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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유세전 르포 ③경기] 남경필 vs 김진표, 고향 선후배 대결에 ‘난감’
2014. 06. 03 by 소미연 기자 pink2542@naver.com

▲ 경기지사 선거에서 맞붙게 된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공통분모가 많아 사석에선 형님, 아우로 부른다. 때문에 두 후보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과 사는 구별해야 한다”면서 “선거가 끝나면 다시 예전처럼 좋은 사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남경필 후보 캠프 제공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형님’과 ‘아우’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앞두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대결이다. 두 사람은 수원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경복고 17년 선후배 사이인데다 같은 교회에 몸담고 있다. 5선을 한 남 후보가 3선의 김 후보보다 ‘선수’는 높지만 교회에선 “장로님,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김 후보 또한 남 후보를 ‘후배’라 칭하며 “집사님”이라고 부른다. 선거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얼굴 붉힐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 수원 민심 “형님과 동생 경쟁에 골머리”

‘형님’과 ‘아우’의 경쟁에 가장 곤욕스러운 사람은 수원시민들이다. 선호하는 경기지사 후보를 꼽으라는 질문에 “대체 누굴 뽑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상당수다. 남 후보는 수원 팔달구(수원 병)에서 내리 5선을 했고, 김 후보는 수원 영통구(수원 정)에서 3선에 성공했다. 사실상 두 후보 모두 수원이 길러낸 정치인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일각에선 ‘형님’의 손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남 후보에겐 다음 기회가 있지만, 김 후보에겐 마지막 도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남 후보 측에선 이를 부정한다. “이번이 마지막일 사람보단 계속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역발상 논리다. 여기에 작고하신 남 후보의 아버지 남평우 선생에 대한 ‘추억’이 남 후보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면서 지지층이 더욱 견고해진 상황이다. 실제 기자가 지난달 30일 수원시 팔달구에서 만난 50대 남성도 “남 후보의 부친이 정말 좋은 분이었다. 선거운동 할 때도 자세를 보면 기가 막힐 정도였다. 남 후보는 아직 아버지만큼의 수준까진 안 된다. 그래도 열심히 하니 보기 좋다”면서 남 후보를 지지했다.

두 후보의 팽팽한 지지층으로 수원은 그야말로 혼전 속에 있다. 경기지사 선거 판세가 ‘초박빙 접전’이라고 표현한 것은 수원 민심을 두고 나온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수원을 제외한 다른 경기권 지역의 민심은 어떨까. 선거를 앞둔 두 후보의 마지막 주말, 지난 1일 마지막 유세 일정으로 찾은 용인의 민심은 남 후보의 ‘우세’로 나타났다.

◇ 아직까진 ‘인물’보다 ‘당’… 새누리 지지

이날 밤 9시20분. 남 후보는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 위치한 동백점 이마트 앞 광장에서 1톤짜리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시장, 인천시장 (여권의 당선이) 쉽지 않다. 경기도마저 잘못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일을 잘 할 수가 없다. 경기도지사에 남경필을 선택해서 대통령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게 그의 연설 내용의 주요 골자다.

▲ 남경필 후보는 새누리당의 취약층으로 불리는 2030세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다. 남 후보는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에게도 지지를 받았다. 지난 1일 용인에서 진행된 유세현장에서 상당수의 어르신들은 남 후보의 손을 잡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사진=남경필 후보 캠프 제공

연설이 끝나도 남 후보는 유세차량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선거운동으로 빠듯한 시간이지만 남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직접 진행을 맡았다. 용인시장을 비롯한 시의원 후보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발언권을 주는 한편 후보들과 얽힌 일화를 소개하는 등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른 후보들이 인사를 하는 동안에는 광장을 바라보며 시민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그러다 관중 속에서 낯익은 얼굴이 발견되면 활짝 웃고, 손을 번쩍 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합동 유세가 끝나자 남 후보는 이마트 일대를 돌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보통 수행원들이 명함을 돌리는 것과 달리 남 후보는 자신이 직접 명함을 건네줬다. 촬영을 위해 몰려든 사진기자들을 다독이며 “시민들이 싫어하는 행동이다. 그만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한 것도 수행원이 아닌 남 후보였다. 기자들을 멀찍이 떨어뜨린 뒤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서 주변 목격자들은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배려하는 마음도 멋지다”고 엄지손을 치켜세웠다.

