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울-춘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서’. 본지가 입수한 ‘정부와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서’에는 지체보상금에 대해 “준공예정일을 넘긴 일수 당 0.1%로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그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건설사들에 부과하지 않았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그동안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돼 온 각종 의혹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오는 8일(금), ‘서울춘천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체보상금 면제 및 부당이익 등에 대한 의혹이 실체를 드러낼 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감사원이 4대강사업(영산강 구간)과 관련, 발주처가 민간 건설사에 300억원대 지체보상금을 부당 면제해준 사실을 밝혀냄에 따라 이번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감사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 경실련 “준공필증 부당 발급 ㆍ지체보상금 면제 의혹 등 감사청구”

본지는 앞서 <[단독] 현대건설․현산, 서울춘천고속도로 수상한 공기연장> 보도를 통해 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등 서울춘천고속도로 공사를 담당했던 건설사들의 지체보상금 문제를 조명한 바 있다.

보도의 핵심을 종합하면 이렇다.

당시 협약서(‘서울-춘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 따르면 공사를 마치기로 계약한 기간은 2009년 8월 11일이다. 이날, 공사 발주처인 옛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공사가 마무리됐음을 증명하는 ‘준공필증’을 발급했다. 하지만 준공필증 발급 이후에도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 건설사들이 준공일 이후 하도급업체들과 재계약을 맺은 계약서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계약서 중에는 1년 가까이 공사를 연장하는 내용도 발견됐다.

▲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간 계약서. 준공일 이후에도 재계약이 이뤄진 정황들이 눈에 띈다.

국토부와 맺은 협약서대로라면 건설사들은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내야 한다. ‘지체보상금(지체상금)’은 계약 기간보다 공사가 늦어질 경우 업체 쪽에 부과해야 하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본지가 입수한 ‘정부와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서’에는 지체보상금에 대해 “총사업비(기성부분 제외)에 대해 준공예정일을 넘긴 일수 당 0.1%로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준공필증을 받은 이후에도 꽤 오랜 시간 공사가 진행된 정황을 감안하면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서울춘천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내야할 지체보상금은 엄청난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토부는 그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건설사들에 부과하지 않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당시 공사가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민간업체 쪽에 준공확인필증을 발급해줬다는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해당 의혹은 시민단체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5월엔 ‘사법정의 국민연대’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청구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공사기간은 제대로 마쳤기 때문에 준공필증 발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건설사들 역시 “공사기간을 지켰고, 일부 하도급사와 계약이 연장된 것은 공사기간 연장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논란과 의혹만 제기돼왔던 이 문제는 결국 감사원에 넘겨지게 됐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실련은 8일 오전,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청구를 할 예정이다.

내용은 크게 세가지로 알려진다. △발주처(국토부)가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필증을 발급해준 점 △준공필증 발급 이후에도 공사를 계속 진행됐음에도 건설사에 공사 지체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점 △지체보상금과 관련, 실시협약서에 “총사업비 중 기성부분을 제외”라고 명시한데 대한 특혜 의혹 등이다. 특히 사업에 참여한 민간건설사들의 공사비 부풀리기에 따른 8,800억원 부당이익에 대한 부분도 감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 지난 5월 20일, 사법정의국민연대 회원들이 용산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과 관련된 감사청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 컨소시엄 주관사다.

◇ 감사원, 최근 영산강사업단 지체보상금 부당 면제 사실 적발… 
    서울춘천고속도로 감사에 영향 미칠 듯

업계를 비롯한 관계기관 등에서는 최근 감사원이 유사한 사안에 대해 특혜 사실을 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은 4대강 사업 비리와 관련, 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건설업체에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특혜를 제공하고 308억원의 ‘지체보상금’도 면제해 준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은 준공기한이 2011년 12월 30일로 돼 있던 영산강 1·2·3공구 2차 공사에 대해 ‘단순 강우’는 공기 연장 사유가 아닌데도 GS건설, 한양, SK건설 등에 공기를 60일간 연장해주고 165억원의 지체상금을 면제해 줬다. 특히 일부 구간은 연장된 준공기한까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농어촌공사는 부당하게 준공처리를 내주고 지체상금 62억원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서울춘천고속도로.
이에 감사원은 발주처에 준공기한을 부당하게 연장해 주거나 준공처리를 내준 관계자 12명을 징계하고 미부과된 지체상금을 부과하라고 통보했다.

경실련에서는 영산강사업단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이번 서울춘천고속도로 감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베일에 싸인 채 숱한 의혹만을 흩뿌린 서울춘천고속도로 사업이 감사원 감사 결과 그 실체를 드러낼 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한편 ‘서울-춘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은 서울시 강동구 하일동과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을 잇는 도로공사로, 지난 2004년 8월 12일 착공되어 2009년 8월 11일 준공됐다. 공사는 8공구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현대건설․롯데건설․한일건설․고려개발 등 5개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총 공사비는 1조6,000여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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