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티켓을 놓고 치열한 순위싸움 중인 감독들. 왼쪽부터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무시무시한 폭염이 기승을 부린 여름을 보낸 탓일까. 조금이나마 선선해진 날씨에 유독 가을이 빨리 찾아온 느낌이다. 물론 아직은 가을보단 늦여름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리지만.

야구팬들에게 가을은 가장 특별한 계절이다. 단,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 ‘우리팀’ 없는 포스트시즌은 담 넘어 옆집의 잔치와 다를 바 없다.

KBO리그는 2015년부터 상위 5개 팀이 가을야구 티켓을 받았다. 이로 인해 순위 다툼 요소도 더 많아졌다. 말할 것도 없이 5위가 가장 불리하다. 4위를 상대로 2승을 해야 다음 단계에 오를 수 있는데, 2경기 중 1경기만 져도 탈락이다. 단 한 경기로 가을야구가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5위보단 낫지만 4위도 고달프다. 배수의 진을 친 5위를 상대해야 하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무려 11승이 필요하다.

현재 순위표를 보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상위 3개 팀 기아타이거즈, 두산베어스, NC다이노스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8위~10위의 한화이글스, 삼성라이온즈, kt위즈는 가을야구와 멀어졌다.

치열한 쪽은 4위부터 7위까지 4개 팀이 펼치는 가을야구 티켓 쟁탈전이다. 4위 롯데자이언츠, 5위 넥센히어로즈, 6위 LG트윈스, 7위 SK와이번스가 불과 4게임 차이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다.

저마다 가을야구에 진출해야 할 동기도 뚜렷하다.

먼저 롯데는 이대호가 돌아온 해다. 그와 함께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그보다 훌륭한 스토리는 없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은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이듬해인 2012년이다. 벌써 5년이 됐다.

또한 롯데는 올 시즌 이후 전력을 장담할 수 없다. 핵심선수인 강민호와 손아섭이 FA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거포’ 최준석 역시 기존 계약이 끝난다.

넥센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2014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넥센은 2015년과 2016년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염경엽 전 감독(현 SK 단장)이 전격 사퇴했고, 뜻밖의 인물인 장적석 감독이 부임했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은 그간 심한 전력 유출 속에서도 꾸준히 성적을 내 왔다. 하지만 올해의 전력 유출은 성격이 다르다. 그동안은 선수의 해외진출이나 FA계약이 주된 이유였지만, 올해는 과감한 트레이드로 베테랑 선수들을 내보내고 무명의 유망주를 데려왔다. 윤석민(kt), 김세현(기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올 시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물론 넥센의 시선은 올해보단 향후 2~3년을 향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코 올해를 포기한 것도 아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가을야구 티켓을 받아내야 한다. 또한 신인급 선수가 많은 넥센에겐 미래 전력 강화를 위해서도 가을야구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LG트윈스는 지난 2년간 가장 속이 쓰린 팀이었다. 같은 홈구장을 사용하는 절대적 라이벌 두산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해도 가을야구 진출이 확정적이다. 만약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잠실에서 두산이 가을야구를 만끽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한다. LG 팬들에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SK.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결단을 했다. 외국인감독 트레이 힐만을 선임한 것이다. 이후 SK는 ‘홈런 공장’이라는 뚜렷한 개성을 장착했다. 힐만 감독 부임 첫해 가을야구까지 진출한다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게 된다.

또한 롯데와 마찬가지로 가을야구에 목이 마른 상태다. 201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가을야구는 딱 1경기만 치러봤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5년 5위를 기록하며 최초의 와일드카드 진출 팀이 됐다. 하지만 연장 혈투 끝에 ‘끝내기 실책’으로 패한 아픔이 있다.

현재의 치열한 순위 상황을 보면,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은 최종전에서 가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폭염을 다소 일찍 누그러졌지만, 그보다 뜨거운 승부가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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