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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조용했던 황금들녘이 북적북적… 10년만에 생기 도는 마곡지구
2017. 10. 26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서울의 마지막 평야였던 마곡을 가로지르는 공항대로는 최근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사진은 공항대로를 따라 늘어선 홈앤쇼핑 본사 및 아파트단지다. <시사위크>

[시사위크|마곡=권정두 기자] 서울의 마지막 평야로 불리며 불과 몇 년 전까지 실제로 쌀농사를 짓던 곳. 2002년 월드컵 당시 경기장 건립 후보지를 비롯해 오랜 기간 정말 다양한 개발 방안이 제시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곳. 바로 ‘마곡’이다.

마곡지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지난 2007년 도시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되면서다. 2009년엔 단지조성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흐른 마곡은 이제 조금씩 생기가 돌고 있다. 아파트단지는 조성 및 입주가 대부분 마무리됐고, R&D단지엔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LG가 입주를 시작했다. 최신식 건물과 전에 없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공사가 한창인 현장이 어우러진 마곡의 풍경은 변화의 역동성을 느끼기 충분했다.

공항대로를 따라 늘어선 상업시설들. <시사위크>
많은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는 마곡지구의 모습. <시사위크>

◇ 거리 채운 LG맨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마곡

마곡지구를 찾은 것은 지난 25일. 인근 지역에 오래 거주하며 마곡의 변화를 꾸준히 지켜봐왔던 기자지만, 막상 취재를 위해 방문하니 세월의 변화가 새삼 느껴졌다.

김포공항과 지하철 5호선 송정역에서 발산역으로 가는 공항대로 양쪽에 위치하고 있는 마곡지구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 쌀농사를 짓는 평야였다. 봄이면 모내기를, 가을이면 황금들녘을 볼 수 있었고, 겨울엔 논에 물을 대 만든 스케이트장이 동네 아이들의 명소로 떠올랐다.

마곡역은 허허벌판인 이곳에 오랜 세월 외롭게 서 있었다. 1996년 5호선이 개통했지만, 마곡역은 12년 동안이나 열차가 서지 않는 ‘유령역’이었다. 2008년에 와서야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마곡역 주변은 공항대로 옆에 병풍처럼 늘어선 건물과 특히 파란색 홈앤쇼핑 본사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예전엔 서울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 하나 없었던 곳이지만, 이제는 역 근처 자전거보관대도 가득 차 있었다. 홈앤쇼핑 본사 옆 마곡엠벨리 10~12단지 아파트 상가엔 수입차 매장과 음식점, 카페, 편의점, 부동산 등이 들어선 모습이었다.

마지막 공사가 한창인 ‘힐스테이트에코 마곡역’ 뒤로 홈앤쇼핑 본사가 서 있다. <시사위크>
귀뚜라미 R&D센터 공사현장 뒤편으로 완공된 LG사이언스 파크가 보인다. <시사위크>

홈앤쇼핑 맞은편으로 건너가 마곡중앙로로 향하자 분주히 움직이는 공사차량과 둔탁한 소음이 맞이했다. ‘힐스테이트에코 마곡역’은 막바지 주변 공사가 한창이었고, 바로 앞엔 귀뚜라미 R&D센터 공사현장에서 터파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뒤로는 마곡지구의 ‘안방마님’이라 할 수 있는 LG사이언스파크 건물들도 눈에 들어왔다.

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로 공사현장 인부들이거나 LG사원증을 목에 건 사람들이었다. 일부 음식점 앞엔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음식점 전단지나 김포신도시 아파트 분양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분주히 움직였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동료들과 함께 길을 가던 중 분양가를 묻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자 이번엔 커피전문점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문을 하고, 음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은 여느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산했는데, 지난달부터 손님들이 많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LG사이언스 파크는 조만간 완전히 공사를 마칠 전망이다. <시사위크>
마곡지구에 가장 큰 규모로 자리잡은 LG는 속속 입주를 시작한 상태다. <시사위크>
조금씩 사람들이 오가기 시작한 LG사이언스 파크. <시사위크>
LG사이언스 파크 바로 앞엔 희성그룹 R&D센터도 들어선다. <시사위크>
사진 왼편의 건물은 희성그룹 R&D센터이고, 나머진 LG사이언스 파크다. <시사위크>

발산역 방향으로 조금 더 이동하니 더 많은 음식점 및 상업시설이 자리하고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사현장 인부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편의점 업주는 “아직까지는 일반 손님보단 공사현장 인부들이 주로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 편의점은 인부들을 노린 듯 ‘주점형 편의점’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어 놓기도 했다.

