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근 야권에서 촉발된 ‘신당 창당론’에 대해 일제히 선을 그었다. 신당 창당론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민미래포럼 강연에서 제안한 ‘야권 혁신 플랫폼’을 촉매로 붙 붙은 의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여당 견제 및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반문(反문재인)연대’는 가능하나 신당 창당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의 주장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안 대표가 던진 화두에 국민의힘 내 의견은 아직 분분한 모양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창당론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보궐선거 전 범야권 차원의 선거전략 논의 흐름은 ‘연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 '야권 신당창당 없다'는 주호영 속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신당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은 내년 4월 7일 선거를 준비하기에 시간적으로도 늦고 또 동의를 받기도 쉽지 않은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을 새로 만드는 것은 정치 지형을 완전 변화시키는 것이고 동의를 다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자칫 잘못하면 진영 자체를 흐트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권 신당’은 회의적 입장이지만, 전반적인 야권 개편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단 국민의힘 중심이다.

주 원내대표는 “현재 국민의힘이 103석이고 국민의당이 3석밖에 되지 않는데 사전조율을 거쳐 (창당)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겠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라며 “개혁은 국민의힘 중심으로 재편하면 된다. 3석 국민의당이 주도권을 잡고 ‘우리가 할 테니 여기 오라’는 모양새는 말이 나오는 순간 힘을 잃는다”고 했다.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국민의당과 반문 기조가 일치하고 정책적으로도 결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선거 구도를 하나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형태가 되든 힘을 합치고 같이 하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내년 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 두 지역 모두 깃발을 꽂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보궐선거가 두 지역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궐위’로 인해 마련된 데다, 민주당이 ‘귀책정당 무공천’을 담은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선거전에 나서 '해볼만 한 선거'가 됐다.

정부여당을 심판하는 구도로 치러야 할 선거에서 되레 야당이 심판받는 모습을 보인다면 내후년 대선까지 부정적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지난 4·15 총선 대패로 전국단위 선거 4연패(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선거까지 진다면 사기 저하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내년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차기 정권창출은 힘들어지고 대선 3개월 후 지방선거와 차기정부 2년차에 치러지는 총선 패배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며 “야권 전체는 모든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선거구도와 당내 분위기를 감안할 때, ‘창당은 안 되고 연대는 된다’는 주 원내대표 입장은 창당보다 연대가 보궐선거에서 승산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을 치르기 전 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 등 범야권통합을 통해 미래통합당을 새롭게 창당했다. 그럼에도 선거는 참패했다. 이후 비대위 체제에서 당명을 개정한 지 2개월 남짓이다. 선거를 앞두고 새 당을 만드는 것이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질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반문 야권 연대를 요구하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0일) 페이스북에 “야권의 맏형 격인 국민의힘이 포용적 자세로 문을 과감히 열고 큰 틀의 반문연대 정치 구도를 새롭게 자나간다면 국민 사랑을 회복할 수 있다”며 “정당 간 통합논의는 시기상조라 해도 더 늦어지기 전 최소한 후보 통합의 길은 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야권 연대 링 위에 주자들을 모두 올릴 틀을 만들어 승수효과를 높여야 한다”며 “4연속 패배를 겪은 우리에게 하늘이 부여해준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 강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 강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접촉점 늘리는 국민의힘·국민의당

국민의당도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민의힘과 접촉점을 늘리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축인 국민미래포럼 강연에서 야권 혁신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안 대표는 강연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내일(12일)에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 강연에 나선다. 마포포럼에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60여명이 포진한 모임이다. 내달(11월) 2일에는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이 예정돼 있다.

특히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전날(10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야권 연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와 하 의원은 4·15 총선 전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사실상 연대 수순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서로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안 대표가 선거 출마 여부나 야권 연대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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