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으로 돌아온 김우빈.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으로 돌아온 김우빈.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오늘보다 더 잘 살 자신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지금을 즐기려고 해요.”

오랜 공백기를 끝내고 대중의 곁으로 돌아온 김우빈은 한결 편안하고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1년 뒤를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10년 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과거에서 벗어나, 지금 주어진 것에 충실하고 매일에 감사하며 비로소 ‘현재’를 살게 됐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최동훈 감독과 함께 한 ‘외계+인’이 있었다.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이 영화 ‘암살’(2015)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2017년 5월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활동을 중단했던 김우빈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영화 ‘외계+인’에서 가드로 분한 김우빈 스틸. /CJ ENM
영화 ‘외계+인’에서 가드로 분한 김우빈 스틸. /CJ ENM

김우빈은 극 중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로 분해 영화 ‘마스터’(2016) 이후 6년 만에 관객 앞에 섰다. 지난 4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공백기를 끝내고 시청자와 만났지만, 촬영은 ‘외계+인’이 먼저였다.  

“김우빈의 매력이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최동훈 감독의 말처럼, 김우빈은 고난도 액션부터 절제된 감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1인 4역까지 완벽 소화하며 성공적인 스크린 복귀를 알렸다. 작품을 향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김우빈을 향한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다.

김우빈에게도 ‘외계+인’은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새로운 시작이었던 ‘외계+인’ 첫 촬영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면서 “잘 끝내고 나니 이제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며 밝게 웃었다. 

김우빈이 스크린 복귀 소감을 전했다. /에이엠엔터테인먼트
김우빈이 스크린 복귀 소감을 전했다. /에이엠엔터테인먼트

-공백기 후 첫 작품이었고, ‘도청’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최동훈 감독과 재회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최동훈 감독님이 먼저 제안을 주고 한참 뒤에 시나리오를 주셨다. 복귀 의사를 먼저 확인해 주셨고 컨디션을 물어봐 주셨다. 나의 의사를 확인하고 가드 역할을 키워도 되겠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 최동훈 감독님에게 마냥 감사하다. ‘도청’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말 행복했다. 최동훈 감독님의 작품을 한다니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영화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다 내가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대체 배우를 찾을 수도 있는데 손해가 꽤 큰 상황에서도 ‘다른 배우와 촬영하고 싶지 않다’고 중단하겠다고 하셨다고 하더라. 감동이고 감사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이런 캐릭터를 처음해 보잖나.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복귀하고 첫 촬영 날 기억하나. 기분이 어땠나.
“며칠 전부터 잠이 잘 안 왔고 긴장도 됐고 설렘도 가득했고 기대도 됐다. 내가 예전처럼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그런 마음으로 현장에 갔는데 스태프들이 너무 따뜻한 눈빛과 박수로 맞아주셨다. 첫 슬레이트 치기 직전 두근거림이 오래 기억에 남고 잊지 못할 것 같다. 첫 촬영은 가드가 공사장 폭파 잔해 속에서 나오는 제일 짧은 신이었다. 일부러 몸풀기 식으로 스케줄을 배려해주셨다. (류)준열이와 (김)태리가 직접 차를 몰고 대전(촬영장)까지 와줬다. 아직 친해지기 전이었는데도 응원해 주려고 와준 게 정말 감동이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촬영으로 그 세트장에 다시 가게 됐는데, 그날이 생각나 몽글몽글해져서 둘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오래 간직할 거다.”

