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정KPMG 김성우 전무. 그는 탄소배출권 도입과 관련 초기부터 환경부의 컨설팅을 맡아온 권위자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산업계는 혼란스럽다. 내년도 경제상황도 암울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라는 생소한 제도로 산업계에 발목을 잡는다고 크게 반발하는 상태다. 특히 시장상황 예측도 어려운데, 배출권 거래라는 새로운 규제에 적응이 쉽지 않다는 것.

 

이에 대해 삼정KPMG 김성우 전무는 “준비된 기업만이 새로운 성장동력 얻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성우 삼정KPMG 전무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관해 환경부의 컨설팅을 맡아 초기부터 연구해온 이 분야 권위자다. 그에게 혼란스러운 기업들의 대처방법과 제도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단발성 제도로 끝날 것이라고 보기도 했는데.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먼저 APEC정상회의에서 있었던 중·미 온실가스 감축협약을 눈여겨 봐야 한다. 두 나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두 나라가 스스로 목표를 잡고 국제사회에 하나의 약속을 보인 것이다.

때문에 당장 내년 파리 국제합의에서 미국과 중국 양국의 온실가스 감축 합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국제사회에 일종의 시그널을 준 것이고, 합의가 잘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배출권 거래제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온실가스 감축이 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은데, 미온적이었던 두 나라가 합의한 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예전에 비해 기업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셰일가스는 탄소 배출량이 절반수준이고, 오히려 적극적인 셰일산업 개발로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미국입장에서는 경제활동도 영위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이 생긴 게 큰 이유다.

반면에 석탄 사용비율이 높은 중국은 다른 이유인데, 정치적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이 석탄 사용이 크게 늘면서 대기상태가 매우 나빠졌는데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상류층에서 불평·불만이 높아졌다. 중국 지도부가 체제 안정성에 좀 더 무게를 둔 것을 큰 이유로 본다.”

- 중국의 사례도 그렇고 일단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시행되면 산업계에 타격이 큰 것은 기정사실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계에서 피해가 예상되나

“발전사-철강-정유-시멘트-제지 순서대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발전은 상당히 어려운 이슈인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생산량과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게 크다. 정부가 세우는 전력기본계획에 따라 가격과 생산량을 모두 통제받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음은 철강계통인데 배출량 자체가 크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어느 정도의 데미지가 예상된다. 정유쪽도 마찬가지다. 정유업계에 40년 만에 처음 맞는 불황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시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제각각 다른 이유지만, 특히 이 ‘탑3’가 제도시행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힘들지언정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김성우 KPMG전무는 배출권 거래제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기업들에게 "준비를 잘 갖추고 기다린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지적한대로 산업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특히 정부가 할당한 배출량에 큰 충돌이 있는 것 같다. 산업계가 신청한 총 배출량보다 정부가 20%나 적게 할당한 데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있어 항상 있는 갈등이다. 먼저 제도를 시행한 EU나 호주도 그랬다. 정부 혹은 산업계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제도 시행에 앞서 일종의 통과의례에 가깝다. 정부도 나름대로의 툴이나 지난 3년간의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실행 경험을 바탕으로 할당했다.

반면 기업들에게는 경영활동량의 불확실성이라는 측면에서 반발의 이유가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신증설을 할지, 가진 설비의 가동율을 어떻게 할지 등 경영활동량에 제약을 받게 된다. 여기에 시장상황도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유연성의 저해라는 고초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훌륭한 시스템이라도 이 부분은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시장 자체가 불확실한데, 모든 불확실성을 담아내는 규제는 있을 수가 없다.” 

-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시나리오다. 시장예측이 어렵고 제도 자체에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기업들 입장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이기도 하다. 거래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단순 투자세력이라면 수익도 ‘0’이겠지만 리스크도 ‘0’이다. 그런데 배출권 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525개 기업은 전부 감축의무가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가만히 있으면 그 리스크(감축)를 그대로 가지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혼란스럽고, 적응에 애를 먹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그렇다면 개별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특히 중소기업이 힘들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준비가 미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큰 기업도 잘할 것 같지만 담당자를 지정했을 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대기업은 준비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 가능성도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할 준비가 아예 되어있지 않다는 데 있다. 내년도 경영활동량 예측에 따라 어느 시점에 배출권을 매수할지 혹은 매각할지 결정할 시스템이 필요한데, 매매 시점은 커녕 의사결정 구조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개별 기업들은 필수적으로 제도적응과 함께 의사결정의 시스템을 사전에 갖춰야 한다. 이를테면 A회사가 내년도 10톤 정도의 배출권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배출권이 어느 정도 남았을 때 구입할 것인지, 혹은 얼마에 구입할 것인지 내부 지침을 정해놓아야 한다.

설사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의사결정 체제를 가지고 시장을 보는 것과 뭘 어찌할지 몰라서 시장에 끌려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제 자체로 발생하는 비용 외에 부가적인 손해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회계처리 비용의 증가나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손해다. 정부의 대책이 있나.

“상징적 예시를 말해 준 것 같다. 그런데 회계처리 비용이나 컨설팅 비용, 제 3자 검증비용 등 배출권 거래제의 부대비용이나 행정적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회계처리 기준도 이미 마련돼 있고 직접 보면 매우 간단하다. 기업에서 감내할만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기업의 신용하락인데, 사실 손해가 큰 부분이다. 다만 배출권 거래제와 연결은 되어 있지만 직접적인 것은 아니고, 간접적 손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제도자체가 저탄소 사회로 가는데 있어 기업들의 노력과 희생이 전제되어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대신 한 개의 기업만이 받는 규제가 아닌, 업계 전체가 같은 규제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을 바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기업들이 신용이 하락할 때, 신용하락을 막아낸다면 상대적으로 등급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경쟁구도를 흔들 새로운 판을 깔아준 것으로 본다면,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우리나라도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도 전망이 밝지 않은데, 굳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제도를 지금 시행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산업계에서 이런 불만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난 정권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이명박 정권에서 UN기후협약 등 국제사회에 감축을 하겠다고 공표한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철회하기에는 정치적·외교적 손해가 많아진 상태다.

- 마지막 질문인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배출량 같은 부분에 관리·감독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모니터링 시스템은 괜찮나.

잘 정비돼 있다. 배출권 거래제 전에 목표관리제라는 규제를 3년간 지속했다. 두 제도는 2가지만 빼고 똑같다. 차이점은 할당량에서 남은 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과 벌금의 크기다.

지난 3년간 목표관리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내는 배출량에 대한 투명성은 상당히 진보해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제 3자 검증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는 상태다.”

▲ 김성우 KPMG 전무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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