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가 출구 없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 경제가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는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고, 그간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기간산업들은 수년째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때, ‘대형 정치 리스크’까지 덮쳤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현 정권의 국정 운영이 마비된 것. 여기에 도날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변수까지 등장,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 ‘외환위기’ 준하는 경제 위기론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조선ㆍ해운ㆍ철강 등 국내 기간산업들은 불황과 고강도 구조조정에 시름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에 준하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경지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대비 투자비중, 가계부채비율, 가계소득증가율,  제조업 가동률, 청년실업율이 모두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0.8%), 투자(설비 -2.1%, 건설 -4.7%), 소비(-4.5%) 등의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조업 가동률(71.4%)은 9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수출은 올 8월을 빼고 21개월간 감소했다. 향후 수출 전망도 어둡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미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국제 정세 변화도 심상치 않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인 도날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통상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한 경제상황이 현재 펼쳐지고 있다”며 “주요 경제 지표 뿐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게다가 지금은 당시보다 심각한 정치적인 문제까지 터졌다”고 우려했다.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마비시켰다. 이에 따라 경제팀도 ‘컨트롤타워’를 잃고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한국 경제가 정치적인 이슈로 더욱 암울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슬로건 아래 추진해온 미래성장사업도 표류할 처지다. ‘최순실 게이트’에 역풍을 맞아 정책 추진의 원동력을 잃었다. 특히 문화융성프로젝트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벌써부터 지자체에는 내년도 창조경제관련 예산 삭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씨와 그의 측근의 개입 의혹이 불거진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올스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손때가 묻은 상당한 사업이 폐기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선은 ‘창조경제’라는 용어가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 MB정권의 녹색성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개발 사업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거쳐 현 정부까지 미래 먹거리 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한 단계다. 이명박 정부를 대표하는 녹색성장 사업인 4대강과 자원외교 사업은 천문학적인 빚만을 양산한 결과를 낳았다. 에너지 사업은 현 정부 들어 동력을 잃었다.

◇ 미래성장책,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박근혜 정부의 미래성장 사업도 ‘걸음마’단계다. 지난 8월 정부는 인공지능(AI), 가상· 증강현실, 자율주행차, 경량 소재, 스마트시티 사업을 국가 성장 전략 프로젝트로 정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 내년에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신성장동력 발굴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과제다. 저마다 저탄소 에너지, 인공지능, 전기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개발과 기반 구축을 위한 노력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해선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지속가능한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래성장책은 정권교체마다 그 연속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계에선 미래성장개발 사업은 이같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벗어나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상조 교수는 “미래성장 정책의 기조는 정권의 교체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한 정권 차원의 국정과제로 인식되면 안 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흔들리지 않게 수행되기 위해선 민간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국회가 동의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권 차원의 슬로건으로 가면 정책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국가 경제 과제는 정치적인 이해관계에서 독립돼야 한다”며 “동력 확보를 위해 여야가 합의하는 형태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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