트

-최민식에 이어 박해일을 새로운 이순신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배우가 이순신 역할을 하더라도 3부작을 통해 다른 면모가 다 통합돼서 저런 매력을 가진 인물이었구나 생각하면 좋겠다. 이순신은 과묵하고 말수가 적고 상황을 판단하고 보는 안목을 갖고 있지만 유동성, 대처하는 능력 또한 대단하다. 그런 지점에서 ‘한산’은 중요한 전쟁의 변화를 가져가야 하는데, 이순신은 즉답하진 않지만 절묘한 해답을 내놓는다. 지략적이고 섬세한 이순신을 표현하는데 있어 박해일이 적합했다. 젊기도 하고 굉장히 잘 어울렸다.”

-영화화하기에는 다소 싱거울 수 있는, 압승을 기록한 한산대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인전을 해서 학익진으로 대승을 거둔 전투만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매우 어려운 전투였고 쉽지 않았다. 학인진 전술 역시 실전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다. 학익진, 거북선으로 손쉽게 이겼을 거라고 보는 것은 오해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이순신과 그의 주변 장수 하나하나가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걸 새롭게 느꼈으면 한다.”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상대방에 빙의돼서 그 입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개연성을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와키자카 입장에서는 치열한 자기 고민이 있었을 거다. 자만하고 대충 하는 적장이 아니라, 자신 역시 왜군들 사이 경쟁하는 관계에 놓여있고 그 와중에 야망도 펼쳐야 하는 치열한 고민이 있는 적장이었을 거다. 역사적 기록을 봐도 그렇다. 치열한 고민과 서로 간의 탐색전, 디테일한 전술적 싸움이 ‘한산’의 매우 특징적인 모습이 돼야 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적장과 이순신의 모습으로 부딪혀야 관객도 동의하고 이 영화에 기꺼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다.” 

김한민 감독이 섬세하고 지략적인 이순신의 면모를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이 섬세하고 지략적인 이순신의 면모를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에 비해 소위 말하는 ‘신파’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의도한 부분인가. 
“신파적 대사나 직접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대사를 더 넣거나 빼야 한다는 강박은 없었다. 다만 한산해전이 갖는 여러 속성상 관객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개연성을 찾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비친 것 같다.”

-해전 장면에서 연출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고민한 지점은 무엇이었나. 
“단순히 보여주기 식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체계적인 진법, 정교한 유인술을 통한 화포 사격, 새로운 첨단 무기 거북선의 등장까지, 완벽하게 포위하고 괴멸할 수 있었던 해전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굉장한 자긍심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나, 제대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펙터클을 위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오히려 이순신의 중요한 덕목인 유비무환. 성실하고 집중력 있게 전쟁을 준비하고 거짓됨 없이 정직하게 소통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해전도 치열하게 그리고 ‘엣지’있게 보여주는 것이 이순신의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자긍심과도 직결된 지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만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전 장면에서 한국어에도 자막을 활용한 게 인상적이었다. 의도는 무엇이었나.
“자막은 나의 고뇌의 결단이다. 전쟁의 밀도감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고 사운드적 에너지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대사를 눌러버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사가 안 들린다는 원망도 듣는다. 한글 자막을 넣는 것도 낯선 시도이고 해보지 않은 거라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본질에 충실하자, 생생함을 전달하면서 대사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자막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자막이 들어갔다 빠진다. 전쟁 장면에서는 그렇게 시도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 봤다.”  

김한민 감독이 새로운 이순신으로 박해일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이 새로운 이순신으로 박해일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에서 그리고자 한 이순신이 이 시대에 어떤 의미로 전해졌으면 하나.  
“이순신은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오염되지 않은 역사적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에 매우 중요한 통합의 아이콘이다. 그게 왜 이순신에 집중하느냐에 또 다른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를 구한 성웅으로서의 이미지만으로도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기능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시 이순신이 갖고 있던 ‘정신’에 있다. 영화에서 ‘의(義)와 불의(不義)의 전쟁’이라는 명제를 내세운다. 임진왜란을 그냥 조선과 일본이 싸운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조선사회 백성들은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의’의 싸움으로 생각한 게 중요한 지점이다.

그런 지점에서 준사 역할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준사는 ‘나의 주군은 방패막이 삼기 바빴으나, 당신은 당신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앞서 나온다’며 조선 편에 서서 싸우는 중요한 장수가 된다. ‘노량’까지 준사 역할이 확장될 텐데, 그럼으로써 이 전쟁이 갖는 성격이 명확하게 규정된다. 격변의 근현대사를 통해 지금의 우리가 민주화를 이룬 그 중심에는 ‘의’의 코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신은 이순신의 해전을 우리가 다시 각인하고 리마인딩 해서 조금 더 글로벌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태도이기도 하다. 이순신을 새롭게 재평가하고 이제는 조금 더 세계사적인 인물로 등장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3부작 프로젝트라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일 것 같다. 흥행에 대한 부담까지,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견디고 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때마다 끼고 있는 게 ‘난중일기’다. 희한하게 난중일기를 보면 마음에 위안이 된다. 그리고 연구하고 구현하느라 바빠서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였지 자책할 겨를도 없다. 난중일기는 남의 일기장 훔쳐보듯 수시로 본다. 불면증에도 좋다.(웃음) ‘참 힘들게 사셨어’ 그러면서 위로를 얻으며 잠들기도 한다. 내가 난중일기를 보며 위안을 얻듯, 나의 영화 이순신 3부작도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위로나 용기, 힘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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