다시 방향을 바꿔 마곡지구 안쪽으로 이동했다. LG사이언스 파크는 마무리 주변 공사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바로 앞엔 범LG가(家)인 희성그룹의 R&D센터도 독특한 외관으로 완성되고 있었다. 더 안쪽엔 코오롱그룹 미래기술원 건물이 외형을 갖춰가는 중이었고, 에쓰오일 TS&D 센터, 아워홈 식품연구원 등의 공사현장은 아직 초기공사 단계였다.

마곡중앙로를 따라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을 지나 이동하자 롯데중앙연구소도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아직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곳이 많지 않아 다소 썰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코오롱그룹의 미래기술원도 서서히 외형을 갖춰가고 있다. <시사위크>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아직 공사 초기단계다. <시사위크>
에쓰오일 TS&D센터도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위크>
마곡지구 안쪽엔 공사가 한창인 현장이 많다. <시사위크>
마곡지구에 일찌감치 들어선 롯데중앙연구소. <시사위크>

연구개발 시설이 들어선 마곡2도시개발지구를 벗어나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마곡1도시개발지구로 향하자 마침 학교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 학원차량 여러 대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이곳 마곡엠벨리 아파트단지는 인근 김포공항 고도제한 문제 등으로 인해 낮은 층수로 조성돼있었고, 고층 아파트단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줬다.

다시 마곡나루역 주변으로 오자 이번엔 오피스텔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저층엔 상업시설, 고층엔 오피스텔로 구성된 건물이 대거 들어선 이곳은 향후 여러 음식점과 가게, 많은 유동인구가 몰리는 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였다. 이미 문을 연 상업시설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오피스텔 밀집 지역은 지하철 9호선 양천항교역에서 지하철 5호선 발산역 방향으로 향하는 강서로 쪽에 있다. 이곳 역시 과거엔 인적이 드물었지만, 이제는 오피스텔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마곡엠벨리 아파트단지 내 모습이다. 아파트 높이가 대체로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시사위크>
공항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고 있다. <시사위크>
마곡나루역 주변에 들어선 오피스텔 건물들. <시사위크>
양천향교역에서 발산역으로 향하는 양천로엔 신축 오피스텔들이 쭉 들어섰다. <시사위크>

마곡지구의 북쪽 방면인 양천로에서는 서울식물원 공사현장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아직은 공사가 한창이지만, 향후 식물원과 공원 등이 들어서면 마곡지구의 풍경은 한층 더 미래도시 분위기를 자아낼 것으로 기대됐다.

물론 마곡지구가 완전히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아직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1구역과 2구역 사이 황무지엔 호텔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고,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엔 이화여대 서울병원이 예정돼있다. 아파트단지를 제외하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마곡지구에는 이화여대 서울병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시사위크>
상업시설이 하나 둘씩 완공되면서 여러 음식점 등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 <시사위크>
마곡지구 내부 곳곳은 이처럼 도로가 통제된 상태이기도 하다. <시사위크>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황무지 뒤로 고층 오피스텔이 늘어서 있다. <시사위크>
기초공사가 한창인 현장도 있다. <시사위크>

하지만 LG사이언스 파크와 롯데중앙연구소, 홈앤쇼핑 본사, 그리고 각종 상업시설 및 주거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마곡 지역엔 마침내 활기가 돌고 있다. 드넓은 평야에서 미래도시로, 마곡은 지금 ‘격동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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