-촬영 방식이나 기술적인 변화 등 달라진 부분도 있었겠다. 
“기술이 많이 좋아졌더라. 잠깐 쉰 줄 알았는데.(웃음) 예를 들면 조명팀이 태블릿으로 조명을 설정하고 촬영 감독님도 원격으로 하고, 모니터도 그 자리에서 각자 휴대폰에 전송해 줘서 가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더라. 또 20살이 막내였는데, 띠동갑이 생긴 거다. 어느새 나보다 동생들이 훨씬 더 많더라. 책임감도 많이 생기고 더 모범적으로 행동해야겠다, 동생들을 더 잘 챙겨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 김우빈. /CJ ENM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 김우빈. /CJ ENM

-가드는 임무를 위해 만들어진,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캐릭터였는데, 표현하는데 어떤 고민을 했나. 
“뭔가 느끼는데, 그것이 감정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썬더는 표현을 한다. 호기심도 많고. 가드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적고 임무에만 집중하다 보니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린 이안(최유리 분)과 만났을 때 눈에는 무언가 담겨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핏얼핏 표정과 행동에서 관계가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이라 걱정이 많이 됐다. 아무리 상상을 한다고 해도 직접 경험한 것은 또 다르잖나. 그런데 유리와 직접 마주하니 사랑을 안 할 수 없더라. 정말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친구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껴주고 싶고 보호해 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어서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

비로소 현재를 살게 된 김우빈.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작품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김우빈. /에이엠엔터테인먼트​

-가드와 각기 다른 비주얼과 성격의 썬더, 1인 4역을 소화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각 캐릭터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시나리오에는 여러 명의 썬더가 등장한다는 설명이 있었고, 현장에서 많은 의견을 나눴다. 몇 명이 등장할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가, 어떤 포즈와 몸짓을 보여줘야 할까, 차 안에 있어야 할까 밖에 있어야 할까 등 여러 고민 끝에 차 안에 네 명이 비좁게 모여 있으면 재밌겠다는 설정을 했고, 거기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각 캐릭터에 차이를 둘 때는 각자 갖고 있는 기운이 다를 거라는 생각을 했다. 가드가 아래쪽에 깔려있는 기운이라면 썬더는 날아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기운을 느끼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목소리나 호흡도 다르게 나왔다. 의상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것저것 입어보면서 가드와 썬더에 맞는 모습을 찾아나갔다. 특히 썬더일 때 핑크셔츠를 착용했는데, 되게 자유로워지는 거다. 까불게 되고 몸짓이 달라졌다.”

-‘외계+인’이 ‘우리들의 블루스’를 하는데 영향을 주기도 했나. 
“아무래도 새로운 시작을 했고, 잘 끝냈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마음의 안정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촬영할 때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외계+인’이 워낙 어려운 촬영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다 끝내고 나니 이제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거다. 그래서 자신감도 생겼다. 물론 장르나 캐릭터가 너무 다르지만, ‘외계+인’ 덕에 더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들의 블루스’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더욱 단단해져 돌아온 김우빈. /에이엠엔터테인먼트
더욱 단단해져 돌아온 김우빈. /에이엠엔터테인먼트

-긴 공백기 동안 더 단단해졌을 것도 같다. 어떤 변화를 느끼나. 
“너무 아팠던 순간은 기억이 안 난다. 날아갔다. 좋은 것만 남았다. 감사하고 행복한 것들, 내가 지금 현재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들… 그래서 행복지수가 매우 올라가있다. 요즘 자주, 오늘보다 더 잘 살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그때그때 집중하려고 하고 즐기려고 한다. 그럴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해 주셨구나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은 분들이 반겨주셨다.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분들도 안타까워하고 응원해 주셨다.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게 슬펐다. 그런 안 좋은 것은 알려주고 싶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그만큼 응원을 많이 받고 보이지 않는 힘이 전달된 것 같다. 병원에서도 지금 경과가 정말 놀랍다고 한다.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마음 덕인 것 같고, 늘 간직하려고 한다. 매일 자기 전에 감사 기도를 한다. 더 많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게… 내게도 그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앞으로 어떻게 쌓아나가고 싶나.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작품에 충실하고 싶다. 늘 미래에 살았다. 1년 뒤 나를 상상하며 채찍질했고, 10년 뒤 좋은 배우가 되려고 잠을 줄여가며 그렇게 살았다. 지나고 보니 물론 즐거웠지만, 찰나가 기억이 잘 안 나더라. 그만큼 나를 못살게 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내 앞에 있는 것에 더 집중하려고 하고 마음을 내려고 하고 매 작품 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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