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규제를 시행중인 국가. ETS방식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라는 시장기재를 이용한 규제이고 TAX방식은 탄소배출량에 따라 과세를 하는 방식이다. <출처=Ecofys_State and Trends of Carbon Pricing>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난 11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으로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이었던 양국의 깜짝 발표에 국제사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향후 국제 기후변화협상에 큰 변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국가온실가스 중기감축목표 및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내년 1일 시행을 앞두고 관심이 집중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 제도의 목적과 현 상황을 분석하고 개별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국제적 흐름에 선제적 대응 필요

 

▲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개략적 내용. 업체는 자율적 감축으로 남은 배출량을 거래소를 통해 매각할 수 있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는 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에 매년 할당량을 부여하고 남는 할당량을 시장에서 매각하거나 부족한 배출량을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11~2013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업체별로 2015~2017년까지의 1기 할당량을 지난 2일 부여했다. 2020년까지 할당량을 조절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이 목표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제를 앞두고 산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경기 침체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제조업의 목줄을 죄는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의 직격타를 맞는 철강·발전·정유 등 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사회와 약속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온실가스 의무감축국도 아닌 우리가 굳이 ‘총대’를 맬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UN기후협약에 제출하면서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한국의 감축목표를 높이 잡아도 20% 수준 내외로 보고 있었다. 때문에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여부를 두고 정부와 산업계는 줄다리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환경부가 당초 예정대로 강행하면서 당초 법안대로 2015년 1월 1일부터 제도가 생명력을 갖게 됐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환경부의 탄소배출권 할당량 발표 직후, 관련 업계의 부담이 12조7,000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업들의 신청량은 20억2,100만톤인데 반해 환경부가 할당한 총량은 15억9,800톤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해야할 금액이 톤당 만원 기준으로 4조2,000억 수준이고 과징금 3배를 계산하면 이러한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적 흐름이 변하고 있고 이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구체적인 수치로 감축목표를 밝혔다. 중국은 아울러 12차 5개년 계획에서 7개 지방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탄소배출 저감 기술과 함께 배출권 거래 조기정착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 배출권 거래제 조기정착 위해서 넘어야할 과제 산적

 

▲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치 <출처=TRPC(2013.09)>

물론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가 당위적인 것으로 가정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선 배출권 거래의 유동성이 확보돼야 하고, 배출량의 관리·감독 및 제제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 무엇보다 개별 기업의 배출권 할당량에 대한 합의도 중요한 사항이다.

 

먼저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거래시장의 활성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기재를 이용한 규제인 만큼, 기업들이 탄소배출 저감시설에 스스로 투자하고 남는 배출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시장에 유동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이 저감 시설에 투자할 메리트가 생기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펀드 및 파생상품 등을 통해 개인까지 거래가 가능해 투자가 자유로운 반면, 우리제도는 배출량을 할당받은 525개 기업과 국책은행 3개만이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다. 아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은 셈이다.

또 개별 기업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관리·감독 부분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3배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어떤 주체가 이를 감독하고 위반한 기업에 대해 어떻게 고발조치할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이는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던, 총할당량과 감축량에 대한 기업과의 합의다. 기업들이 신청한 전체 할당량에 비해 환경부가 부여한 총할당량이 20%나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개별기업들은 부족한 20%대해서 과징금을 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배출권거래제의 조기정착도 중요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합의점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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