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께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남서방 1.7마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52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해경과 군당국이 헬기와 경비정, 특수요원 등을 동원해 수색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헬기 3대, 경비정 1척.’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현장에 급파된 해경의 구조지원 규모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단원고 학생의 최초 신고 이후 배가 침몰할 때까지 무려 1시간반이라는 시간동안 해경은 고작 헬기 3대와 100톤급 경비정 1척만을 현장에 보냈다.

목포에 정박 중이던 당직함은 배가 이미 침몰한 11시 10분이 돼서야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만약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과 어업지도선 등이 재빠르게 모여들지 않았다면 필사적으로 탈출한 승객들마저 잃었을 지 모를 일이다.

특히 사고 이후 공개된 단원고 학생들의 카카오톡 동영상은 사고 당시와 직후에만 해경이 제대로 구조활동을 벌였어도 더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강변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지 꼭 한달이 된 현재, 해경의 미흡한 초기대처가 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 더욱 뜨거워지는 이유다.

◇ 허둥지둥 초기대처… 어이없이 날려버린 ‘골든타임’ 

해경의 미흡한 초기 대처로 인해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 허비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최초 신고자인 단원고 학생의 신고전화에 위도와 경도를 묻는 해경의 대응은 이미 이번 참사가 예견된 인재임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수백명의 승객이 탑승한 여객선이 침몰하는 대형 사고 현장에 경비정 1척만을 보낸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헬기가 없어 특공대와 특수구조단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실은 전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배안에 갇힌 한 승객이 의자로 보이는 물건으로 창문을 내려치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해경 구조배 왼쪽 선실 창문에 학생으로 보이는 승객의 안타까운 모습이 보인다. (사진=WSJ 코리아리얼타임 캡처)

무엇보다 배가 침몰하기까지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해경은 아무도 구조하지 못했다.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조된 학생들이 “배 안에 친구들이 갇혀 있다”고 소리쳤고, 기울어진 선박 유리창 사이로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도 보였지만, 해경은 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해경은 “배가 너무 기울어서 선내 진입이 어려웠다”고 변명했지만, 검찰은 “해경이 선내에 진입했다면 승객을 전원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발표 했다.

 

특히 해경은 사고가 나기 한 달 전에도 이런 해상사고에 대한 훈련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세월호 침몰 구조와 관련해 해경은 바다에 떠있는 사람들 건져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침몰 할 때까지를 ‘골든타임’이라고 봤을 때 해경은 이 금쪽같은 시간들을 죄다 허비한 셈이다.

해경 경비정이 선수(뱃머리)에서부터 구조에 나선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보통 승객들은 배 뒤쪽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해경이 선수 쪽에서 구한 사람들은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이었다. 갑판과 난간 등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승객들을 구하는데 필사적이었던 건 해경이 아닌 민간 어선들이었다.

◇ 300명의 승객 뿐 아니라, 5천만 국민도 지키지 못했다

설상가상,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 과정에서도 해경은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해경은 정조시간에 맞춰 수중수색을 했다고 했지만, 해경이 밝힌 정조시간은 오히려 조류의 흐름이 센 최강조류 시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첫날도 “유속이 너무 세서 수중수색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과 달리, 당시 낮 12시 40분부터 오후 2시 20분, 저녁 7시부터 8시 반까지는 가능했고, 100m가 넘는 선체 길이를 감안하면 군경의 잠수 인원은 훨씬 더 많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해경청장은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했다. 하지만 해경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이 다된 지금까지도 실종·구조자 수치를 정정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통계부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까지 수색·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지난 한 달 동안 해경이 보여준 모습에서 ‘신뢰’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해경을 향한 수사 칼날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해경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에 대한 전모와 책임자 색출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 등의 사법적 판단을 떠나 해경을 향한 국민적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누군가에게 사법적 책임을 지운다고 해서 해경의 잘못이 면피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위 대한민국 해상 안전을 지킨다는 해경은 승객들을 구할 시간과 장비가 충분했음에도 허둥지둥 우왕좌왕하며 선체에 진입조차 하지 않았다. 기울어진 배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승객들에게 마지막 희망이었던 해경은 그렇게 수백명이 배와 함께 물속에 가라앉는 것을 지켜만 봤다. 해경이 지키지 못한 것은 승객 300명 뿐만이 아니다. 이를 똑똑히 지켜보며 분노하고 충격에 빠지고 슬픔과 비통에 잠긴 대한민국 국민들 또한 지키지 못했다.

세월호 승무원들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선장 등이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을 할 수 있는 장비나 시간이 충분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해경은 어떨까. 세월호 참사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식지 않은 온 국민의 분노가 그 답을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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