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관계사가 70곳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중 46곳은 금융사로부터 총 3,474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 사진=YTN 영상 캡처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유병언 왕국’의 주춧돌은 ‘아이원아이홀딩스’다. 세모그룹의 지주회사격으로,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일가의 관계사 70곳이 복잡한 지분관계로 얽혀있다.

이중 46곳은 금융사로부터 총 3,474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천해지’가 934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28%를 차지했고, 기독교복음침례회 이른바 ‘구원파’가 51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사실상 ‘유병언 왕국’은 빚더미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었던 셈.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조사로 ‘유병언 왕국’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금융감독원의 ‘중앙수사부’로 불리는 기획검사국 등이 156명의 대규모 검사역을 투입해 특별검사를 벌인 결과, 유 전 회장이 1997년 부도가 난 옛 세모그룹을 재건할 수 있었던 것은 구원파 신도들의 희생이 뒷받침 된 것으로 밝혀졌다. 신협에서 신용대출까지 받아 구원파의 자금을 마련했다는 것. 물론 구원파 신도들과 신협에선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구원파 신도들로 이뤄진 신협 11곳이 유 전 회장 일가의 사금고로 활용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장이다.

금감원 권순찬 기획검사국장은 15일 ‘청해진해운’ 관련 금융검사 중간발표를 통해 “신협에 대해 관계사인 금수원 지시로 매년 구원파 여름 수련회 행사비를 지원하거나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을 고가에 매입한 것은 사실상 신협을 사금고로 이용한 것”이라면서 “일부 신협은 유 전 회장과 자녀들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66억원을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금융당국은 유 전 회장 일가 관계사들이 신협으로부터 특혜대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관계사들은 이들 신협을 통해 727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대출받은 727억원 가운데 514억원을 다른 관계사 지원에 사용됐다는 점이다. 관계사들 간 부당 자금지원이 이뤄진 셈이다.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주요 관계사 및 관계인 구조도. / 금융감독원 제공

 

신협 외에 유 전 회장 일가의 자금줄 통로로 지목된 곳은 ‘트라이곤코리아’다. 이곳은 장남 대균 씨가 운영하는 건설회사로, 구원파 명의로 295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여기에 다른 관계사들로부터 3,800억원대의 금융권 대출 상당 부분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트라이곤코리아’가 유 전 회장 일가의 돈을 끌어 모으는 창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은 페이퍼컴퍼니와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붉은머리오목눈이’, 장남 대균 씨의 ‘SLPLUS’, 차남 혁기 씨의 ‘키솔루션’ 등 3곳이 페이퍼컴퍼니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을 내세워 컨설팅비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200억원대의 자금을 전달받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 해외로 빠져나간 돈만 4,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40억원에 달한다. 관계사들은 해외 현지법인에 유 전 회장의 사진 구입과 저작권료 지급 명목으로 2,570만 달러를 송금한데 이어 현지법인 투자지분을 제3자에게 무상양도 또는 헐값처분 등으로 760만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법인의 자회사 설립이나 청산과 관련해 신고하지 않은 외환거래도 16건으로 1,000만 달러에 달했다.

한편,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와 측근 등 관계인이 총 186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중 금융회사 여신이 있는 관계인은 90명이다. 17개 금융회사로부터 382억원을 빌렸다. 이석환 에그앤씨드 대표이사가 92억원을 빌려 전체여신의 24%로 가장 많고, 유대균(69억원), 유혁기(35억원), 김혜경(2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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