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13일 오전, 일부 간부들의 100억원대 횡령 혐의로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 본사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포스코(회장 권오준)를 둘러싼 먹구름이 심상치 않다. 표면적으로는 ‘포스코건설의 100억대 비자금 의혹’을 정조준한 모양새지만, 검찰이 포스코그룹 부실 계열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내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서부터 당초 포스코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려 했다는 얘기까지 쏟아지면서 심상찮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포스코건설이지만 ‘포스코’ 전체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 8개월만에 전격 불거진 비자금 사건… 왜 하필 지금일까

사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의혹은 지난해 7월 자체감사를 통해 드러난 내용이다. 당시 포스코건설 감사실은 자사 베트남 법인이 하도급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을 통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동남아 지역 사업을 책임지던 포스코건설 상무급 임원 2명이 해당 비자금으로 로비 활동을 벌인 사실까지 밝혀냈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관련자들을 ‘보직해임’하고 자체적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미 마무리된 사건이 8개월이 지난 현재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선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 다음날(13일) 전격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의혹 수사는 이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가 검찰의 요구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찮게 시기가 맞아떨어졌다기보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 포스코 강남 사옥.
그런 점에서 포스코건설 임원들이 해외사업을 하면서 조성한 비자금 중 상당수를 ‘로비’에 썼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실제 검찰 일각에서는 해당 자금이 그룹 고위층 및 이를 통해 당시 정권 실세에까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시 포스코그룹의 최고 책임자는 정준양 전 회장이었다. 정준양 전 회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힌다. 정준양 회장은 선임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지원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결국 포스코건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칼날은 전 정권인 ‘MB정부 실세’를 겨냥한 수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치권 또 다른 일각에선 이번 수사를 ‘포스코 길들이기’ 차원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포스코는 이미 2000년 민영화되면서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이지만, 뚜렷한 주인이 없는 탓에 경영진 선임 및 퇴임 과정에서 번번이 정치권의 외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포스코에 대한 이렇다 할 ‘입김’이 없었다.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산업은행이 제안한 ‘동부제철 당진·인천공장 패키지’ 인수를 거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은 안전할까

하지만 권오준 회장의 이런 ‘강단’이 오히려 정권에 밉보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 당진 발전을 패키지로 인수하려고 했다가 사업성에 비해 재무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인수전에서 서둘러 발을 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은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사실상 지휘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5월, 권오준 회장이 ‘신경영전략’ 설명회에서 투자를 축소하고 내실을 갖추겠다고 선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청와대는 대기업 투자 확대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경제정책 기조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권오준 회장은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투자금액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권오준 회장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무적 성과를 이루겠다는 의지였지만, 경제살리기를 위해 기업들의 투자촉진을 요구하고 있는 청와대 입장에선 잇달아 엇박자를 내고 있는 권오준 회장의 ‘나홀로 행보’가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검찰의 이번 대대적인 수사 칼날이 결국 ‘전 정권 솎아내기’를 비롯해 ‘포스코 길들이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목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에게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 한 이후 정준양 전 회장이 벌여놓은 사업들을 ‘청소’하고 ‘포스코 재건’을 위해 뛰어온 권오준 회장 입장에선 이번 사건으로 향후 행보가 녹록지 않게 됐다. 벌써부터 포스코건설의 사우디 국민차 사업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기업공개(IPO) 등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세금포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P&S 등 계열사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검찰 수사가 포스코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포스코 최고위층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의 수사 발단이 된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의 경우, 권오준 회장의 책임론이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건설 비자금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 받았지만 ‘문제의 두 임원’을 보직해임 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권오준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해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진다. 권오준 회장이 현재 제기된 의혹들을 보고받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만일 권오준 회장이 사건의 전모를 보고받지 못했다면 감사가 미흡했거나 보고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축소됐다는 얘기가 된다. 비자금 조성은 과거의 일이라 하더라도 권오준 회장은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이를 조치하는 과정에 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권오준 회장도 ‘사정거리’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한편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은 이달 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에 배정돼 수사가 진행중이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각종 의혹에 연루된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들을 줄소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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