남 후보의 유세를 지켜본 40대 남성은 “체격이 왜소해보였는데, 말하는 모습에서 강단이 느껴졌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50대 여성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표현했다. 이 여성은 “(남 후보가) 똑똑한 사람이다.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설득하고 주도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남 후보가 젊은 세대에게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장에선 남녀노소 구별 없이 환호를 받았다. 여기서 쇄기를 박는 50대 택시기사의 의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인물’보다 ‘당’을 더 보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론 좋은 사람이란 걸 왜 모르겠습니까. 특히 이번에 나온 김진표 후보나 남경필 후보 모두 인물면에선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중앙당의 도움과 지원사격이 있어야 해요. 이왕이면 대통령의 힘도 바랄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 용인 민심 “남경필 때문에 김진표 안 돼”

여유 있는 남 후보의 모습과 달리 김 후보의 유세 현장은 다소 절박해보였다. 남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추격해야 하는 김 후보의 입장에선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좋은 일자리 창출로 경제 활성화를 돕겠다. 출퇴근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와 함께 머리를 맞대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한 뒤 “지난 8년의 김문수 도정과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현정부의 잘못을 유권자의 이름으로 심판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 김진표 후보는 지지율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당 경선 전까지만 해도 남경필 후보와 20%P 이상 격차를 보였으나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지지율이 좁혀지고 있다. “경기도를 바꿀 수 있게 도와 달라”는 그의 호소가 도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사진=김진표 후보 캠프 제공

김 후보가 이날 연설을 한 곳은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사거리였다. 시간은 저녁 7시. 김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 주변 상가를 돌며 식사 중인 시민들을 찾아 인사를 나눴다. “경기도를 바꿀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후보가 악수를 건넬 때마다 시민들은 식사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잡았다. 반가움을 표시하는 시민들이 “파이팅”을 외쳤고, 어린 남매를 둔 30대 부부는 김 후보에게 “당선을 기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열정적 유세로 ‘시민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느끼던 그 순간. 반전이 시작됐다. 김 후보가 유세를 마치고 돌아간 뒤, 기자가 김 후보와 인사를 나눴던 주민들을 다시 만나 민심 파악에 나서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 후보를 지지할 것처럼 말했던 40~50대 남성들이 모두 남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 특히 50대 남성 두 명은 “김 후보 측에서 보낸 사람 아니냐”며 경계를 하다가 기자의 명함을 받고서야 속내를 털어놨다.

“김 후보가 좋은 사람인 건 알지만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제가 오산사람입니다. 오산이나 수원이나 같은 고향 선후배 아닙니까. 고향 선배가 와서 인사를 하는데, 어떻게 자리에 앉아서 악수를 받습니까. 당연히 일어나서 인사하는 게 도리지. 개인적으론 남 후보를 지지해요. 사실 남 후보를 지지한다기 보단 당을 지지한다고 봐야겠죠.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렸는데,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닙니까. 공약은 어느 후보나 거기서 거기에요. 그 공약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문제인거지.”

주민들은 남 후보를 지지하지만 그의 당선을 확신하진 못했다. 격차가 상당했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그날(투표일) 가봐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캐스팅보드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가 투표를 앞두고 망설이다가도 막상 표를 던질 땐 보수의 편에 서게 돼 있다”는 것. 때문에 이를 안타까워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김 후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남 후보 때문에 안 된다. 남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김 후보가 (당선) 됐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운 선거가 됐다”고 토로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었던 수원과 달리 용인 민심은 김 후보의 고전을 예상했다. 물론 하나의 일례에 불과하다. 경기권은 52개의 선거구, 유권자만 1250만명에 달한다. ‘혁신도지사’를 표방하는 남 후보와 ‘경제도지사’를 피력하는 김 후보의 승부 결과는 내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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