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대권경쟁에 따른 내부투쟁으로 혼돈에 휩싸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각 정당이 민의가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순실게이트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마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추진 중이거나 논의됐던 정책들은 최순실 블랙홀에 빠졌고, 후임 총리 등 내각인선도 언제 청문회가 열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때일수록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책임있게 수습해야 하지만, 과연 정치권이 국민적 기대를 충족해 낼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적지 않다.

 

먼저 집권여당으로서 무한책임을 져야할 새누리당은 최순실게이트 이후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 대권주자들이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가 출범해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정진석 원내지도부는 아예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당직자들까지 나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현재의 새누리당 모습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혼돈 그 자체다.

◇ 대권경쟁에 여야 내부투쟁만 가열

야권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겉으로는 공조 형식을 띠고 있으나 이면에는 국정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암투가 치열했다. 거국중립내각, 영수회담, 2선 퇴진, 총리지명, 대통령 하야 등 수많은 대안들이 제시됐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이유다. 황영철·박영선·주승용 등 여야 의원들이 국회차원의 ‘질서있는 퇴진 논의’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으나, 각 당 지도부들의 사정이 달라 추진되기는 쉽지 않다.

중심을 잡아야할 대권주자들의 엇박자도 계속됐다. 100만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하야여론이 높아지고 나서야, 야권주자들 다수가 ‘대통령 퇴진’으로 뒤늦게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해법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비상시국기구를 제안했으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3단계 퇴진론과 함께 정치지도자회의를 제시하는 등 이견이 적지 않다. 오는 20일 야권 지도자 7인이 모여 중지를 모으겠다는 방침이지만, 특별한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해법도출이 쉽지 않은 이유는 지금 정국이 차기 대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최순실게이트의 수습이 어떤 방향에 따라 대선후보들의 이해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분석한다. 대권주자들 입장에서 반드시 이번 정국수습에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국정정상화에 시간이 걸릴수록 민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 눈치게임 하느라 실기한 정치권, 이제는 ‘민의’ 반영이 핵심

 

▲ 명지대 신율 교수는 "(정치권이) 너무 늦었다. 이제는 정당들이 시민사회와 정치권력이 충돌하지 않도록 완충역할을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정국 주도권은 이제 여의도가 아니라 거리로 넘어갔다"고 평했다. <뉴시스>

이를 바라보는 오피니언들의 시선도 차가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주자들이 제각기 유리한 상황만 만들려고 한다. 국가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도 국가를 생각한다면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대선주자 ‘7인회동’에 대해서도 “너무 늦었다”고 혹평했다. 신율 교수는 “여야가 다 만나서 국정을 책임지고 중지를 모은다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야권 대선주자들만 만나서 어떤 뾰족한 수가 나올 수 있겠느냐. 관심조차 끌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여야가 각자 정당을 추스르는 일이다. 26일 집회가 최대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지금 정당들은 시민사회와 정치권력이 충돌하지 않도록 완충역할을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국 주도권은 이제 여의도가 아니라 거리로 넘어갔다”고 평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트리니타스칼리지 초빙교수도 정치권이 대권경쟁을 하기 보다 민의를 반영하는데 중심을 둬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남겼다. 차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버티는 상황에서는 탄핵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사실 없다. 분열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힘을 모아 민심을 불러 일으켜 대통령 퇴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인회동 등 대선주자들 중심의 해법마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과거 중국이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국공합작을 했듯이, 대선주자들이 모여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에 메시지가 크다. 그 결과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물 없이 빈손회동으로 끝날 경우에는 더 큰 악재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재개 움직임을 비판하며, 총리교체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박사는 “국정운영 마비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있다. 야권은 장기전을 염두에 둔 공조 속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대권주자들의 입장은 온도차가 있을 수 있지만, 당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 이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시급하게 황교안 총리부터 교체하고 새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여 새로운 내각의 구성을 주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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